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수사와 공소제기에서의 최근 중요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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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수사와 공소제기에서의 최근 중요 판례 
  • 이창현
  • 승인 2021.07.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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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피의자에 대한 보호장비해제와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대법원 2020.3.17.자 2015모2357 결정)  

(1) 사 안
 
피의자는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된 상태로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실에서 검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게 되었다. 당시 변호인 A가 참여하였고 피의자의 수갑은 해제된 상태였는데, 피의자는 검사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였다. 
 
이후 피의자는 수원지방검찰청에서 변호인 B와 접견을 마친 후 검사로부터 피의자신문을 받기 위하여 영상녹화실로 입실하였다. 변호인 B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기 위해 입실하였고, 담당 교도관은 피의자가 입실하기 직전에 포승은 풀었으나 수갑은 해제하지 않았고, 영상녹화실 출입문 바깥쪽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검사는 피의자가 수갑을 착용한 상태에서 인정신문을 시작하였고, 변호인 B는 검사에게 수갑해제를 요청하였다. 이에 검사는 먼저 인정신문을 한 후 교도관에게 수갑의 해제를 요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변호인 B는 15분 가량 계속해서 수갑의 해제를 요구하였고, 이에 검사는 변호인 B의 이러한 행동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검찰수사관들을 통하여 변호인 B를 강제로 퇴거시켰다. 
 
그리고 검사가 피의자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물었으나 피의자가 답변을 거부하였고, 검사는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후 담당 교도관에게 수갑해제를 요청하였고, 담당 교도관은 수갑을 해제하였다. 

(2) 판결요지
 
(가) 형사소송법 제198조에 의하면,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상태에서 함을 원칙으로 하고(제1항), 검사는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여야 한다(제2항). 형의집행및수용자의처우에관한법률(이하 ‘형집행법’)에 의하면,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고(제4조), 미결수용자는 무죄의 추정을 받으며 그에 합당한 처우를 받아야 하며(제79조), 교도관은 ① ‘이송·출정, 그 밖에 교정시설 밖의 장소로 수용자를 호송하는 때’, ② 수용자가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 ③ ‘위력으로 교도관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때’, ④ ‘교정시설의 설비·기구 등을 손괴하거나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큰 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보호장비를 사용할 수 있고(제97조 제1항), 그 경우에도 교도관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하며, 그 사유가 소멸하면 사용을 지체없이 중단하여야 한다(제99조 제1항).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궁극의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 헌법이 제27조 제4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선언하고, 제12조에서 신체의 자유와 적법절차의 보장을 강조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앞서 본 규정들의 내용과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의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피의자에게 보호장비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도주, 자해,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 등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구금된 피의자는 형집행법 제97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보호장비 착용을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검사는 조사실에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해당 피의자에게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교도관에게 보호장비의 해제를 요청할 의무가 있고, 교도관은 이에 응하여야 한다.

(나) 형사소송법 제417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구금에 관한 처분’에 불복이 있으면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보호장비 사용을 정당화할 예외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구금된 피의자에 대한 교도관의 보호장비 사용을 용인한 채 그 해제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 검사 및 사법경찰관의 이러한 조치를 형사소송법 제417조에서 정한 ‘구금에 관한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구금된 피의자로서는 이에 대하여 불복하여 침해된 권리를 구제받을 방법이 없게 된다. 따라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구금된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 또는 변호인으로부터 보호장비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거부한 조치는 형사소송법 제417조에서 정한 ‘구금에 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이 신청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을 방해하거나 수사기밀을 누설할 염려가 있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등을 말한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 단서는 피의자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는 고성, 폭언 등 그 방식이 부적절하거나 또는 합리적 근거없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변호인에게 인정된 권리의 행사에 해당하며, 신문을 방해하는 행위로는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그러한 특별한 사정없이, 단지 변호인이 피의자신문 중에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인을 조사실에서 퇴거시키는 조치는 정당한 사유없이 변호인의 피의자신문참여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1)

 
2. 국회에서의 위증죄 고발이 소추요건인 여부와 고발기간(대법원 2018.5.17.선고 2017도1474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 안
 
피고인은 2015.5.경 공소외 1의 요청을 받고 그 무렵 공소외 2에게 연락을 하여 “미용성형에 사용되는 실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관심이 많은 제품이라고 하니 A병원 성형외과로 연결을 시켜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 공소외 3 주식회사 대표인 공소외 4의 연락처를 알려주며 소개한 사실이 있었다. 
 
그런데 피고인은 2016.12.14.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선서한 후 공소외 5 위원의 “공소외 2에게 공소외 6, 공소외 4 부부를 소개시켜 준 적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예, 없습니다.”, “그와 관련돼서 공소외 2에게 전화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증언하고, “공소외 2 교수한테 리프팅 실 사업 도와주라고 소개도 안 했습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한 적 없습니다.”라고 증언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 
 
위 특별위원회의 조사기간은 2016.11.17.부터 2017.1.15.까지이고, 국회 본회의에서 2017.1.20. 특별위원회의 국정조사 결과보고서가 채택·의결되었는데, 특별위원회의 위원이던 18명 중 13명이 2017.2.28. 연서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고발하여 공소제기가 되었다. 
 
제1심에서 피고인에게 위증이 인정되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으나 원심에서 위 법률 제14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제15조 제1항에 의한 고발이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사건이고, 위 고발이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 이루어져 적법한 고발이 아니므로 공소제기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되었다.

