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7) / 냉정과 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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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7) / 냉정과 열정 사이
  • 정명재
  • 승인 2021.07.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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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일본의 소설가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집필한 소설 제목이며 영화로 상영된 냉정과 열정 사이. 이십 대의 나이에는 일본소설에 푹 빠져 주말이면 소설책을 껴안고 살았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거의 섭렵한 시기이기도 하다. 국내 작가로는 한수산, 박완서 등 소설 읽는 재미로 시간을 잘 보냈다. 젊음의 한 페이지는 이렇듯 한 문장으로 귀결될 만큼 간결하다. 나이가 들면서 책을 멀리하고 시간에 쫓기듯 살아가다 보니 감성보다는 이성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시험이 어떻고 자격증이 어떻고 등 이러한 주제는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고민거리 내지는 목표로 자리하게 된다.
 

읽고 싶은 소설, 시집, 만화책, 잡지 등을 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한 걸 보면 인생을 너무 무미건조(無味乾燥)하게 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인터넷 뉴스기사, 유튜브, 구글에 정신이 팔려 나의 생각, 나의 감정을 읽는 능력은 약해지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나의 생각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많은 세상이다. 삶의 궤적을 살필 겨를도 없이 세상이 주는 정보의 바다에 묻혀 살아간다. 연예기사, 정치기사, 경제기사 등 쉼 없이 쏟아지는 잡다한 소식에 머리는 어지럽고 판단력은 잠시 미뤄둔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이지만 정신적인 풍요와 비례하여 발전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자랑하는 경제 성장은 고도성장(高度成長)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기도 하다. 자살률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노인빈곤률 1위 그리고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에 가깝다. 세계 7대 수출대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면(裏面)에는 무수히 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었다.

무조건 빨리 그리고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미덕(美德)처럼 떠받들어 온 사회에서 과정의 공정성보다는 결과의 화려함에 취해 살아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볼 시간이다. 실패를 용인(容忍)하고 기다려 주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패와 시련에서 한 걸음씩 전진할 때 얻을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어야 한다. 실패란 성공의 어머니이며 실패를 통해서만 성공의 참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긴 고생과 힘겨운 절망의 시기를 겪어낸 후 맞이하는 시원한 바람 한 줄기의 청량함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다.

시험 결과가 발표되고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喜悲)가 교차되는 시간이 바로 7월이다. 시험을 위해, 합격을 위해 달려온 인고(忍苦)의 시간에 대한 보상과 결과물이기도 하겠지만 합격한 이들에게는 안도의 한숨이, 불합격한 이들에게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시간은 흐를 것이고 과거로 남을 7월을 오랫동안 기억하며 아파하거나 승리에 도취하는 이들은 가급적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실패를 곱씹고 많은 후회와 아쉬움에 긴 시간 빠져들기도 한다.

스물에 읽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떠올리는 건 인생 역시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결혼과 연예, 설렘과 권태, 도전과 안주, 실패와 성공 사이에서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삶에 누구나 예외가 없을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와 정신적인 평화가 함께 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둘의 조화는 많은 노력과 수행(修行)을 요한다. 최근에 만나는 수험생들은 50대~70대가 많다.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분들이 나의 수강생이며 동시에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 잠시 쉬는 시간에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것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열정이 사라질 수 있을 나이에 열정을 간직하고 도전하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부럽고 한편으로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은 이미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얻은 삶의 결과물일 것이고 자발적인 의지로 선택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는 부모님들의 등쌀에 못 이겨 공부를 한다. 하기도 싫은 공부를 왜 하는지부터 내가 지금 이러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모른다. 국어도 싫고, 영어는 더 싫고 수학은 보기도 싫다. 공부 노이로제(neurosis)에 걸릴 만큼 대한민국은 교육열에 몰입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공부는 쉽고 재미있다는 생각보다는 무조건 암기하고, 무조건 외워야 한다는 것이 바로 공부(study)의 정의(定義)로 알고 있다. 내가 그간 만났던 많은 수험생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공부에 지쳐있던 상황에서 다시 공무원 시험공부, 자격증 시험공부, 편입시험 등에 몰입해야 하니 하기 싫고 재미없는 것은 공부의 세계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부모는 식지 않은 열정에 몰입하는 동안, 자녀들의 열정은 사라지고 냉정함조차 기대하기 힘든데, 공부를 해야 한다니 아이러니(irony)한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지금 만나는 수험생들은 달랐다. 그들의 공부결심은 자발적인 선택이었고 자신의 의지를 정성스럽게 담아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다. 시험공부는 하나의 기술이며 기술(skill)이야 누구나 배우고 익히면 어렵지 않다. 사실, 합격을 위한 시험 준비에서 중요한 요소 하나를 고르라면 난 주저 없이 공부를 하고자 하는 결심(決心) 그러니까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마음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은 결과를 이끌기 때문이다. 처음의 출발점은 마음이 되어야 한다.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공부할 마음이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마라. 공부는 선택의 문제가 되어야지 당위성의 범주에 넣으면 부작용 역시 큰 법이다. 공부를 하는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무엇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지금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심한 그것이 옳은 것이다. 공부를 하기 싫을 때는 공부하지 마라. 너무 힘들게 그리고 너무 고통스럽게 공부를 하려고도 하지 마라. 공부를 멀리 하면, 공부가 그리워질 때도 있는 법이다. 영화 보는 것이 즐겁고, 운동하는 것이 좋고, 게임하는 것이 신난다면 그것을 하며 삶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인생이다. 그러고 나서 공부가 하고 싶을 때, 그때 공부재미를 알아 도전하고 몰입한다면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늦고 빠름의 차이를 걱정하며 살아간다면 소심한 공부에서 두려운 공부로 이어지게 된다.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수험생인가? 그렇다면 고희(古稀)의 나이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그들에게 배워라. 지금이 공부하기에 딱 좋은 때라는 그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라. 나도 그들에게서 공부를 가르치며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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