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29)-김대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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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29)-김대업의 그림자
  • 강신업
  • 승인 2021.09.1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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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고발 사주’라는 자못 거창한 기사가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과거 대검의 수사정보정책기획관이었던 손모 검사를 통해 미래통합당이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등을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뉴스버스’라는 신생 인터넷 언론사가 터뜨렸다. X파일을 터뜨린 그 업체다.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기사 내용의 진위 파악이 먼저다. 그런데 윤석열 전 총장은 물론 관련 당사자로 지목된 손모 검사나 김웅 의원 등은 고발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이렇게 되면 제보자와 제보의 내용 그리고 제보의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김웅 의원은 제보자를 알고 있다며 제보자가 밝혀지면 그 세력이 누군지 왜 제보했는지가 다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보자는 제보가 떳떳하다면 자신이 공익을 위해 제보했다고 공개하면 될 텐데 대검에 휴대전화와 텔레그램 인증샷 등을 내며 보호를 요청했다. 대검이 공익제보자라고 냉큼 인정하며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익제보자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괴한 공익제보자가 되어 버렸다.

지금 인터넷상에는 제보자가 여성이라는 것과 과거 국민의 당에 몸담았던 인사라는 설이 파다하다. 윤 전 총장은 기자 회견을 자청해 이 사건의 성격을 출처 불명의 괴문서를 통한 ‘정치공작’으로 규정짓고 의혹을 최초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의 제보자를 향해 “과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들었다”고 일갈했다. 대검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전환한 것을 두고는 “검찰이라는 데가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 만들어주는 기관이냐?”고 했다. 어쨌든 제보자가 몸을 숨겼다는 것은 제보의 신빙성에 의심을 키운다.

사건의 중심에는 김웅 의원이 서 있다. 김웅 의원이 문제의 고발장을 국민의 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런데 김웅 의원은 고발장의 작성 주체, 전달 여부 등 아주 기본적인 사실에 대해서도 말이 오락가락한다. 비난이 쇄도하고 정치공작의 장본인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김웅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 회견까지 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의혹만 키웠다. 유승민 캠프 대변인직에서 사퇴한 이유부터가 석연치 않다. 유승민 후보에 돌아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와 유력한 다른 대권주자와 어떤 선이 이미 구축되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견해가 엇갈린다. 항간에는 이 사건을 두고 여당발 정치공작이라는 설부터 야권의 유력주자가 배후에 있다는 설도 제기된다. 여권은 물 만난 듯 검찰 권력을 사유화했다며 연일 윤석열 전 총장을 공격하고 있고 홍준표 의원 역시 여권의 공격에 가담해 윤석열 공격에 열을 올린다. 김웅 의원을 캠프 대변인으로 임명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 역시 당이 관련되었다고 하고 유력한 대권주자 윤석열이 검찰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눈에 띄는 특별한 조치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윤석열이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없다. 윤석열 죽이기를 시도한 세력은 성공한 정치공작 김대업 병풍사건 -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업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와 관련하여 관계자들이 은폐를 위한 대책 회의를 했다는 허위 폭로를 하고, 이를 오마이뉴스 등이 보도하며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무려 12%가량 폭락하고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결국 패배한 정치공작 사건을 말한다 - 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국민이 허무맹랑한 거짓말과 일방적 언론보도에 속아 넘어가던 때가 아니다.

이번 사건의 ‘실패한 김대업’이 누가 될 것인지는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가장 의심받는 것은 뉴스버스 제보자와 그 배후자다. 뉴스버스 모 기자와 김웅 의원도 의심을 피하긴 어렵다. 정치공작자의 말로는 대개 비참하다. 김대업은 대선 이후 구속됐다. 그 후 김대업이라는 이름은 선거 공작의 대명사가 되었고 김 씨는 이후에도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는 등 교도소를 들락거리고 뭇 사람들의 지탄을 받으며 비참한 삶을 살았다. 정치공작에 가담한 자들은 그게 누구든 지금 바로 자수하고 국민께 용서를 비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적 김대업의 후계자로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비참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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