(2)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의 목적과 위증죄 관련 규정들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위 법률은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관한 국회 내부의 절차를 규정한 것으로서 국회에서의 위증죄에 관한 고발 여부를 국회의 자율권에 맡기고 있고, 위증을 자백한 경우에는 고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여 자백을 권장하고 있으므로 제14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위증죄는 제15조의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위 법률 제15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위원회가 고발에 관한 의결을 하여야 하므로 고발은 위원회가 존속하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며, 제15조 제1항 단서에서 ① 특별히 ‘재적위원이었던 자’를 포함한다고 볼 만한 문언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재적위원’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는 국회법의 여러 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적위원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하여야 하고, ②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되어 더 이상 제15조 제1항 본문에 의한 고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면 같은 항 단서에 의한 고발도 할 수 없다고 해석하여야 하고, ③ 특별위원회가 소멸하였음에도 과거 특별위원회가 존속할 당시 재적위원이었던 사람이 연서로 고발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소추요건인 고발의 주체와 시기에 관하여 그 범위를 행위자에게 불리하게 확대하는 것이어서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하므로 제15조 제1항 단서에 의한 고발도 위원회가 존속하는 동안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 위 고발은 특별위원회가 존속하지 않게 된 이후에 이루어져 제15조 제1항에 따른 적법한 고발이 아니고, 공소가 소추요건인 적법한 고발없이 제기되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같은 취지에서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

[반대의견]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에는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한다는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제15조 제1항 고발은 수사단서일 뿐이고 소추요건이라 보기는 어렵다. 위 법률규정의 문언과 형식이 고발을 소추요건으로 규정한 다른 특별법 규정들과 엄연히 다르므로 제15조 제1항 고발의 성질과 효력을 소추요건인 고발과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으며, 고발의 성질과 효력에 관하여는 일반규정인 형사소송법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이다.

 
3. 함정수사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기준과 1심의 공소기각판결을 파기하는 경우(대법원 2020.1.30.선고 2019도15987 판결)  

(1) 사 안
 
(가) 피고인은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에 따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으로 기소되었다. 

(나) 제1심은 피고인의 필로폰 소지 행위는 당시 수사기관에 체포된 상태인 A가 자신의 피의사실 수사에 관하여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피고인과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필로폰을 주문하는 전화를 걸어 피고인으로 하여금 필로폰 매매 알선의 범의를 일으키게 한 것으로서, 범죄를 예방하고 그 진행을 방지하여야 할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 시도를 막지 않고 오히려 방조한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이고 이에 기한 공소제기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를 적용하여 이 부분 공소기각판결을 하였고, 이에 검사가 항소하였다.

(다) 원심은 피고인이 필로폰을 구해달라는 A의 부탁을 받고 필로폰을 소지한 행위는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 등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위법한 함정수사에 기인하였다고 볼 수 없고, 그럼에도 이와 달리 이 부분의 공소를 기각한 제1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위 공소사실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함께 변론을 거쳐 피고인에게 징역 1년 및 10만원을 추징하는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결요지
 
(가)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하게 하여 범죄인을 검거하는 함정수사는 위법하다.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해당 범죄의 종류와 성질, 유인자의 지위와 역할, 유인의 경위와 방법, 유인에 따른 피유인자의 반응, 피유인자의 처벌 전력 및 유인행위 자체의 위법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수사기관과 직접 관련이 있는 유인자가 피유인자와의 개인적인 친밀관계를 이용하여 피유인자의 동정심이나 감정에 호소하거나, 금전적·심리적 압박이나 위협 등을 가하거나, 거절하기 힘든 유혹을 하거나, 또는 범행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범행에 사용될 금전까지 제공하는 등으로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피유인자로 하여금 범의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유인자가 수사기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피유인자를 상대로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하였을 뿐,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설령 그로 인하여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되었다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이 필로폰을 소지한 행위는 수사기관의 사술이나 계략 등에 의해 범의가 유발된 위법한 함정수사라고 볼 수 없고 제1심이 이 부분에 대하여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한 조치는 정당하다.

(나) 그런데 형사소송법 제366조는 “공소기각 또는 관할위반의 재판이 법률에 위반됨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때에는 판결로써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이 제1심의 공소기각판결이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이상 본안에 들어가 심리할 것이 아니라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하여야 한다. 따라서 원심이 제1심의 공소기각판결이 잘못이라고 하여 파기하면서도 사건을 제1심 법원에 환송하지 아니하고 본안에 들어가 심리한 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은 형사소송법 제366조를 위반한 것이다.2)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필로폰 소지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점을 파기할 것인바, 원심은 이 부분이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점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보아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결국 피고인에 대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나아가 이 사건을 대법원이 자판하기로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제1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4. 긴급을 요하여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채 체포절차에 착수하였다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후에 체포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경우(대법원 2021.6.24.선고 2021도4648 판결)  

(1) 사 안
 
피고인에 대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위반(비밀준수등) 범행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었고, 경찰관들이 ‘피고인의 차량이 30분 정도 따라온다’는 내용의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승용차에 타고 있던 피고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하여 피고인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하여 경찰관들이 피고인에게 ‘성폭력처벌법위반으로 수배가 되어 있는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체포적부심을 청구할 수 있고 변명의 기회가 있다’고 고지하며 하차를 요구하였다. 위와 같이 경찰관들이 체포영장을 근거로 체포절차에 착수하였으나 피고인이 흥분하며 타고 있던 승용차를 출발시켜 경찰관들에게 상해를 입히는 범죄를 추가로 저지르자, 경찰관들이 승용차를 멈춘 후 저항하는 피고인을 별도 범죄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는데, 이후 경찰관들은 체포영장을 피고인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원심은 당시 경찰관들이 체포영장을 소지할 여유없이 우연히 그 상대방을 만난 경우로서 체포영장의 제시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할 수 있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경찰관들이 체포영장의 제시없이 피고인을 체포하려고 시도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하고, 경찰관이 체포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이 아닌 새로운 피의사실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을 이유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였고, 현행범 체포에 관한 제반 절차도 준수하였던 이상 피고인에 대한 체포 및 그 이후 절차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판결요지
 
당시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절차가 착수된 단계에 불과하였고, 피고인에 대한 체포가 체포영장과 관련없는 새로운 피의사실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을 이유로 별도의 현행범 체포절차에 따라 진행된 이상, 집행 완료에 이르지 못한 체포영장을 사후에 피고인에게 제시할 필요는 없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에 대한 체포절차가 적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이 타당하다.

