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16 / 2021 ‘칠전팔기’ 재시생들의 합격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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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16 / 2021 ‘칠전팔기’ 재시생들의 합격 수기
  • 이유진
  • 승인 2021.07.13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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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메가공무원학원 국어 대표 강사

- 2019년에 처음 수험생활을 할 때 엄청 자만했었어요. 뭔가 될 것 같은 느낌?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첫해 시험 준비를 할 때는 설렁설렁했습니다. 그냥 공부하는 내용이 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2019년 시험을 치고 내가 크게 잘못 생각했구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감에 차 있던 준비기간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으로 떨어지게 되었고, 진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자만했구나 깨달았거든요.
 

그 후에 이렇게 준비해서는 평생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겠다 생각하여 다시 처음부터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 합격을 목표로 열심히 다시 준비를 시작했지만 아쉽게도 또 떨어지게 됐어요. 20년 시험을 준비할 땐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 상태라 ‘이 시험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 나 떨어져도 아쉽지 않아. 그만할 거야’라는 말을 시험치기 전부터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결혼 4년차인데 현직 공무원인 남편이 제가 시험을 준비해 보겠다고 했을 때 포기하지만 않으면 다 된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다 나 이만큼 했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험을 보고 난 뒤 책도 다 버렸어요. 떨어져도 다시 하지 않으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만하면 됐어 라고 포장하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막상 불합격 통보를 마주하고 나니 앞으로 그럼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결혼하고 1년 정도 뒤부터 시험 준비를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은 그동안 작든 크든 무언가를 하면서 흐르는 시간을 살았던 것 같은데, 저의 시간은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 채 멈춘 것 같았거든요. 다시 시험 준비를 하려는 마음을 먹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다시 시작하면 이제 진짜 합격이라는 결과를 내놔야 하는데 또 떨어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거든요.

한 번 더 해보자 마음먹고 한 달 정도를 정말 심하게 아팠어요. 해야겠다는 마음과 달리 몸이 거부했나 봐요. 그런 시간을 보내고 다시 준비를 시작해서 결국 이런 글을 쓰는 날이 오게 됐네요.

지금 다시 수험 생활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작년에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 글을 쓸 일이 없었을 거예요. 힘내세요!

- 이 시험의 슬픈 점은 오래 한다고 붙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어중간한 3년보다 절실한 1년이 합격에 더 유리한 시험이더라고요. 제가 원래 부모님과 3년을 약속하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3년째 되는 해에 저는 붙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못 봐서, 그때 살면서 처음으로 엉엉 울어봤어요. 울면서 부모님께 제발 1년만 더 하게 해달라고, 나 진짜 다음 해엔 붙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그 1년 동안 제일 열심히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내 시험이다’라는 느낌이 오는 시험이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이번 지방직 시험을 보면서 그걸 느꼈어요. 저를 물체로 표현하자면 녹아서 흐물거리는 슬라임일 거예요. 게으르고 독기도, 경쟁 심리도 없거든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집에서 학원까지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버스랑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처음엔 자취를 할까 고민도 했는데 출근시간에 사람들에게 치이면서 스스로를 다잡았어요. ‘아.... 아침에 이렇게 다니는 거 진짜 못해먹겠다. 이번에 꼭 붙어서 이짓 다신 안 할래!’ 약간의 각성 효과가 있더라구요.

학원도 실강을 꾸준히 들으러 다녔습니다. 교수님들의 채찍질도 필요해서요. 코로나 때문에 학원에서 자습을 못하게 되어서 독서실에 다녔는데, 혼자 하니까 처져서 마침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동생을 옆에 앉게 해서 같이 공부했어요. 동생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고 좋았습니다!

막판에는 ‘진짜 취업준비 너무 하기 싫다!! 이걸로 끝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했습니다. 이 중에서 제일 효과 좋았던 건 동생을 옆에 앉혀 놓고 공부하는 거였어요. 성격상 혼자 하는 게 편해서 스터디는 따로 안 했어요. 운동도 안 했는데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해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할 수 있겠더라고요.

- 초시나 재시 때에는 ‘내가 아직 배운 게 적으니까’라는 생각에 시험이 끝났어도 바로 공부를 다시 시작했었는데 세 번째 시험, 2020년 국가직이 끝나고는 슬럼프가 왔어요.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렸는데 목표점에 도달하지 못하니까 더 나아갈 의지가 안 생겼어요. 그래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잘한 것보다 못한 게 더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트랙을 달리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던 것이 문제였어요.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생각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면서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진도에 급급하여 겉핥기식 공부를 했더라고요.

학원 수업은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두를 위한 평균적인 수업. 하지만 개개인의 학습정도가 다르고 이해력이 다른데 학습 수업만으로 모든 게 채워질 수 있을까요? 모든 강의를 들을 필요는 없지만 내가 부족한 부분의 강의는 반복적으로 수강 및 복습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들었던 강의를 또 듣는다는 게 비효율적이라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일 년 더 공부하게 되는 것보다는 효율적인 길입니다. ‘빨리’, ‘효율’을 찾다가 ‘합격’이라는 큰 그림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이유진 국어 다음 카페에서 더 많은 필합 수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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