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혁신처는 더는 ‘적극행정’을 입에 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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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사혁신처는 더는 ‘적극행정’을 입에 담지 말라
  • 법률저널
  • 승인 2021.08.26 18: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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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처가 26일 7급상당 외무영사직 공채 외국어 선택과목 개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무원임용시험령’(대통령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7급상당 외무영사직 공채 외국어 선택과목이 2024년부터 외국어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독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중 1개를 선택하는 외국어 선택과목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같이 공신력 있는 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가령, SNULT(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출제하는 외국어 능력시험), FLEX(한국외대 플렉스센터에서 출제하는 국가공인어학검정시험) 등이다. 이번 외국어 선택과목을 검정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은 재외공관에서 영사업무를 담당하게 되는 외무영사 외무공무원에게 실용적인 제2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만큼, 듣기 등 종합적인 언어능력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 등으로 인한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공무원시험의 민간 호환성을 높이는 데 있다. 기준점수 및 등급은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과 같다. 그간 선택과목 배점 비율이 필수과목과 같아 선택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등 소위 ‘복불복’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5급 공채 2차시험 선택과목 폐지가 빠졌다. 이와 관련 인사처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인사처는 “앞서 지난 6월 ‘선택과목 관련 대국민 간담회’를 개최하고, ‘청년 제안 창구’ 등을 운영하며 ‘5급 공채 선택과목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면서도 “하지만 필수역량 평가 약화 및 시험 변별력 저하에 대한 학계 등의 우려로 인해 연내 개편되지 않고 별도의 논의기구를 거쳐 추진 시기 등을 차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논의기구를 통해 다시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선택과목 폐지가 그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인사처가 그간 선택과목 폐지에 강한 추진 의사를 밝힌 것과는 달리 연내 개편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슬그머니 한 발을 빼는 모양새다.

2019년 감사원의 인사처 감사에서도 지적받았던 선택과목의 형평성 문제를 또다시 미룬 것은 소극행정의 극치다. 선택과목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인사처는 5년 전인 2017년 대통령 주재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통해 5급 공채의 직렬별 선택과목 수가 많아 과목 간 점수 편차로 시험의 타당성이 미흡하므로 선택과목 수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3월 ‘미래대비 충원방식 개선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한국행정학회에 발주하여 같은 해 10월 선택과목 수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한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제출받기도 했다. 당시 인사행정 전문가 16명 중 14명(88%)이 현행 5급 공채 선택과목의 수가 부적정하다고 답했다. 인사처는 이처럼 5년 전부터 선택과목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 6월 적극적으로 선택과목 폐지안까지 내놨다가 입법예고를 앞두고 또다시 별도의 논의기구를 통해 추진한다고 하는 것은 행정의 소비자인 수험생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결국 학회의 입김에 휘둘려 수험생들의 목소리는 묻혀버린 셈이다.

선택과목 문제의 핵심은 선택과목 간의 난이도 차이로 인한 형평성 문제, 평가의 타당성 및 신뢰성 저하이므로 하루빨리 개선하는 것이다. 5년 전부터 시작된 논의를 앞으로 또 몇 년을 끌고 가겠다고 하는 것은 실질적인 대책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지금까지 시늉만 하면서 끌고 온 것도 철밥통 공무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 인사처는 2017년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서 선택과목을 축소 또는 폐지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받고도 그동안 선택과목 간 점수 편차와 수험생 편중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2019년 감사원 감사에서 인사처는 2020년에 수험생·현직자·관계부처·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종합적으로 대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의견을 제시한 바 있지만, 또다시 검토하겠다니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기가 찰 노릇이다. 인사처의 적극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인가 싶다. 인사처는 더는 적극행정을 입에 담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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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직 2021-08-26 21:50:16
역시 민족정론지 법저
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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