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군 사법제도 개혁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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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군 사법제도 개혁의 방향
  • 송기춘
  • 승인 2021.07.23 11: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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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헌법 제5조 제2항). 한국전쟁 정전 이후 간간히 발생하는 국지전을 제외하고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전쟁 없이 살아오고 있지만, 군대는 전쟁까지 대비하여 목숨을 걸고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군대는 대부분 시민에 대한 공권력 행사보다는 주어진 임무를 충실하게 완수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적법절차나 비례원칙에 익숙하지 않은 게 보통이다. 그런 점에서 군이 시민에 대해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배제된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계엄을 선포한 경우에만 군은 시민과 접촉하게 된다. 그러나 군은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 오랫동안 국가 위에 군림하였으며 국가 안의 또 다른 국가처럼 존재해왔다. 군의 특성이나 군사보안을 내세워 과도한 기밀주의와 폐쇄성을 그 특징으로 하였으며, 헌법상 문민통제원칙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군에 대한 관여나 개입은 매우 힘들었다. 과거에 비하여 나아진 편이라고는 하지만, 군 내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적당히 무마되기도 한다. 요즘 군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인 공군 간부의 자살사건을 둘러싼 처리와 무마 과정은 군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군을 혁신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 가운데 하나는 법 집행기구의 문제이다. 법이라는 게 만들어질 때도 그러하지만 해석되고 집행되는 과정에서도 일정하게 힘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법치주의는 이러한 법 외적인 힘을 어느 정도 배제할 수 있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법원이나 검찰이 정치 또는 경제권력의 압력을 받아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면 법치는 실패한다. 법 집행기관의 독립성은 법치주의의 가장 중요하고 기초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군 사법기관인 군사법원의 구성이나 운영은 좀 기이하다. 군사법원법에서는 국가의 사법기관인 법원과 별개로 국방부에 고등군사법원을, 육군본부와 군단급에 보통군사법원을 둔다. 군사법원은 군인, 군무원, 포로 등에 대해 재판권을 가진다. 재판권은 군형법 위반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순정(純正) 군사범죄에 한정하지 않고 군인 등의 모든 범죄행위에 대해 재판권을 가진다. 군사법원이 재판하는 사건의 90% 정도는 교통사고, 폭행 등 군의 직무수행과 관련성이 약한 범죄이다. 입대 전에 범한 범죄라도 군인이 된 이후에는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게 된다. 또한 군인으로서 범한 일반적인 범죄의 경우 전역한 이후에는 일반 법원의 재판을 받게 된다. 독립성이 요청되는 사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관할관이 지명한다. 군사법원의 행정사무를 관장하는 관할관은 군사법원 판결에 대한 확인조치권도 가지며, 감형도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하여 관할관의 권한이 축소되긴 했지만 ‘피고인이 작전, 교육, 훈련 등 업무를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다가 범한 범죄의 경우 선고된 형의 3분의 1의 범위에서 감형을 할 수 있다(군사법원법 제379조 제1항). 관할관은 군사법원의 재판관을 지정(같은 법 제25조 제1항)하며, 재판과정에서 법무참모를 통하여 재판에 관여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관할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일반 장교도 심판관으로 재판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 군검찰부가 설치되어 있는 부대의 장(관할관)은 소속 군검사를 지휘·감독한다. 종래 헌병으로 불렸던 군사경찰도 군사경찰이 설치된 부대의 장의 지휘·감독 하에 직무를 수행한다. 관할관은 수사와 재판에 관한 권한을 다 가진 영주와 같은 존재이다. 군사법제도는 영주사법이라 할 만하다.

군이 아무리 특수하다 한들 본질이 훼손된 사법제도를 가지고 제대로 운용될 수는 없다. 종국에는 군 전력의 약화와 군기 문제로 이어진다. 평시 군사법원은 폐지하는 게 옳은 길이다. 군사법원이 재판하는 사건도 많지 않다. 군검찰이나 군사경찰도 독립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대의 장이 지휘하는 경찰도 일정하게 필요하겠지만, 부대의 장이나 부대 군사경찰 작용이 그릇될 경우 이를 시정할 경찰작용이 확보되도록 조직을 개편하여야 한다. 군검찰이나 군사경찰의 상당 부분은 국방부에 소속된 직할부대로 두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되도록 해야 한다. 그게 군사법작용이 법치주의에 부합하도록 하는 길이다. 군인복무기본법에 규정된 군인권보호관제도도 서둘러 구성해야 한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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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7-28 20:15:05
와 이 교수 맞는말도 할줄아네 그럼 강의는 일부러 그랬던거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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