 
5. 현행범인체포의 요건으로서의 체포의 필요성(대법원 2018.3.29.선고 2017도21537 판결)  

(1) 사 안
 
피고인은 2016.10.13. 09:55경 전주시 완산구 X아파트 Y동 지하주차장에서 A와 주차문제로 언쟁을 벌이던 중에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전주완산경찰서 소속 경사 B가 A를 때리려는 피고인을 제지하자 자신만 제지를 당한 데 화가 나서 손으로 B의 가슴을 1회 밀치고, 계속하여 욕설을 하면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며 순찰차 뒷좌석에 태우려고 하는 B의 정강이 부분을 양발로 2회 걷어차는 등 폭행함으로써 경찰관의 112 신고처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는 내용으로 공소제기가 되어 제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원심은 ① 피고인이 B를 1회 밀친 것은 경찰관 B의 공무집행 중에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설령,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할지라도, 경찰관들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입주자들끼리 접촉사고가 발생하여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된 것이어서 피고인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피고인의 차량번호까지 이미 확보되어 있어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특정하기 용이한 상황이었는바, 도망의 염려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③ 당시 B 외에도 경찰관 C와 A, D 등이 함께 있었고 D는 B의 요청에 따라 목격자 진술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였는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 당시 상황에 비추어 B가 현장에서 피고인을 즉시 체포해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 대한 현행범인체포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그 체포를 면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B를 폭행한 것은 불법체포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판결요지
 
(가)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직무를 집행하는’이라 함은 공무원이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행위를 현실적으로 행하고 있는 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직무수행을 위하여 근무 중인 상태에 있는 때를 포괄한다 할 것이고, 직무의 성질에 따라서는 그 직무수행의 과정을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부분적으로 각각의 개시와 종료를 논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여러 종류의 행위를 포괄하여 일련의 직무수행으로 파악함이 상당한 경우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려면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현행범인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인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나) B는 2016.10.13. 오전 순찰근무 중 위 지하주차장으로 출동하였고, 이러한 출동은 같은 날 12:00 무렵까지 예정된 순찰근무의 일환이었고, B가 피고인과 시비가 붙은 것은 피고인으로부터 사고경위에 관한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므로 피고인과 시비가 붙었다는 사정만으로 B의 직무수행이 종료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B가 위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였을 당시 피고인과 A의 언쟁으로 분위기가 험악한 상태였고, 피고인이 손으로 B의 가슴을 세게 밀치기 직전 B에게 욕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행위 당시의 정황과 태양 등을 고려하면 폭행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볼 여지가 없다. 112에 신고한 것은 피고인이 아닌 A이고, 피고인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파출소에 도착한 이후에도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인적사항을 밝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범인체포 당시 피고인에게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손으로 B의 가슴을 밀칠 당시 B는 112 신고처리에 관한 직무 내지 순찰근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와 같이 공무를 집행하고 있는 B의 가슴을 밀치는 행위는 공무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정한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체포될 당시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었다고 할 수도 없는 이상, 체포의 필요성 또한 인정된다.3)

 
6.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의 제시와 집행이 그 발부시로부터 3일이 경과한 경우(대법원 2021.4.29.선고 2020도16438 판결)

(1) 사 안
 
사법경찰리 A 등은 2020.2.6. 17:10 피의자를 업무방해와 공연음란의 범죄사실로 현행범인체포하였고, 검사는 2020.2.7. 18:15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판사는 2020.2.8. 16:00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여 ‘유효기간을 2020.2.14.까지’로 기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같은 날 17:00경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건의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이 검찰청에 반환되고, 검사는 그 무렵 위 구속영장에 대한 집행지휘를 하였다.
 
그런데 사법경찰리 B는 2020.2.11.14:10경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제시 및 집행하였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 경위에 대하여 ‘피고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주말인 2020.2.8.(토)에 법원에서 발부되어 담당경찰서의 송치담당자가 2020.2.10.(월) 일과시간 중 검찰청 사건과에서 이를 찾아왔는데, 피의자에 대한 사건 담당자가 외근 수사 중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2020.2.11.(화) 구속영장을 집행하였다’는 취지로 작성된 ‘구속영장 집행에 관한 수사보고’가 원심법원에 제출되었다. 

(2) 판결요지
 
(가) 대한민국헌법 제12조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와 관련하여 제1항에서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제3항 본문에서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5항에서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지받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은 체포된 피의자의 구금을 위한 구속영장의 청구, 발부, 집행절차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영장에 의해) 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제201조의 규정에 의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 기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피의자를 즉시 석방하여야 한다(제200조의2 제5항). 위 규정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을 체포하거나 현행범인을 인도받은 경우에 준용되고(제213조의2), 긴급체포한 피의자를 구속하고자 할 때에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제200조의4 제1항, 제2항).
 
위와 같이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하는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의 다음 날까지 심문하여야 하고(제201조의2 제1항), 이 경우 판사는 즉시 피의자 및 변호인에게 심문기일과 장소를 통지하여야 하며, 검사는 체포되어 있는 피의자를 심문기일에 출석시켜야 한다(제201조의2 제3항). 구속영장청구를 받은 판사는 신속히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고,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구속영장을 발부한다(제201조 제3항, 제4항).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고(제209조, 제81조 제1항 본문), 구속영장을 집행함에는 피의자에게 반드시 이를 제시하고 피의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말하고 변명할 기회를 주어야 하며(제209조, 제85조 제1항, 제200조의5),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선임권자 중 피의자가 지정한 자에게 피의사건명, 구속일시·장소, 피의사실의 요지,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취지를 지체없이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제209조, 제87조 제1항, 제2항).

(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2020.2.8. 발부되고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건의 수사관계서류와 증거물이 같은 날 17:00경 검찰청에 반환되어 그 무렵 검사의 집행지휘가 있었는데도, 사법경찰리는 그로부터 3일 가까이 경과한 2020.2.11. 14:10경 구속영장을 집행하였으므로 사법경찰리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은 지체없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위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수사보고’상의 사정은 구속영장 집행절차 지연에 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구속영장이 그 유효기간 내에 집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기간 동안의 피의자에 대한 체포 내지 구금상태는 위법하다.

(다) 다만, 판결내용 자체가 아니고 피의자의 신병확보를 위한 구금 등의 처분에 관한 절차가 법령에 위반된 경우에는, 그 구금 등의 처분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417조에 따라 법원에 그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변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고 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여지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그 구금 등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것만으로 판결결과에 영향이 있어 독립한 상고이유가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을 살펴보아도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구금의 집행 절차상의 법령위반이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변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여 원심판결의 정당성마저 인정할 수 없게 한다거나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원심판결에 구금의 집행 절차상의 위법성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없다.        

