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난이도 조절 실패와 시험의 공정성 해친 법원행시 1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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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이도 조절 실패와 시험의 공정성 해친 법원행시 1차
  • 법률저널
  • 승인 2021.09.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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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치른 2021년도 제39회 법원행시 제1차시험의 결과는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발표된 올해 법원행시 1차 합격선은 수험가의 예상대로 폭락했다. 이번 법원행시 1차 합격선을 보면, 법원사무직의 합격선은 평균 74.167점으로 지난해(81.667점)보다 무려 7.5점 떨어진 것이다. 이는 2002년 법원사무와 등기사무가 분리 시행한 이래 합격선이 ‘80점’ 선이 무너진 첫 사례이자 역대 최저 기록이다. 등기사무의 합격선 역시 예상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번 등기사무직의 합격선 70점으로 지난해(75점)보다 5점이나 떨어졌다. 2002년부터 선발을 시작한 등기사무의 합격선도 이번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합격자 수도 선발예정인원 대비 10배수에도 미치지 못한 9배수에 그쳤다. 지난해는 11배수까지 뽑았지만, 올해도 같은 수준으로 합격시켰다면 아마도 ‘70점’ 합격선도 무너졌을 것이다.

올해 합격선이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본지 예측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번 법원행시 1차는 ‘속독 시험’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체감 난도가 높았던 만큼 합격선 역시 폭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 결과도 수험생들의 반응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합격선이 역대 최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 같은 합격선 하락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시험 직후 수험생들의 반응과 법률저널 예측에서도 합격선 폭락이 점쳐졌다. 응시자들은 헌법의 경우 대체로 무난하게 출제됐지만, 형법과 민법의 난도는 지난해보다 더욱 높았다고 했다. 특히 형법의 난도가 상당히 높아 합격선 폭락의 주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법률저널 설문조사에서도 ‘체감 난도가 가장 높았던 과목’이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4.1%가 ‘형법’을 꼽았다. 또한, ‘가채점 결과 점수가 가장 낮은 과목’을 묻는 말에 응답자의 91.2%가 ‘형법’을 들었다. 실제 이번 1차 합격자 중 형법 점수는 법원사무가 평균 65.77점, 등기사무 63.19점으로 헌법과 민법보다 무려 20점가량 낮았다. 합격자의 점수가 이 정도라면 응시자의 평균은 턱없이 낮았을 게 뻔하다.

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는 예사롭지 않다. 난이도 조절 실패는 시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친다. 특정 과목의 유불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면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하게 되고 시험의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며칠 간의 합숙 출제로 문제의 난이도 조절이나 문항 타당도를 갖추고, 정답 시비를 피할 수 있는 문제를 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제 출제능력이 짧은 기간의 합숙으로 습득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제위원에게는 상당한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된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이런 출제 능력을 갖춘 출제위원 풀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리 만무하다. 법원행시뿐 아니라 법무사 시험에서도 거의 매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 법원행정처의 출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인사이동이 있을 때까지 관행만 답습하는 데 충실하다 보니 행정의 소비자를 위한 적극적인 행정은 물론 소통의 노력도 찾아볼 수 없다.

수험생들은 과도하게 긴 지문도 그렇고 실력 검증에 부적절한 유형인 개수형의 과도한 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속독 능력으로 승부를 겨루는 시험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다른 어떤 시험보다 법원행정처 주관 시험이 더욱 공정하고 엄격하게 출제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행정편의주의 행정에 대한 수험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하루빨리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출제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험생에게는 자신의 장래와 직결된 시험이라는 점에서, 법원행정처는 사회적 요구에 적합한 국가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시험제도를 정착시켜나갈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시험과 관련된 논쟁을 없앨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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