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맥도날드 감자튀김 사태 : 해운 대란이 알려주는 초연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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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맥도날드 감자튀김 사태 : 해운 대란이 알려주는 초연결성
  • 신희섭
  • 승인 2021.08.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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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맥도날드 감자튀김’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감자가 맞나 싶게 길고 얇은 튀김. 기름에 떡진 튀김. 소금간이 제법 잘 된 튀김. 천원보다 좀 더 돈을 내면 맥주 안주가 되기에 충분한 튀김. 햄버거 양을 채워주는 세트메뉴.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먹을 수 없는 특유의 맛. 먹다가 남아서 말라비틀어진 것. 선호에 따라 사람마다 생각나는 이미지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하나 공통된 것은 있다. 쉽게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란 것.

그런데 맥도날드 매장에서 감자튀김이 사라졌다. 며칠 전 방문한 매장에는 감자튀김이 없었다. 처음에는 튀김기에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다시 알아보니 감자 수급이 안 되는 것이 진짜 이유라고 했다. 맥도날드에서 그 흔한 감자튀김을 구할 수 없다니!

세트메뉴에 끼워주던 감자를 구할 수 없게 되자, 많은 이들이 그제야 감자튀김의 ‘혜자로움(은혜로움의 다른 말)’을 알게 되었다. 그 흔하던 미국산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왜 사라졌을까? 벌써 15일이 넘은 감자튀김 ‘대란’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앞의 질문에 대한 가장 단순한 답은 ‘물류대란’ 이다. 즉 미국에서 감자튀김 재료가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럼 그 많고 많은 미국 감자는 왜 수입이 안 될까? 그 이유는 ‘해운대란’ 때문이다. 배를 구할 수 없는 것이다. 배를 구할 수 없게 된 결정적 이유는 선박의 운송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중국 상하이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강철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비용의 경우 지난 5년간 평균비용보다 547%가 올랐다고 한다. 미국 감자가 들어오는 태평양 항로의 운임도 4배가량 올랐다고 한다. 운임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운송용 선박 자체를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다. 운임은 오르고 용선이 어렵게 되자, 업체들은 더 중요하고 비싼 제품들부터 우선하여 보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럼 왜 일 년 새 ‘해운 대란’과 그에 따른 ‘물류 대란’이 생겼나?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수요 측의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다. 해운에서 공급을 의미하는 ‘선복량(선박에 적재할 수 있는 중량톤수를 의미)’보다 배로 실어날라야 하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진 것이다. 2019년 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고 국가들이 봉쇄되자 물동량이 급감했다. 그런데 2020년 하반기부터 물동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둘째, 공급 측이 이를 따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선 배가 부족하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해운을 책임지는 항만 등이 봉쇄되거나 인력 부족 문제로 처리속도가 늦어졌다. 실어날라야 할 물건은 폭발적으로 많아졌고 배는 더 많이 필요하나, 배들이 항구에 대기하는 시간이 늘면서 부족한 공급을 더 부족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이보다 구조적인 것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다. 코로나 사태 초기엔 교류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통화량 증대에 따른 소비증대와 재택근무 등 환경 변화가 오히려 교역할 물동량을 늘린 것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력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2021년 8월 12일. 물동량 기준 세계 3위 항구인 닝보·저우산항의 물동량 25%를 해결하는 메이산 터미널은 근무자가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폐쇄되었다. 코로나가 수요 예측치와 공급 예측치 그리고 공급 가능성 모두에 교란을 가져온 것이다.

2021년 3월 23일 ‘에버 기븐’ 호가 수에즈운하를 막아버린 것도 현재 해운 대란에 한몫한다. 수에즈운하가 막히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배편들이 꽁꽁 묵어버린 것이다. 그로기 상태에 있는 해운시장에 암바를 건 것이다.

그런데 해운 사태가 2022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의 수요가 오늘 높다고 내일 당장 배를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가 계속 변이를 만들고 있어, 항만들의 폐쇄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 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 전망도 엇갈린다. 코로나로 막혔던 교역 재개로 이전보다 더 많은 물동량이 필요할 수도 있고,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수요와 공급을 조정하는 기대(expectation)를 맞추어야 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그러니 장기화할 해운 대란은 경제주체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 것이다. 비합리적 시장이 작동할 수 있다.

맥도날드 ‘감자튀김 대란’은 조만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이 맥도날드의 감자튀김 조달 문제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맥도날드는 미국 램웨스턴사 감자만을 사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맛을 내기 위해 다른 업체 감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 때문이다. 회사가 이런 방침을 지속하는 한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범접하기 어려운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맥도날드 감자튀김 대란에서 좀 더 고려할 점은 해운의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만 해도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나 2011년 유럽경제위기가 해운시장을 교란했다. 이런 교란 장치들 위를 코로나가 덮친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1956년 수에즈 사태와 같은 인위적인 정치적 변화라도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메뉴판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초연결성. 그렇다. 3월에 수에즈운하가 막혔을 때, 다섯 달 뒤에 감자튀김을 못 먹을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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