 
7. 대물적 강제처분에서의 관련성 판단기준(대법원 2020.2.13.선고 2019도14341 결정)  
 
(1) 사 안
 
피고인이 2018.5.6.경 피해자 A(여, 10세)에 대하여 저지른 간음유인미수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의 휴대전화는 피고인이 긴급체포되는 현장에서 적법하게 압수되었고,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에 의해 발부된 법원의 사후 압수·수색·검증영장(이하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하여 이러한 압수 상태는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또한 수사기관이 위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추가 자료들을 확보할 당시 피고인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었으나 피고인은 스스로 그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는 범죄사실란에 피해자 A에 대한 간음유인미수 및 통신매체이용음란의 점만이 명시되었으나 법원은 위 영장에서 계속 압수·수색·검증이 필요한 사유로서 영장 범죄사실에 관한 혐의의 상당성 외에도 추가 여죄수사의 필요성을 포함시켰다.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미성년자인 A에 대하여 간음행위를 하기 위한 중간 과정 내지 그 수단으로 평가되는 행위에 관한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은 형법 제305조의2 등에 따라 상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지 아니한 상태였으므로, 이 사건 추가 자료들로 밝혀지게 된 B(여, 12세), C(여, 10세), D(여, 9세)에 대한 범행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에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2017.12.경부터 2018.4.경까지 사이에 저질러진 위 추가 범행들은, ①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일시인 2018.5.7.과 시간적으로 근접한 것일 뿐만 아니라, ② 피고인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하기 위하여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련의 성범죄로서 범행 동기, 범행 대상,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공통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 사건 추가 자료들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 중 간음유인죄의 ‘간음할 목적’이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나아가 이 사건 추가 자료들은 피고인이 위 영장 범죄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른 수법 및 준비과정, 계획 등에 관한 정황증거에 해당할 뿐 아니라, 영장 범죄사실 자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하는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자료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2) 판결요지
 
(가)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하였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압수·수색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의 경우에는 그 압수·수색의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계있는 범죄라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를 의미한다. 그중 혐의사실과의 객관적 관련성은 ①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②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③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의 내용과 수사의 대상, 수사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사유만으로 객관적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4)

(나) 이 사건 추가 자료들로 인하여 밝혀진 피고인의 B, C, D에 대한 범행은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이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인적 관련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추가 자료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압수·수색영장의 범죄사실뿐 아니라 위 추가 범행들에 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8. 판사의 날인이 누락된 영장에 의한 증거수집 (대법원 2019.7.11.선고 2018도20504 판결)

(1) 사 안
 
피고인이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죄와 업무상배임죄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그런데 판사가 발부하였던 압수수색검증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압수·수색의 사유가 기재되어 있고, 수기로 ‘이 영장은 일출 전 또는 일몰 후에도 집행할 수 있다’고 기재된 부분에 날인이 있으며, 별지와 사이에 간인이 있으나 판사의 서명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그 옆에 날인이 없었다. 사법경찰관은 위 영장에 따라 이미징의 방법으로 피고인 소유의 노트북 등을 압수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위 노트북 등에 대한 복제 현장에 참여하였으며 이미지 복제된 파일의 해쉬값을 확인하였다는 문서에 서명하였다. 계속해서 사법경찰관은 위 영장에 따라 압수한 각 복제본에서 영장 기재 혐의사실인 업무상배임과 관련한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범죄일람표의 각 기재 파일 등을 문서로 출력하여 범죄사실 관련 자료를 작성하고, 파일 출력물 중 일부 출력물을 제시한 상태에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검사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참여한 가운데 파일 출력물을 제시한 상태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3회에 걸쳐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였다.
 
원심은 위 영장이 비록 법관의 서명 바로 옆에 날인이 누락되어 있기는 하나 ① 법관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발부된 것이라고 할 것이고, ② 영장주의의 본질은 강제수사의 요부에 대한 판단 권한을 수사의 당사자가 아닌 인적·물적 독립을 보장받는 제3자인 법관에게 유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효하고, 이에 기하여 수집된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2) 판결요지 
 
(가) 수사기관의 절차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지는 수사기관의 증거수집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절차 조항의 취지, 위반 내용과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이러한 권리나 법익과 피고인 사이의 관련성, 절차위반행위와 증거수집 사이의 관련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찰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수집과 2차적 증거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이나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나) 압수·수색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연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한 사항을 기재하고 영장을 발부하는 법관이 서명날인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4조 제1항 본문). 위 영장은 법관의 서명날인란에 서명만 있고 날인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하게 발부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위 영장에는 야간집행을 허가하는 판사의 수기와 날인, 그 아래 서명날인란에 판사 서명, 영장 앞면과 별지 사이에 판사의 간인이 있으므로, 판사의 의사에 기초하여 진정하게 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점은 외관상 분명하다. 당시 수사기관으로서는 영장이 적법하게 발부되었다고 신뢰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었고, 의도적으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거나 영장주의를 회피할 의도를 가지고 위 영장에 따른 압수·수색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위 영장의 내용과 형식, 발부 경위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이 위 영장을 발부받아 그에 기초하여 파일 출력물을 압수한 것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달성하려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파일 출력물이 적법하지 않은 영장에 기초하여 수집되었다는 절차상의 결함이 있지만, 이는 법관이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발부한 영장에 기초하여 취득된 것이고, 위와 같은 결함은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보장 등 법익 침해 방지와 관련성이 적다. 파일 출력물의 취득 과정에서 절차 조항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지 않고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나 법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까지 공소사실과 관련성이 높은 파일 출력물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위 영장이 형사소송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하게 발부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① 그 영장에 따라 압수한 파일 출력물과 ② 이에 기초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인 검사 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경찰 작성의 C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D 등의 각 법정진술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9. 영장의 사전제시의 미비와 사후에 변호인에게 영장 내용을 확인받은 경우(대법원 2020.4.16.자 2019모3526 결정)  

(1) 사 안
 
수사기관이 재항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할 당시 재항고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였는데 재항고인이 영장 내용의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수사기관이 영장의 범죄사실 기재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그 후 재항고인의 변호인이 재항고인에 대한 조사에 참여하면서 영장을 확인하였다.
 
