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동아시아 급소 지정학 : 말라카해협과 한국의 안보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동아시아 급소 지정학 : 말라카해협과 한국의 안보
  • 신희섭
  • 승인 2021.09.10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9월 2일 국방부는 ‘2022-2026 국방 중기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현재 해군 제 7기동전단을 ‘기동함대’로 개편하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2030년까지 완성될 신형 구축함들이 도입되면, 현재의 기동 전단급 해군을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제주항에 있는 7 기동전단이 확대되고, 원해까지 해군의 작전 반경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 계획은 2033년 완성될 경항공모함을 포함하여 해상교통로 확보까지 임무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제주항에는 해군 7기동전단이 배치되어 있다. 이 기동전단에는 아덴만 작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청해부대가 소속되어 있다. 현재 청해부대는 함정을 교대해가면서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한민국 선박을 보호할 뿐 아니라 해상수송로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한국 해군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법제화되어 지금의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하지만 해군의 작전 반경과 임무를 넓히는 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의 수송로안보와 함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 데는 더더욱 그렇다.

한국 해군이 현재 고민하기에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한국도 ‘말라카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말라카 딜레마는 중국의 안보적 취약성을 설명하는데 사용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말라카 딜레마는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도 한국에 직접적인 문제이며 장기적으로 더욱 그렇다.

2019년 보고된 전 세계 해적 사건은 246건이다. 이 중 200건의 해적 사건이 말라카해협에서 발생했다. 이것은 한국 해운에는 직격탄이다. 한국은 무역량의 99.7%를 해로를 이용해 수송하고 있다. 에너지 대부분과 곡물의 77%를 수입한다. 이 중 상당량이 중동-인도양- 말라카해협- 남중국해를 거쳐서 온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경로도 수에즈운하를 거쳐 –말라카해협을 통과해 오는 물동량이 많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의 경우 90% 이상이 말라카해협을 거쳐서 온다.

한국에 생명선이나 다름없는 말라카 해협(말레이어로 믈라카 해협)은 동남아시아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을 이어주는 해협이다. 이 해협은 싱가포르를 지나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다. 1년에 5만 대의 배가 통과하는 이 해협은 세계 물동량의 20~2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항로다. 특히나 이 해협을 지나 동아시아 국가들에 90% 이상의 석유가 공급되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 해협은 싱가포르에서 인도양으로 들어가는 해협 초입의 경우는 2.8km 정도로 수로가 좁다. 오가는 배들을 육안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좁다. 또한, 평균 수심이 40m 내외이고 얕은 곳은 25m에 불과할 정도다. 그래서 배들이 속도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에 사는 주민들이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지나가는 배들을 상대로 해적질을 하기가 수월하다. 이런 이유로 한국 해경은 말레이시아 해경과 합동으로 해적 소탕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말라카 해협은 미 해군과 영국 해군에 의해 안전이 확보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해양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국제수역인 이 지역의 해양안보는 주로 미국이 보장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에 해군 기지를 가지고 있는 영국도 이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021년 8월 27일 중국은 남중국해의 구단 선을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이 수역을 넘는 배들에 9월 1일부터 신고할 것을 공표했다. 구단 선(Nine–dash line)이라고 하는 실체가 불분명한 경계선을 근거로 남중국해를 중국의 영해로 하고 이 지역에 대해 통제를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일방적인 주장을 국가들이 무조건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충돌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중국의 이번 발표로 인해 남중국해와 해양수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속내는 명확하다. 중국에 에너지와 석유가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1993년부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1993년 수입하는 석유량이 7천 9백만 톤이었으나, 2013년 3억 8천 6백만 톤으로 거의 5배 가량 늘었다. 2015년도 중국의 석유 대외의존도는 60%인데, 2030년이 되면 6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국이 석유를 가져오는 경로도 중요하다. 중동에서 52%, 아프리카에서 22%, 라틴 아메리카에서 11%를 가져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84%가 말라카해협을 지난다. 천연가스 수입의 50%도 말라카를 지나가니, 중국에 있어 말라카해협은 숨통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에도 말라카해협은 목줄이지만, 미국이 동맹이라 한국은 미국 봉쇄의 우려가 없다. 반면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중국은 혹시라도 미 해군에 의해 봉쇄되는 극단적 상황을 우려할 수 있다. 국제수역이 봉쇄되는 정도 되면 전쟁상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중국은 말라카를 우회하고자 한다. 이런 노력이 다각도로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이용해서 육로로 석유와 가스를 운송하고 있다. 미얀마로 운송하는 방안도 이미 사용 중이다. 또한, 중국은 2016년 말레이시아와 협의하여 14조 원을 들여 ‘황징항(皇京港)’을 건설중에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에 지원사업도 진행중이다.

남중국해 영유권분쟁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취약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영국의 항공모함까지 가세하여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지한 것이나 독일도 가세한 점을 봐서는 중국의 의도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아 보인다. 말라카를 생명선으로 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대중 전선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필리핀은 미군의 방문군 협정을 재개하려고 하고, 베트남도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한국에도 커다란 압박이다. 에너지뿐 아니라 식량마저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에서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은 그저 동맹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멀기는 하겠지만, 한국 해군이 원양에서 한국 선박과 우호국 선박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