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아프가니스탄의 미래 : ‘이권’과 ‘인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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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아프가니스탄의 미래 : ‘이권’과 ‘인권’ 사이
  • 신희섭
  • 승인 2021.08.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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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8월 26일 두 가지 뉴스. 한국 정부의 미라클 작전과 아프가니스탄인 391명 이송. 중국과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주권 존중과 외세개입 반대 설명발표. 이 대비 되는 두 가지 뉴스는 최근 한국에서 관심을 받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향후 이권과 인권이 충돌할 것이란 전조를 보여준다.

한국 사람들에게 최근 아프가니스탄은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 미 군용기 바퀴에 깔려도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이들의 아비규환이 관심을 촉발했다. 베트남전 후 ‘보트피플’의 재현. 전쟁의 비극적 측면의 재림. 이런 것들이 뒤섞여 아프가니스탄이 뉴스의 중심에 선 것이다.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바로 ‘이권’과 ‘인권’이 그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권을 이해하기 위해 간략히 아프가니스탄을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의 면적은 652,864㎢로 남한(100,364㎢)의 6배가 넘는 크기를 가지고 있다. 인구는 3천8백만 명 정도로 14개 부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현 탈레반을 이루고 있는 파슈툰족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내륙에 자리 잡고 있어 바다로 가는 길이 없는 국가다. 다만 와칸 회랑이라는 산악지대 사이의 골짜기를 통해 중국과 연결되어 있으며, 북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 접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파키스탄과 서쪽으로는 이란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영토의 75% 이상이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어 고산지대인 산악지대와 사막지대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통계마다 다르지만 대략 515달러에서 668달러로 1,000달러 정도 되는 북한보다도 낮은 최빈국 중 최빈국이다. 이것은 척박한 자연환경과 바다로 연결된 길이 없는 탓이지만, 또한 빈번한 외세의 침략과 내전도 한몫한다.

이런 조건에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이권 즉 이해관계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테러리즘이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둘째, 마약 문제가 세계를 위협한다. 셋째, 자원이 유혹적이다.

먼저 테러문제를 보자.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뜨린 탈레반의 병력은 미국 추산으로 6만에서 7만 5천 명 수준이다. 이슬람신학교 학생 출신으로 그 이름도 ‘학생’인 탈레반은 수니파 근본주의자들이다. 이들이 아프가니스탄의 통치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이들은 그동안 벌였던 미국과의 전투를 대신하는 다른 돈벌이 수단을 찾거나 다른 투쟁의 명분을 찾을 것이다. 만약 탈레반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과거 내전을 종결 짓고, 중앙정부에 기대하는 급료와 안정된 직업을 제공한다고 해도, 20년 전쟁으로 다져진 탈레반 전사 중 일부는 다른 전쟁이나 다른 투쟁이 피를 당길 것이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주변에는 이슬람 재건이라는 명분으로 개입할 지역이 많다. 우선 이슬람교도들이 살고 있고, 최근 중앙정부로부터 탄압을 받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 지역이 있다. 이슬람인들이 주로 사는 카슈미르 지역을 가진 인도도 골치 아프다. ‘스탄’으로 끝나는 주변 3국에도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들이 산재해 있다.

국제정치학적으로는 내전이 주변 국가들을 불러들여 국제전화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집단이 연계되면서 투사들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들은 주변 지역으로 분쟁을 확대한다. 그런 점에서 아프가니스탄은 ‘테러리즘의 지역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테러리즘은 두 가지 자원과 관계가 깊다. ‘마약’과 ‘지하자원’이다. 전 세계 양귀비의 80~87%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될 정도에다, 아프간인의 90% 정도가 직간접적으로 마약과 관련되어 있다. 게다가 탈레반은 미국과 싸우는 동안 군사비를 마약판매와 지배지에서 양귀비 농가에 대한 세금징수를 통해 해결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탈레반이 2019년 마약으로 21억 달러(2조 4486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은 1조 달러 정도의 광물자원을 보유한다고 추산된다. 이 중에는 휴대전화와 컴퓨터에 사용되는 탄탈(콜탄)과 네오디뮴과 같은 희토류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리튬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리튬은 현재 세계최대 매장량을 보유한 볼리비아에 필적할 수준이라고 한다. 게다가 타지키스탄과의 국경지대에 상당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된다.

마약과 지하자원은 자석처럼 상반된 효과를 낸다. 마약은 밀어내고, 자원은 끌어당긴다. 마약의 지역화와 세계화는 지역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를 골치 아프게 만든다. 반면 ‘자원확보 전쟁’ 중인 중국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그러니 테러리즘, 마약, 지하자원이 강력한 힘으로 밀어내고, 당기고를 한다. 미국이 철수하고 나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가난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매우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테러리즘과 마약을 억제하겠다고 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전쟁에 지친 병사들과 두려움에 떠는 국민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면 국제사회의 재정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원도 있으니 투자처로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장애물이 있다. 탈레반이 지향하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반인도적 종교라는 점이다. 시아파인 하자르 족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이나 12세 여아들에 대한 강제결혼정책과 같은 여성 인권 침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슬람의 율법을 자신들의 취향대로 해석하고, 국민에게 이를 강요한다. 이들의 반자유주의 반민주주의적인 성향은 인권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개입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그 형태가 경제제재나 보호책임과 같은 군사제재가 되든,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개입하게 될 것이다. 특히 여론에 민감하고, 인권문제가 외교에서 중요한 쟁점이 된 민주주의국가들이 그럴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현재 아비규환처럼 보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미래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인권문제로 인한 제재가 시작되면, 탈레반 정부는 많이 매장된 자원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 현실적으로 돈이 될 것에 손을 댈 가능성이 크다. 경제여건이 나빠지면 투사들은 다시 총을 잡을 수밖에 없다. 그 형태가 내전이든 타국의 테러리즘 지원이든.

주변 국가들은 테러리즘방지나 마약 유입방지라는 ‘안보’를 이유로 하거나, 재건과 자원개발을 이유로 탈레반 정부에 경제지원외교를 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그럴 여지가 높다. 그러나 인권문제로 중국과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는 서방세계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도 인권을 문제 삼을 것이다. 인권문제는 이들 비민주주의 국가를 떼어놓는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은 지정학적 전략과 인권이 충돌하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급소가 될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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