재항고인의 휴대전화 및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에 대한 압수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준항고에 대해 원심은 수사기관이 재항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이하 ‘압수처분’)할 당시 재항고인에게 영장의 범죄사실 기재 부분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준항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결정요지
 
(가)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4조 제1항 본문, 형사소송규칙 제58조는 압수·수색영장에 피의자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연월일, 유효기간, 압수·수색의 사유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영장주의의 절차적 보장과 더불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물건, 장소, 신체에 대해서만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개인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준항고 등 피압수자의 불복신청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과 영장제시제도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수사기관은 피압수자로 하여금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라는 사실을 확인함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이 압수·수색영장에 필요적으로 기재하도록 정한 사항이나 그와 일체를 이루는 사항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9.21.선고 2015도12400 판결 등 참조).5)

(나) 원심의 사실인정에 따르더라도 수사기관이 이 사건 압수처분 당시 재항고인으로부터 영장 내용의 구체적인 확인을 요구받았음에도 압수·수색영장의 내용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에 따른 적법한 압수·수색영장의 제시를 인정하기 어렵고,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압수처분 당시 수사기관이 위 요건을 갖추어 재항고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사정만으로 이 사건 압수처분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

10. 강제채뇨가 허용되기 위한 요건과 절차 (대법원 2018.7.12.선고 2018도6219 판결)6)

(1) 사 안
 
검사는 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피고인이 2017.8.초순 메트암페타민(이하 ‘필로폰’이라 한다)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법원에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청구하여 2017.8.10. 영장담당판사로부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혐의에 관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다. 위 영장의 ‘압수할 물건’란에는 ‘피의자의 소변 30cc, 모발 약 80수, 마약류 불법사용에 대한 도구’ 등이, ‘수색·검증할 장소’란에는 ‘피의자의 실제 주거지[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 등이 포함되어 있다. 피고인은 필로폰 투약으로 인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관은 2017.8.28. 11:10경 부산 해운대구 (주소 생략)에서 피고인에게 위 영장을 제시하고 주거지를 수색하여 사용 흔적이 있는 주사기 4개를 증거물로 압수하고 위 영장에 따라 피고인에게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욕설을 하며 완강하게 거부하였다. 경찰관은 피고인을 3시간가량 설득하였으나 피고인이 계속 거부하면서 자해를 하자 이를 제압하고 피고인에게 수갑과 포승을 채운 뒤 강제로 A의료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피고인이 A의료원 응급실에서도 소변의 임의제출을 거부하자, 경찰관은 같은 날 15:30경 응급구조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신체에서 소변 30cc를 채취하도록 하여 이를 압수한 후 소변을 간이시약(MET)으로 검사한 결과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고 같은 날 16:00 피고인을 마약수사대로 인치 후 피고인의 모발을 채취하여 압수하였다. 
 
제1심에서 피고인에게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년이 선고되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소변에 대한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이 위법하다며 항소하여 항소기각이 되자 상고하였다.

(2) 판결요지
 
(가) 강제채뇨는 피의자가 임의로 소변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피의자에 대하여 강제력을 사용해서 도뇨관(catheter)을 요도를 통하여 방광에 삽입한 뒤 체내에 있는 소변을 배출시켜 소변을 취득·보관하는 행위이다.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하는 강제채뇨는 피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작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장애를 초래하거나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피의자에게 범죄혐의가 있고 그 범죄가 중대한지, 소변성분 분석을 통해서 범죄혐의를 밝힐 수 있는지, 범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하여 피의자의 신체에서 소변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채뇨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는 증명이 곤란한지 등을 고려하여 범죄수사를 위해서 강제채뇨가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의사, 간호사, 그 밖의 숙련된 의료인 등으로 하여금 소변채취에 적합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에서 피의자의 신체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피의자의 굴욕감 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소변을 채취하여야 한다.

(나)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의자의 동의없이 피의자의 소변을 채취하는 것은 법원으로부터 감정허가장을 받아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 제173조 제1항에서 정한 ‘감정에 필요한 처분’으로 할 수 있지만(피의자를 병원 등에 유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221조의3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감정유치장을 받아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1항, 제109조에 따른 압수·수색의 방법으로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압수·수색의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판사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적법하게 발부받아 집행해야 한다.
 
압수·수색의 방법으로 소변을 채취하는 경우 압수대상물인 피의자의 소변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인근 병원 응급실 등 소변 채취에 적합한 장소로 이동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거나 저항하는 등 임의동행을 기대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수사기관으로서는 소변채취에 적합한 장소로 피의자를 데려가기 위해서 필요 최소한의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에서 정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의자의 신체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피의자의 굴욕감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절차에 따른 강제채뇨가 불가능하여 압수·수색영장의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 피고인에 대한 피의사실이 중대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명백한 범죄혐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경찰관의 장시간에 걸친 설득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소변의 임의제출을 거부하면서 판사가 적법하게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저항하였다. 경찰관은 다른 방법으로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압수대상물인 피고인의 소변을 채취하기 위하여 강제로 피고인을 소변 채취에 적합한 장소인 인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 의사의 지시를 받은 응급구조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신체에서 소변을 채취하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에 대한 강제력의 행사가 필요 최소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경찰관의 이러한 조치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에서 정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10조의2 제1항 제2호, 제3호, 제2항 등에 따르면,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와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제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수갑, 포승, 경찰봉, 방패 등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경찰관이 압수영장을 집행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A의료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피고인을 제지하고 자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수갑과 포승을 사용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허용되는 경찰장구의 사용으로서 적법하다.7)

 
11. 체포현장에서의 임의제출 여부와 사법경찰관의 범행목격 (대법원 2019.11.14.선고 2019도13290 판결)

(1) 사 안
 
피고인은 2018.3.26. 08:14경 서울 지하철 ○호선 △△역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명불상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는 등 18회에 걸쳐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는 공소사실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로 공소제기가 되었다.
 
제1심과 원심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검사가 제출한 모든 서류에 대하여 증거동의를 하여 제1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되어 벌금 700만원이 선고되었으나 원심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제출의 임의성이 있어야만 압수물에 대한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인데,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다고 보이는 등 피고인이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된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기에 대하여 경찰관의 강제수사 또는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가 의심되는 반면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휴대전화기 자체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한 2차 증거에 해당하는 휴대전화기에 기억된 저장정보 역시 적법절차로 수집한 증거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이를 보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2) 판결요지 
 
(가) 18회째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서류들 중 휴대전화기에 대한 압수조서의 ‘압수경위’란에는,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2018.3.26. 08:15경 지하철 ○호선 △△역 승강장 및 ‘가’ 게이트 앞에서 경찰관이 소매치기 및 성폭력 등 지하철범죄 예방·검거를 위한 비노출 잠복근무 중 검정 재킷, 검정 바지, 흰색 운동화를 착용한 20대 가량 남성이 짧은 치마를 입고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여성을 쫓아가 뒤에 밀착하여 치마 속으로 휴대폰을 집어넣는 등 해당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는 행동을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그 하단에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을 직접 목격하면서 위 압수조서를 작성한 사법경찰관 및 사법경찰리의 각 기명날인이 들어가 있다. 
 
