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동물은 물건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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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물은 물건이 아니어야 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8.12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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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인간은 인간 외의 동물들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 미물에서부터 닭, 개, 소 등 척추동물까지 대자연의 피라미드 속에서 이들과 인간은 공생을 하고 또 해야만 한다는 것을. 특히 근래에 들어서는 ‘애완’을 능가하는 ‘반려’로서의 인간 못지않은 가치를 부여받는 동물도 적지 않다.

기자는 일찍이 법을 대할 때, 특히 민법을 처음 접했을 때 갸우뚱해 했던 부분이 있었다. 민법은 제 1편 제1장 통칙, 제2장 인(人:자연인), 제3장 법인(法人: 법적으로 인정되는 추상적 인격체), 제4장 물건(物件: 유체물 및 관리가능한 자연력), 제5장 법률행위, 제6장 기간, 제7장 소멸시효, 제2편 제1장 총칙, 제2장 점유권... 등으로 이어가며 인간, 물건, 거래 등 인간관계에서 발행하는 권리의 생성, 변경, 소멸에 대한 기본 법리관계를 규정한 것으로, 사적영역에 대한 모법(母法)에 해당한다.

그런데 식물은 유체물로서 제4장 물건에 해당하는 것과 달리 동물은 어디 있지? 라며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유체물은 일정한 형태를 가지고 일정한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을 일컫고 여기에는 무기물, 유기물이 있을 것이며 동물, 식물은 생물체를 이루는 유기물에 포함되니 물건에 해당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에서 궁금증의 파편을 멈췄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스스로 움직이며 일정 지능까지 지닌 척추동물까지도 과연 물건으로 봐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은 가시질 않는다. 동물을 단순 물건으로 규정하는 탓에 거래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동물의 사체는 소위 폐기물에 해당한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 사체를 함부로 매장하는 것도 불법이 된다.

특히 소, 돼지, 닭, 오리 등 가축과 수산생물 등에 전염병이 돌면 산채로 매몰시키는 살처분(殺處分)이라는 잔인한 행위를 일삼는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등의 법률을 만들어, 전염병에 걸리지 않아도, 그것도 생매장하는 만행을 합법이라는 미명하에 일삼는다. 일말의 양심, 인간의 자아인식 탓일까? 그나마 동물보호법 등 특별법 몇 개를 통해 자연애적 감성으로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를 위로하고자 한다.

인간 사회에도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상황을 직면하면서 가축에 대한 살처분의 잔인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하루 십수명이던 감염자가 수십명으로 늘고 불과 1년여만에 2천여명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1일 수십만명이 감염되는 현실이다. 인간이 동물을 대하듯, 만약 인간 위 고차원의 다른 실체가 있어서, 감염자는 물론 반경 수 킬로미터 내의 건강한 인간마저 살처분 한다면 얼마나 끔직할까.

논란은 있겠지만, 기자는 법(法)을 인간 내면의 ‘양심’을 끄집어 낸 결집체라고 단언한다. 과거 먹거리가 귀한 시절, 기르던 개나 소가 죽으면 묻지 않고 먹었다. 양심이 허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애지중지, 사람보다 더 귀히 키워지던 반려견이 한낱 쓰레기봉지에 버려지는 비양심적 처신도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히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10명 중 9명은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도 법개정의 이유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동물학대, 동물유기 등의 비양심적 잔인함을 거부해야 하는 인간본연의 양심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임을, 또 대자연과 더불어 공생해야 하는 자연법적 당위가 의무임을 우린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개정 민법이 비록 동물에 대한 선언적 의미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 또 타 법령에 영향이 이어지고 종국적으로는 헌법에 명문화될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순간, 아메리카 대륙 시애틀의 마지막 추장이 점령군 백인들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린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지만 당신들은 오락삼아 동물을 살육한다!’ 참으로 자연법이 귀한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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