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3) / 감사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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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53) / 감사한 마음
  • 정명재
  • 승인 2021.08.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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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세상이 어수선하다. 코로나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는 것 같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평화롭지 않다. 어디에서는 전쟁의 고통이 또 어디에서는 정치적인 독재가 그리고 다른 어디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나만이 행복하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우리를 둘러싼 외부와의 끊임없는 상호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기에 뉴스를 접할 때면 한숨이 깊어지는 시간이다.
 

인디언 속담에 한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한 인간이 사회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사회에 공헌할 성인으로 교육받기 위해서는 주변의 끊임없는 도움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아보아도 그러하다. 나를 위해 헌신과 노력을 다 하신 부모님,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며 인생의 고민을 함께 해 주셨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었다. 지금은 나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주변의 지인(知人)들이 있어 인생의 풍랑과 아픔을 견디며 이겨낸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러한 지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인생을 살다 보면, 쉽게 온 것은 쉽게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우연치 않게 온 행운을 마냥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순간 그러하다. 행운이란 것이 노력과 기다림의 산물(産物)이며 준비된 자들에게만 오는 선물이란 것을 안다. 세상에는 많은 정보와 기회들이 산재(散在)해 있지만, 내게 적합한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정보를 기회로 삼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1분의 찰나에도, 스쳐가는 생각에도 기회는 존재한다.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 1시간씩 달리기 운동을 하는 것처럼, 생각의 힘을 기르기 위해 인생의 잠시라도 생각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시간을 써야 한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길고양이 5마리를 위해 먹을 것과 물을 준비해 오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내가 일을 마치는 시간인 그 때, 늦은 산책을 하다 보니 매일 뵙는 분이시다. 나는 한 편에서 운동을 하고, 할머니는 자상하게 고양이들을 살핀다. 허리가 굽어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어느 날은 힘든 걸음을 떼신다. 그리고 놀이터 입구에는 할머니를 기다리는 고양이 5마리가 자정이 될 즈음부터 할머니가 늘 오시는 쪽을 향해 고개를 고정시킨다. 가만히 지켜본다. 고양이의 긴 기다림과 그 인내를 그리고 그 믿음을.

우리 역시 인생에서 소망하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러다가 누군가는 포기하고, 누군가는 의심하며, 누군가는 소망이란 부질없는 것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적은 돈이지만 나는 할머니께 매달 2만원의 작은 성의를 표한다. 고양이 사료비에 보태라고 말이다. 그러면 할머니는 진심어린 고마움을 내게 전한다.

할머니는 내게 인생의 진리를 몸소 가르쳐 주신다. 할머니는 몸이 너무 아픈 날에는 딸을 시켜 먹이를 주시는 일을 이어가셨다. 할머니의 마음은 하나였다. 고양이들이 그녀를 기다린다는 걸 알기에 그만 둘 수가 없다고 하신다. 기다림은 때론 불안감과 함께 온다. 새벽 5시에 일이 끝나 운동을 하러 나간 적이 있다. 고양이들은 놀이터 입구에서부터 긴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평소보다 한참 늦은 그 날, 잠시 뒤 힘든 걸음을 옮기시는 할머니의 모습에 고양이들은 펄쩍펄쩍 뛰며 그녀를 맞이했다. 마치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말이다. 할머니도 보고 싶었다고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도 다정하게 남긴다.

기다림은 상호성을 지닌다. 기다리는 대상과 기다리는 존재와의 교감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할머니가 늦게 왔다고 해서 실망하고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갔다면 할머니의 힘든 걸음은 헛수고가 되는 것이고, 고양이의 긴 기다림이 있었기에 할머니의 걸음이 지속되는 것이다. 늦더라고 기회를 포기하지는 말자. 언젠가는 그대의 계절이 도래할 것을 의심치 말자. 그때가 되면 그대의 기다림의 끝이 완성될 것임을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다림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것이기에.

감사한 마음이 풍성해지는 시간이다.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은 나라에 태어나고, 전쟁이 없는 시기에 태어남에 감사한 마음이다. 기회가 존재하는 시대에 태어남을 감사하고 사랑과 돌봄이 있는 가정에서 태어남에 감사하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미력(微力)한 힘이라도 주어진 지금에 감사하고, 나를 믿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나의 존재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우리는 매일 불만과 불평을 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존재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그 무엇에 모든 힘과 에너지를 쏟곤 한다. 빠른 결과와 성취를 요구하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를 바라지만 인생은 모든 것을 소유할 수 없을뿐더러 영원히 가지고 갈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는 것은 마음이며, 그 마음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져 한 생(生)을 돌아보면 마음이 움직이는 그 곳에 감사와 기쁨이 있음을 알게 된다.
 

어미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었기에 평생을 못 잊는 것이 부모와의 만남이고, 조건 없이 건네받은 인연(因緣)은 시간이 흘러도 가슴에 남아 그 향기를 머금는다. 조건을 따져 인연을 이어가고, 조건에 맞는 사람만을 취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악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의 스승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늘 존재하는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인생을 인도한다. 수험생이 되면 누구나 현자(賢者)가 되곤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고 고독한 가운데 생각의 힘을 기를 수도 있다. 왜 공부를 하는가? 왜 합격하려 하는가?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가운데 인생의 작은 파편들을 모으게 되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할 소중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은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힘을 길러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실력을 키우자. 내가 받은 사랑과 헌신을 또 다른 대상에게 전해, 조금 더 나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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