압수조서 중 위 ‘압수경위’란에 기재된 위 내용은 피고인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의 진술이 담긴 것으로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5항에서 정한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에 따라 휴대전화기에 대한 임의제출절차가 적법하였는지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별개의 독립적인 증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한 이상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가 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자백을 뒷받침할 보강증거가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자백의 보강증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1회부터 17회까지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부분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은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압수할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 부분은 잘못되었지만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본 원심의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압수물 제출의 임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12. 현행범체포현장에서의 임의제출물 압수와 제출의 임의성 (대법원 2020.4.9.선고 2019도17142 판결)  

(1) 사 안
 
(가) 피고인은 2018.3.7. 18:09경 고양시 일산서구에 있는 지하철 3호선 원당역에서 주엽역 사이 전동차 안에서 카메라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기(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기’)로 앞에 앉아 있는 성명불상의 여성 피해자의 치마 속 부위를 몰래 촬영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비롯하여 2018.3.7.경부터 2018.4.18.경까지 7회에 걸쳐 같은 방법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였다. 

(나) 원심은 ①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영장없는 압수는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허용되지 않고, ② 설령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 압수가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기에 대한 피고인의 임의적 제출의사 부재를 의심할 수 있으나 이를 배제할 검사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경찰관이 피고인을 현행범 체포할 때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이 사건 휴대전화기(증 제1호) 및 여기에 기억된 저장정보를 탐색하여 복제·출력한 복원사진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2) 판결요지
 
(가)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압수 가부 
 
범죄를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의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으므로(제218조),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현장에서도 소지자 등이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의하여 영장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고, 이 경우 검사나 사법경찰관은 별도로 사후에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르면 현행범 체포현장에서는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이라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라 압수할 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2항이 정한 사후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원심 판단은 잘못되었다. 

(나)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 
 
이 사건 공판진행 경과는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장을 송달받고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에 관한 주장만을 하였으며, 제1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같은 취지로 변론하였고, ② 제1회 공판기일 이후 선임된 국선변호인도 제출한 변론요지서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양형사유에 관한 주장만을 하면서 그 주장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출하였고, ③ 위와 같이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다투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지 않았고, ④ 검사가 제1심 판결에 대하여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원심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한 후 선고한 판결에서 현행범체포로 인한 심리적 위축, 임의제출에 의한 압수절차와 그 효과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또는 경찰관의 고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어 직권으로 그 임의성을 부정하는 판단을 하였다. 
 
원심으로서는 전혀 쟁점이 되지 않았던 이 사건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하기 전에 추가적인 증거조사를 하거나 그와 같은 임의성에 대하여 증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심리하여 본 후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휴대전화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 현행범 체포현장에서의 임의제출물 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휴대전화기 제출의 임의성에 관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3. 임의수사로서의 임의동행과 제출의 임의성 (대법원 2020.5.14.선고 2020도398 판결)  
 

(1) 사 안
 
피고인은 2018.3.13. 09:40 택시 무임승차 혐의로 X경찰서 Y지구대에 임의동행이 되었다가 필로폰투약 혐의로 X경찰서로 다시 임의동행이 되었다. 그 후 피고인이 X경찰서 형사과 강력2팀 사무실에서 자신의 소변과 모발을 경찰관에게 제출한 시각이 같은 날 22:00이었기에 피고인은 Y지구대에 임의동행된 09:40으로부터 12시간 넘게 경찰서에 있다가 소변과 모발을 제출하였으며, 피고인의 모 A는 경찰관의 연락을 받고 같은 날 12:00 조금 넘은 시각에 X경찰서에 도착하였다. 
 
피고인은 2018.3.12. 저녁경부터 같은 달 13. 08:40경 사이에 ○○시 또는 △△△시 이하 불상지에서, 필로폰 불상량을 일회용주사기에 넣고 물로 희석하여 피고인의 팔 혈관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1회 투약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유죄가 인정되었다. 

(2) 항소심의 판단
 
항소심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임의동행에 관한 절차에 관하여, 제3조 제2항에서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또는 출장소(지방해양경찰관서를 포함하며, 이하 ‘경찰관서’)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동조 제6항에서 “경찰관은 제2항에 따라 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경찰관에게 소변과 모발을 제출한 22:00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피고인이 임의동행된 시간으로부터 6시간이 훨씬 넘은 후에 소변과 모발이 제출된 것은 확실하며, 경찰은 피고인이 경찰관서에 머무는 동안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사실이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임의동행의 형태로 경찰관서에 들어간 후 6시간이 경과한 때부터는 피고인이 자의로 체류하였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불법구금의 상태가 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피고인이 불법구금의 상태에서 제출한 소변과 모발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나) ① X경찰서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X경찰서에 임의동행한 후 피고인에게 소변과 모발을 임의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인은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소변과 모발의 임의제출을 거부하였고, 경찰관들이 계속 설득하자 피고인은 소변과 모발을 임의로 제출하겠다고 말하였다가 다시 제출을 거부하며 계속하여 임의제출의사를 번복하였던 점, ② 경찰관들은 제1심 법정에서 그 당시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로 정신이 혼미해 보였지만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심신상태였고, 피고인에게 임의제출의 의미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증언하였는데, 피고인이 위와 같은 경찰관들의 설명을 듣고도 임의제출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경찰관들은 임의제출을 통한 압수를 포기하고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소변과 모발을 확보하는 절차로 이행하였어야 하였던 점, ③ 경찰관들은 피고인을 다시 설득, 회유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모 A를 경찰서로 불렀는데 피고인은 A의 설득을 받고도 경찰관들의 눈을 피해 양변기 안에 있는 물을 담아 소변 대신 제출하였고, 경찰관이 아닌 A가 채취하는 조건으로만 모발채취에 동의하였기에 A의 설득에도 피고인이 순순히 임의제출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고, 결국 피고인은 A와 여성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변기가 있는 화장실 내 용변 칸의 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소변을 받아 제출하였던 점, ④ 경찰관들은 제1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강압적으로 소변과 모발을 수집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의사에 따라 임의제출을 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경찰관 자신이 소변과 모발 채취 과정에서 작성한 수사보고서의 내용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소변과 모발을 임의제출할 의사가 없었던 것을 여러 군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임의제출된 증거로 보기도 어렵고 달리 임의성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으므로 소변과 모발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 또한 경찰관들이 피고인으로부터 소변과 모발을 제출받은 행위가 위법한 이상 피고인의 소변으로 간이시약검사를 하고 양성반응을 얻었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와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 역시 2차적 증거로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 

