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26)-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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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26)-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
  • 강신업
  • 승인 2021.08.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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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과거부터 소년등과(少年登科)는 중년상처(中年喪妻) 노년빈곤(老年貧困)과 함께 인생 불행 3대 원인으로 꼽히는 인생 악재다. 중년에 처를 잃고 홀아비가 되는 것이나 노년에 돈이 없어 겪는 돈 고통에 견줄 만큼 큰 화근이 소년등과라는 것이다. 소년등과는 말 그대로 어려서 과거에 급제한 것이어서 어떻게 보면 개인으로 보나 가문으로 보나 더없는 영광인데 이를 인생이 불행해지는 원인이라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옛사람들이 이를 경계한 이유는 조금만 생각하면 명확해진다. 인격이 성숙하기도 전에 출사하게 되면 자칫 오만과 편견에 빠져 폭주하다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기가 거둔 성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르고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 큰 성공에 욕심을 내며 출세 지향적인 사람이 되거나, 성취감에 분수를 잃어 남에게 함부로 굴고 득의양양하다 미움을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면 그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 불행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소년등과의 위험성은 몇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고 한다. 소년등과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분출이 많아지고 수렴이 적어지는 까닭에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없어진다. 이렇게 자신을 성찰하지 않고 말과 행동을 계속하면 바깥 세계는 넓어지지만, 내면세계는 줄어들게 된다. 결국 교만하게 되고 사리 판단에서 무리수를 둔다. 미리 많은 성취를 하면 도달할 목표가 없게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낳는 요소로 일컬어진다. 목표를 잃으면 주색잡기에 빠지거나 이를 대체할 만한 것으로서 소위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도도한 행동을 하는 관종이 된다. 그래서인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년등과는 센 팔자로 일컬어진다. 중국 송(宋)나라 학자 정이천(程伊川)은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一不幸)이란 말을 남겼고, 소년등과(少年登科) 부득호사(不得好死)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소년 시절에 과거에 합격하면 좋게 죽지 못한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이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하거나 재물을 많이 얻거나 성공하는 일을 얼마나 경계했는지 알 수 있다.

이준석이 국민의 힘 당 대표가 된 것은 젊은 나이에 중책을 맡았다는 점에서 소년등과로 볼 수 있다. 그 때문에 특히 부조경박하지 말고 자중자애해야 하는데 이준석은 당 대표 선출 두 달 동안 말을 참지 못하고 당내 대선 주자들과 여러 신경전을 벌이며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더니 급기야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유출하고, 진실 공방에서 상대편을 누르기 위해 무리하게 원희룡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위기와 고립을 자초했다. 이로써 이준석은 정치인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 자산을 잃었다. 이준석은 믿고 대화할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불신을 얻은 것이다. 소영웅주의에 빠져 당 대표가 선수처럼 경기장을 누비면서 ‘공격수 이준석’을 과시하다 참사를 빚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급기야 ‘거짓말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라는 비난까지 얻으며 정치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몰리고 있다.

좋은 정치는 무게가 실린 말로 정치 파트너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가능한 한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이준석이 위험한 이유는 경륜과 경험은 부족한 데 비해 패기는 지나치게 강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건이 상대방을 말로 이기려 드는 건 최악이다. 정치는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살피는 것이다. 정치는 치열한 고민과 사색의 결과물을 말과 행동으로 내놓는 일련의 과정이다. 결코 급하게 경거망동 분출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율곡은 동호문답(東胡問答)에서 조광조에 대해 논하면서 “조광조가 출세한 것이 너무 일러서 지나치게 날카롭고, 일하는 것도 점진적이지 않았으며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는 것으로 기본을 삼지 않고 겉치레만을 앞세웠으니-”라고 하여 조광조의 개혁이 실패한 원인을 조광조의 학문이 숙성되지 않았다는 점, 너무 급진적이었다는 점,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율곡의 이 같은 지적은 조광조에 한 참 못 미치는 이준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닐까?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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