[기자의 눈] 강철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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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강철노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9.10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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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에 밥을 먹거나 설거지를 하는 등의 짬에 종종 낚시를 주제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낚시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바다와 강을 돌아다니며 낚시 경연을 벌이고 스스로 잡은 수확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는 것으로 요약을 할 수 있겠다.

꽤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라 벌써 3시즌이 이어지고 있는데 게스트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체로 고정 멤버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일정도 늘 같다. 며칠씩 낚시를 하다가 밥을 지어 먹으며 소회를 풀면 끝이다. 또 몇 회쯤 보다 보면 이미 나왔던 어종이 반복해서 나오기 때문에 신선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질리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한결같이 낚시에 열정을 쏟는 출연진들의 모습에 함께 몰입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최연장자인 이덕화씨다. 낚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진정한 낚시꾼이라는 평판이 자자한 그는 70년의 삶에서 59년을 낚시와 함께 했다고 한다. 널리 명성을 떨치는 원로배우이자 멤버들 중에서도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 있는 그이지만 낚시를 할 때만큼은 처음 낚시를 시작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뜻대로 고기가 낚이지 않는 날에는 이경규씨와 더불어 다른 멤버들을 원망하거나 스텝들을 구박하기도 하고 바다를 향해 호통을 치기도 하면서 안타깝고 화가 나는 마음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다른 멤버들의 선전에 툴툴대거나 남이 잡은 고기는 쳐다보지도 않는 등 질투와 시샘을 내비치는 것도 전혀 꺼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대물을 잡아내기라도 하면 세상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랑을 한다. 자신이 멤버들을 이끌고 나서는 날에는 200마리쯤 너끈히 잡을 수 있다며 허세를 부리기도 하는데 호언장담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까마득한 후배들의 질타를 받으며 시무룩한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가장 나이가 많고 실제로도 가끔 체력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는 낚시를 할 때는 스텝이나 멤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낚시에 진심이고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가혹한 날씨 속에서 배에 갇힌 채로 낚시만 하면서 수십 시간을 보낸 에피소드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당연히 지치고 피곤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다른 멤버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하는데 그는 달랐다.

끼니조차 거르고 잠도 자지 않으며 비가 들이치는 배 위에서 물고기를 낚기 위해 꼿꼿이 자리 잡고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멤버들은 강철노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체력이나 힘은 젊은 멤버들 쪽이 훨씬 좋을 것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더 나은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낚시를 사랑하는 마음, 원하는 물고기를 꼭 낚고야 말겠다는 의지만큼은 그가 최고가 아닐까.

문득 낚시가 수험과 꽤 닮은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를 수십 년 동안 한 이덕화씨가 사실상 프로그램에 들어오면서부터 낚시를 배운 이수근씨보다 좋은 실적을 내지 못하는 날도 많다. 실력이야 당연히 이덕화씨가 좋겠지만 이수근씨도 꾸준히 노력을 하면서 빠르게 실력을 키우고 있고 용왕의 차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복도 있는 것 같다.

수험도 그렇다. 오랫동안 공부를 했다고 해서 붙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더 있다고 해서 합격을 장담할 수도 없다. 낚시에 날씨나 자리, 어복과 같은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요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수험에서도 운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실력이 없다면 기회를 거머쥘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저널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붕어 잡는 도구로는 돌돔을 잡을 수 없고, 강철노인은 비바람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낚싯대를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에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그러니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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