(3) 판결요지
 
(가)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에 의한 것인데 동법 제3조 제6항을 위반하여 불법구금 상태에서 제출된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임의동행은 ①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에 따른 행정경찰 목적의 경찰활동으로 행하여지는 것 외에도 ②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따라 범죄 수사를 위하여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도 가능하다.
 
기록에 의하면, 경찰관은 당시 피고인의 정신상태, 신체에 있는 주사바늘 자국, 알콜솜 휴대, 전과 등을 근거로 피고인의 마약류투약 혐의가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경찰서로 임의동행을 요구하였고, 동행장소인 경찰서에서 피고인에게 마약류투약 혐의를 밝힐 수 있는 소변과 모발의 임의제출을 요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임의동행은 마약류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를 위한 것이어서 형사소송법 제199조 제1항에 따른 임의동행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임의동행을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 제2항에 따른 것으로 속단하여 위와 같이 판단한 데에는 임의동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다만 원심은 수사기관이 위 소변과 모발을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른 임의제출물로 압수함에 있어 그 제출의 임의성도 부정하였고,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검사가 위 임의성의 존재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는 데에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어서 임의성을 부정한 판단 부분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임의제출물 압수의 임의성,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과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결국 피고인의 소변과 모발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앞서 본 원심의 임의동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14. 음주측정을 위한 임의동행 거부 이후 도주하는 피의자를 추격하여 제지한 행위와 적법한 직무집행 (대법원 2020.8.20.선고 2020도7193 판결)
 
(1) 사 안
 
경찰관 A, B는 음주운전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여 만취한 상태로 시동이 걸린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있는 피의자를 발견하였다. 경찰관들이 순찰차에서 내려 피의자의 차량에 다가가 피의자에게 음주운전을 했다는 신고가 있으니 음주측정을 위해 차량의 시동을 끄고 내리라고 요구했지만 피의자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하차하지 않았고, 이에 경찰관이 신고자에게 연락하여 피의자가 운전하는 것을 목격하였는지 물어 차량이 10cm 정도 움직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경찰관이 음주감지기 내지 음주측정기를 직접 소지하지는 않았지만 근처에 주차된 순찰차에 보관하고 있었다.
 
경찰관이 하차를 계속 거부하는 피의자에게 지구대로 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 영상을 재생하여 보는 방법으로 운전 여부를 확인하자고 하자 피의자는 명시적인 거부 의사표시 없이 차량에서 내리더니 곧바로 도주하였다. 경찰관 A가 피의자를 10m 정도 추격하여 피의자의 앞을 가로막는 방법으로 제지한 뒤 ‘그냥 가면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로 말하자 피의자가 위 경찰관의 뺨을 때렸고, 계속하여 도주하고 폭행하려고 하자 경찰관이 피의자를 공무집행방해죄 및 상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하였다.

(2) 판결요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은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의 여부를 호흡조사에 의하여 측정할 수 있고,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만취한 상태로 시동이 걸린 차량 운전석에 앉아있는 피고인을 발견하고 음주측정을 위해 하차를 요구함으로써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이 정한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에 착수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인이 차량을 운전하지 않았다고 다투자 경찰관이 지구대로 가서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하자고 한 것은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 중 ‘운전’ 여부 확인을 위한 임의동행 요구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도주한 것을 임의동행 요구에 대한 거부로 보더라도, 경찰관이 음주측정에 관한 직무를 계속하기 위하여 피고인을 추격하여 도주를 제지한 것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에 관한 일련의 직무집행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써 정당한 직무집행에 해당한다. 

15. 정당행위 인정과 기소유예처분 취소 (헌법재판소 2021.3.25.선고 2020헌마257 결정)

(1) 사 안
 
청구인(여)이 2019.11.경 지하철 전동차의 피해자(남) 옆에서 재채기를 하고 이를 불쾌하게 생각한 피해자가 하차하면서 청구인 얼굴 쪽으로 기침을 계속해서 하는 바람에 서로 실랑이가 발생하였고, 청구인은 112에 피해자를 폭행으로 신고하고 피해자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오른손으로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았다.
 
피청구인(부산지검 검사)은 청구인이 피해자의 멱살을 잡았다는 폭행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고, 이에 청구인은 기소유예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결정요지
 
(가)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므로, 이와 같은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①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②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③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균형성, ④ 긴급성, ⑤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나) 청구인은 실랑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오른쪽 가슴 부위를 찔러 112에 신고하였다고 주장하고 피해자는 이를 부인하여 진술이 엇갈리나, 피해자는 청구인의 얼굴을 향해 기침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 진술의 상당 부분이 CCTV 영상 사본과 일치하지 않고 진술 자체도 일관성이 없어 그 신빙성이 떨어지는 반면, 청구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진술의 대부분이 CCTV 영상 사본과 일치하여 그 신빙성이 높다. 또한 CCTV 영상 사본에서 피해자의 등에 가려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는 보이지 않으나 피해자가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를 향해 오른손으로 여기저기 가리키거나 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확인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피해자가 오른손으로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를 찌르는 등의 유형력을 행사하였다고 인정할 여지가 적지 않다. 나아가 청구인은 112에 피해자를 폭행으로 신고하는 도중에 피해자가 사건 현장을 이탈하려고 하자 경찰이 올 때까지 피해자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있었을 뿐이고, 오히려 피해자가 청구인의 멱살을 잡고 밀치고 당긴 사실이 인정된다. 청구인은 피해자와 전혀 모르는 사이로서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는 경우 사후에 피해자의 신병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와 같이 청구인이 피해자의 오른쪽 겨드랑이와 가슴사이의 옷을 잡고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한 행위는,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균형성, 긴급성,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피해자가 112 신고 전 청구인의 오른쪽 상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거나 또는 CCTV 영상 사본에서 확인되는 목격자 등을 조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한 것은 정당행위에 대한 법리오해 및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및 자의적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으며,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
 
따라서 피청구인이 2020.1.10.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8)

각주)-----------------------------

1) 법률신문 2021.4.8.자, “피의자신문 전 수갑해제 요청 묵살하고 변호인 퇴실 조치는 위법” 기사에 의하면 대법원에서 검사와 국가는 연대해서 피의자와 변호인에게 각 500만원씩(제1심에서 각 200만원이 선고되었으나 제2심에서 각 500만원으로 배상액이 상향)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2020다293797). 

