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제 폐지는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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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제 폐지는 합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7.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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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세무분야 전문성 제고·특혜시비 없애기 위해 폐지 필요”
재판관 4인 “변호사는 세무사 능력 갖췄다” 헌법불합치 주장
대한변협 “청년 변호사에 대한 자의적 차별”…재차 헌소 제기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한 것은 헌법에 합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과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 세무사 자격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있었으나 세무사법은 2003년 개정을 통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하되 세무사로서 등록은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세무사로서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2017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세무사법은 2018년 1월 1일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자부터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도록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제’를 완전히 폐지했다. 다만 부칙으로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 대해서는 계속 세무사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가 15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자동부여제를 폐지한 세무사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동일 규정에 대해 재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좌측부터)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영훈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기원 서울회 법제정책이사
헌법재판소가 15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자동부여제를 폐지한 세무사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한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가 동일 규정에 대해 재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좌측부터)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김영훈 대한변협 부협회장, 김기원 서울회 법제정책이사

이에 2018년 1월 1일 이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청구인 A와 같은 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청구인 B는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할 수 없게 되자 개정 세무사법이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5일 헌재는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에게 더 이상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지 않는 구 세무사법 제2조, 이 사건 법률조항의 시행일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에 관한 경과조치를 정하고 있는 부칙 제1조 중 세무사법 제3조에 관한 부분 민 제2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2018헌마279·344, 2020헌마961 병합)했다.

헌재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세무사시험에 응시하는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함과 동시에 세무분야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와 같은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자격 부여 제도의 폐지가 필요하므로 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변호사가 세무나 회계 등과 관련한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여 변호사에게 반드시 세무사의 자격이 부여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변호사에 대해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국가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점, 세무사법은 세무사 제도가 정착되고 세무대리시장의 수급이 안정됨에 따라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대상을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현행법상 실무교육에 더해 세무대리업무에 특화된 추가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을 통해서는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와 관련된 특혜시비를 없애고 일반 국민과의 형평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점,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점 등도 반영됐다.

헌재는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해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를 하는 것 외에는 세무대리를 할 수 없게 되어 업무의 범위가 축소되는 불이익을 입었으나 이러한 불이익이 위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칙조항에 대해서는 “청구인들의 신뢰는 입법자에 의해 꾸준히 축소돼 온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에 관한 것으로 그 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보호가치가 있는 신뢰라고 하더라도 변호사의 직무로서 세무대리를 할 수 있으므로 신뢰이익을 침해받는 정도가 부칙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평등권과 관련해서는 개정법 시행 당시 이미 변호사 취득해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있는 요건을 현실적으로 구비하고 있던 이들과 장차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까지 자동으로 부여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만을 가지고 있던 청구인들에게는 차이가 있으므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반해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재판관은 ‘헌법불합치’ 의견을 제시했다. 변호사에게는 세무대리업무에 관한 전문성이 있으므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해야 한다는 게 이들 재판관의 주장이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재판관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세무서비스 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념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의 협력의무 이행을 저해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입법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법정의견과 평가를 달리했다.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자동부여제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22일 법원삼거리 앞에서 개최된 대한변호사협회 집회 현장.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자동부여제를 폐지하는 세무사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17년 12월 22일 법원삼거리 앞에서 개최된 대한변호사협회 집회 현장.

이어 “설령 입법목적을 세무분야의 전문성 제고라고 파악해 그 정당성을 인정하더라고 변호사에게는 세무사로서 수행할 수 있는 세무대리업무 전반에 관해 전문성이 인정되므로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업무는 원래부터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돼 온 업무이며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는 다른 세무대리업무들에 부수한 업무이자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기초가 되는 업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들 두 업무에 대해서도 변호사의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

반대의견은 “자격제도의 속성상 입법자로서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실제 업무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당해 직업의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지식 등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이면 모두에게 자격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하며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하되 추가 교육 이수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부칙조항에 대해서는 김기영 재판관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입장에 섰다. 5인의 재판관은 “이 사건 부칙 조항으로 말미암아 이미 세무사 자격 취득에 대한 기대를 가진 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한 단계에 진입한 사람들은 이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종전과 달리 반드시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며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시험의 일부를 면제한다든지 유예기간을 두는 등의 일체의 조치가 마련된 바도 없으므로 신뢰이익의 침해 정도는 중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헌재의 결정에 불복, 합헌 결정이 내려진 15일 재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한변협은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제 폐지 및 그에 관한 부칙 조항 등이 “청년 변호사에 대한 자의적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일괄하여 박탈한다”는 전제에 따라 대한변협은 해당 규정 등이 △다양한 세부 법률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청년 변호사들의 신뢰를 침해해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며 △세무사 자격이 인정되는 기성 변호사들과 달리 청년 변호사들을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변협은 “비록 금번에 헌법재판소가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일괄 박탈하는 것이 합헌이라 결정을 내렸지만 세무사법 개정 당시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까지 일괄 박탈한 세무사법 부칙 제2조에 대해서는 헌법재판관 중 다수인 5인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표시하고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박탈한 세무사법 제3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관 4인이 반대의견을 제시한 것은 현행 세무사법의 위헌성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해당 규정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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