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4) / 돌아보다
상태바
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4) / 돌아보다
  • 정명재
  • 승인 2021.08.31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8월 초에 쓴, 한 달 동안 할 일을 빼곡히 적은 종이를 쳐다본다. 이것저것 많이도 적어 놓았던 계획들은 절반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계획이란 늘 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며 원하는 양을 뛰어 넘는 법인가 보다. 가을의 문턱에 선 바람은 선선한 향기로 정신을 맑게 한다. 어느 덧 여름의 무더위가 가고 가을이다. 9월은 추석이 있어 짧은 한 달이 될 것이다.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해 본다.
 

지나다 보면, 우리의 시선을 끄는 장면들이 있다. 길가 대추나무는 무성한 열매들이 그 빛을 더하고, 감나무는 조용히 가을을 준비한다. 산책을 나온 강아지는 신이 난 듯 뛰어다니고 석양이 지는 저녁은 하늘빛이 아름답다. 계절이 바뀌는 이 시간은 신(神)이 주는 선물처럼 경이롭게 흘러간다. 이렇듯 평화로운 하늘처럼 땅에도 안식과 휴식이 더했으면 바라지만, 마스크가 일상이 되어 버린 현실은 답답하게만 흐른다. 하루를 이겨내고, 한 달을 기다리며 시간은 무심히 흐른다. 각자의 고민과 걱정은 가파른 언덕처럼 힘겹고 고통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한 발 또 한 발 걸어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돌아보면 잘 참았고, 잘 이겨냈으며, 잘 지내왔다.

인생에서 좋았던 어느 한 때를 그려 보라고 하면, 나는 식구들과 둘러 앉아 소박한 저녁을 먹던 그때를 늘 떠올린다. 내가 아직 어린 그리고 젊은 아빠와 엄마였던 그 분들과 맛있게 떠들며 저녁을 먹던 그 날이 생각난다. 가난해도 가난을 몰랐고, 부족해도 부족함을 모르고 살던 그때는 함께 있음에 늘 감사하고 포근한 정(情)을 느꼈다. 세상은 한참 변한 것 같지만 마음의 고향과 기억의 정원은 따뜻함에 머물러 있다. 힘들고 지친 세상에서 좋았던 기억과 행복했던 경험은 중요하다. 적어도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꿈을 꿀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기에.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최고의 시간이 있었다. 아직 아니라면 앞으로라도 최고의 시간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인생 최고의 시간이란 돈이 많고, 걱정이 없을 것 같은 극한(極限)의 경지가 아니다. 무심코 지난 한 때라도 꿈을 간직하며 행복을 찾아다니던 그때가 좋았고, 열정으로 무장하며 땀과 고통이 함께 했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나는 법이다. 그래서 인생의 최고 순간은 항상 지금이라고 말한다. 돌아갈 수 없는 그때를 최고의 순간으로 반추(反芻)할 뿐이라면 과거에만 머물러 살 수밖에 없다.

현재를 살아라. 과거의 내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지금 내가 지닌 생각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가 결정된다. 수험생들은 시험에서의 당락(當落)에 연연하다 보니 생각의 틀에 갇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시험이란 제도에 익숙하다. 어려서부터 시험은 고민의 대상이었고, 걱정과 불안의 상징으로만 여겨 시험이란 말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 가슴은 뛴다. 이는 성인(成人)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공부를 멀리 하다가 수험생이 된 경우에는 시험공부 하는 것이 막막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공부를 시작할지부터, 교재선택과 강의선택 그리고 공부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다. 낯선 용어와 개념정리도 어렵고, 암기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공부를 직업으로 해 온 것도 아니기에 책상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시험을 보겠노라고, 도전해 보겠노라고, 한 번 해보겠다고 덤빈 시험이라면 끝까지 완주하여 결실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은가?

오랫동안 수험생들과 지내며 얻은 지혜의 기록들을 펼쳐 본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타고난 머리가 있다 하여도 이것을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머리가 좋은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게을리 하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벌이 좋고,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 했다고 해서 빨리 합격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겸손함과 성실함, 끈기로 무장한 이들이 빨리 합격하거나 공부를 더 잘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편 공부를 시작하다 보면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용어가 어렵고, 체계가 잡히지 않아 공부의 흐름이나 방향을 인지하지 못해 그렇다. 포기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니 너무 힘들면 그만 두면 된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 때, 이 위기를 잘 벗어나면 조금 평평한 길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모든 과목은 어려운 부분과 쉬운 영역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포기하고 싶다고 느낄 때, 어려운 부분에서는 스쳐 지나는 것이라 생각하자. 일단 대충이라도 보고 넘어가면 된다. 뒤에 쉽고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모르고 포기한다면 아깝지 않은가?

공부에 있어 맥(脈)을 잡고 큰 줄기를 따라 가다 보면 목표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지까지 이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뒤따른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는 것처럼 책을 펼치자마자 모든 것을 훤하게 꿰뚫어보는 혜안(慧眼)이 생기진 않는 것이다. 공부에 있어 큰 맥을 잡는 것은 집을 짓는 것에 비유해서 골격과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다.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큰 것들을 먼저 기억하고 공부하면 된다. 나중에 세세한 부분들은 저절로 따라와서 암기가 될 것이니 처음부터 욕심을 갖고 세부적이고 지엽적인 부분에 몰입하지는 말자.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공부법은 이렇다. 처음 공부할 때는 ‘만화책을 보듯, 잡지책을 보듯 대강의 내용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나 역시 낯선 영역의 공부를 할 때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체적인 내용을 대충이라도 훑어보고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고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들을 찾는다. 그러고 나서 세부적인 내용을 살피며 나에게 어려운 영역과 쉬운 부분들을 범주화한 후 어떻게 공략할지를 고민하며 책을 읽는다.
 

좋은 책을 만나는 것과 좋은 인연으로 스승을 만나는 것은 가뭄에 단비처럼 달고 반갑다. 아무리 고민해도 어려운 부분에서는 좋은 책을 찾는 노력과 좋은 스승을 만나는 운(運)도 필요하다. 나의 경우 스승은 도처에 있었다. 세상의 이치는 만물의 이치와 그 원리를 같이 하니,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스승이었다.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모진 바람과 비를 견뎌내는 인고의 시간도 모두 나에게는 가르침이었다. 공부를 하는 시간은 인생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다.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동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도록 해 보자. 목표를 세웠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만날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평생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지금의 이 경험이 훗날 또 다른 어려움에 맞설 담대하고 튼튼한 반석(盤石)이 될 것임을 믿는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