2) 원심법원이 공소기각판결의 사유가 없음에도 공소기각판결을 하거나 관할권이 있음에도 관할위반판결을 하는 바람에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를 하지 않은 것이 위법이므로 원심법원으로 하여금 실체심리를 하도록 예외적으로 환송을 인정한 것이므로 만일 이런 경우에 항소법원이 파기자판을 하게 되면 당사자의 심급이익을 침해하게 되어 위법하다.

3) 대법원 2017.4.7.선고 2016도19907 판결,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과 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현행범인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없는 체포로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여기서 현행범인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지만, 체포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그 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한 검사나 사법경찰관 등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경우에는 그 체포는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6.2.18.선고 2015도13726 판결; 대법원 2011.5.26.선고 2011도3682 판결, <경찰관이 피고인을 모욕죄의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안에서 ① 체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② 사안 자체가 경미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어 경찰관에 대해 상해를 가한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공무집행방해죄를 무죄로 인정한 사례>; 대법원 1999.1.26.선고 98도3029 판결.

4) 대법원 2017.12.5.선고 2017도13458 판결, <甲이 2016.4.11.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위의 글을 게시하였다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사실로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압수한 A의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결과로 甲이 2016.3.30.경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홍보물 게재를 부탁하면서 A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서 甲을 기소한 경우에 공소사실은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에 대한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서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공소사실과 압수수색영장 기재 혐의사실은 모두 甲이 범행주체가 되어 페이스북을 통한 선거운동과 관련된 내용이므로 인적 관련성도 인정되어 위 분석결과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7.1.25.선고 2016도13489 판결, <甲이 인천 송도 건설현장의 식당운영권 수주와 관련하여 건설회사 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배임증재 혐의사실로 수사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요청허가서를 발부받아 그 집행과정에서 甲과 부산교통공사 사장 乙의 통화내역을 확보하여 乙이 甲으로부터 부산교통공사가 발주하는 지하철공사현장의 식당운영권 수주청탁을 받아 뇌물을 수수하고, 甲이 뇌물을 공여한 사실을 밝혀서 甲과 乙을 기소한 경우에 공소사실은 건설현장 식당운영권 수주와 관련한 甲의 일련의 범죄혐의와 범행 경위, 수법 등이 공통되며 범행시기도 근접하고,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그 범행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범죄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소사실과 위 허가서에 기재된 혐의사실은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허가서에 대상자로 기재된 甲은 乙의 뇌물수수 범행의 증뢰자로서 공범에 해당하여 인적 관련성도 인정되어 위 통화내역은 공소사실의 증명을 위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사례>

5) 이완형, “압수·수색영장의 제시 범위 및 방법” 「김신 대법관 재임기념 논문집」, 사법발전재단, 2018.11., 501면에 의하면 영장제시범위에 관해서 ① 영장의 제시는 압수·수색영장의 표지를 제시하여 지방법원 판사에 의하여 정당하게 발부된 영장임을 확인시키는 것으로 족하고, 다만 압수·수색영장 별지에 기재되는 ‘압수·수색의 대상’은 원래 표지에 기재되어야 할 내용이 별지에 기재되는 것에 불과하므로 표지와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는 영장표지 제시설과 ② 영장의 제시에는 단순히 영장의 표지를 제시하는 것 이외에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까지 함께 고지하여야 한다는 범죄사실 고지설이 대립된다고 소개하고 있다.

6) 2020년 변호사시험 제2차 모의시험 사례형 제1문으로 출제.

7) 대법원 2016.12.27.선고 2014두46850 판결, 「음주운전 여부에 관한 조사방법 중 혈액 채취(이하 ‘채혈’이라고 한다)는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수반하는 방법으로서, 이에 관하여 도로교통법은 호흡조사와 달리 운전자에게 조사에 응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측정에 앞서 운전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제44조 제3항), 운전자의 동의없이 임의로 채혈조사를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운전자의 동의없이 혈액을 취득·보관하는 행위는 형사소송법상 ‘감정에 필요한 처분’ 또는 ‘압수’로서 법원의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압수영장이 있어야 가능하고, 다만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운전자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있는 등으로 호흡조사에 의한 음주측정이 불가능하고 채혈에 대한 동의를 받을 수도 없으며 법원으로부터 감정(처분)허가장이나 사전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사기관은 예외적인 요건하에 음주운전 범죄의 증거수집을 위하여 운전자의 동의나 사전영장없이 혈액을 채취하여 압수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후에 지체없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음주운전 여부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운전자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또한 법원의 영장도 없이 채혈조사를 한 결과를 근거로 한 운전면허 정지·취소 처분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3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한 처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4.11.13.선고 2013도1228 판결; 대법원 2012.11.15.선고 2011도15258 판결. 

8) 헌법재판소 2021.5.27.선고 2020헌마1163 결정, <약사법위반 사례>; 헌법재판소 2021.2.25.선고 2019헌마929 결정, <청구인의 행위가 강제추행을 당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등 이유로 청구인에게 상해의 피의사실을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헌법재판소 2020.12.23.선고 2020헌마892 결정, <수사기록상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자폐성 장애 1급 장애인인 청구인에게 재물손괴 및 절도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의사실을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헌법재판소 2020.9.24.선고 2020헌마130 결정, <임대차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음에도 임차인이 퇴거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는 영업장의 전기를 단전하였다며 청구인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한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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