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시대와 기초법학의 위기, 해결책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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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시대와 기초법학의 위기, 해결책 있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7.09 18: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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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법학 진흥 위한 대안 모색하는 토론회 개최
법학교수들 이구동성 “기초법학 교육 부실” 인식
“기초법학, 법학교육·법조문화 형성에 매우 중요”
필수 교과목화, 로스쿨 입시에 평가 반영 등 대안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이후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위기, 그 중에서도 기초법학 고사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초법학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진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돼 주목된다.

한국법학원(원장 권오곤)은 한국법사학회, 한국법사회학회, 한국법철학회 등 기초법학을 연구하는 3개 학회로 구성된 기초법학 연석회의와 서울대 법학연구소(소장 김종보)와 함께 지난 7일 서울대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토론회-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을 온오프라인 동시진행으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로스쿨 출범 이후 새로운 체제에서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가 큰 위기를 맞았다는 공감대 아래 법조·법학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기초법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토론회는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의 축사에 이어 김영란 전 대법관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로스쿨 교수 열의 아홉이 기초법학 교육이 부실하다고 평가하는 현실 속에서 교과목에서의 필수화, 변호사시험 과목화, 로스쿨 입시에서의 평가 반영, 기초법학 교원 및 연구직 확대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한 기초법학 발전 방향들이 제시됐다.
 

지난 7일 서울대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토론회-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이 개최됐다. /사진: 이성진 기자
지난 7일 서울대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토론회-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이 개최됐다. /사진: 이성진 기자

“실정법 해석과 관련한 다양한 학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김영란 전 대법관은 심헌섭 교수의 법철학개론을 수강한 학창시절의 경험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법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연수원을 다니고 판사로 근무하면서 논문을 써 석사학위도 받았다.

당시 논문에 대해 김 전 대법관은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말을 하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고 표현했다. 심 교수에게 받은 테오도르 피벡의 책은 번역본으로 읽어도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철학자들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재인용되는 독일학자들의 논문도 구하기 어려웠기에 김 전 대법관은 “피벡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수준의 논문을 간신히 쓸 수밖에 없었”고 “이후 법철학에 대해 잊어버리고 해석법학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헤엄쳐 다녔다”고 했다.

그런데 2004년 8월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대법원 판결과 일본이나 독일의 판결, 이론서에 의지하던 그 동안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입장이 됐다. 판례나 다수설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수많은 난제들 속을 헤매며 김 전 대법관은 “법률의 문리적 해석 등 전통적인 해석법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판사들이 의존할 수 있는 해석의 기준은 없는 것인지 하는 오래 간직한 의문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김 전 대법관은 “법학 관련 기초학문을 법률실무가들이 많이 접하고 평소의 사건 해결에 참조할 필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며 “나처럼 너무 늦게 깨닫는 법률실무가가 아니라 늘 사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는 법률실무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기조강연을 통해 “법학 관련 기초학문을 법률실무가들이 많이 접하고 평소의 사건 해결에 참조할 필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며 “늘 사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는 법률실무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성진 기자
김영란 전 대법관은 기조강연을 통해 “법학 관련 기초학문을 법률실무가들이 많이 접하고 평소의 사건 해결에 참조할 필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며 “늘 사유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는 법률실무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성진 기자

또 판례 비평에 있어서도 해석법학 분야와 같이 기초법학 분야에서도 대법원의 태도를 당연히 전제하며 기존의 법리에 포섭하는 수준을 넘어 가차 없는 분석과 비판을 통해 판사가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사유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더 진전된 사유를 토대로 한 판결이 나오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전 대법관의 기조강연에 이어진 제1발표는 ‘법사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로스쿨 법학교육에 있어서 로마법의 기여 가능성을 중심으로’에 대해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표했다.

정 교수는 로스쿨 도입 후 판례 편중이 사법시험 시절보다 한층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한국의 변호사시험과는 다른 방향성을 보이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의 변호사시험에 해당하는 독일의 국가시험에 0.5점이 부족해 탈락한 학생이 이의를 제기한 사안에 대한 재고절차에서 시험주관청은 “답안 중 상당부분이 수험서의 모범답안과 거기서 다룬 판례와 동일하다”며 부정행위로 결론, 논란이 된 과목의 점수를 0점으로 처리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법원도 “수험생이 자신의 논증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채점위원들의 지적은 타당하고 단순히 문장을 외워서 쓰는 것은 독자적인 답안이라고 할 수 없으며 서로 다른 견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해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를 취하는 것이 기대된다”고 사실상 시험주관청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로스쿨 교육에서는 리걸 마인드 형성을 위해 실정법 해석과 관련한 다양한 학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법학도들이 로스쿨에서 법이론을 제대로 교육받아 판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능력을 함양하지 못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법리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판례를 변경시킬 적극적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로스쿨 교육은 실정법이라는 드넓은 호수의 모든 고기를 잡아주려고 시도하기 보다는 고기 잡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로마법과의 대화를 고기 잡는 방법의 하나로 추천했다.

이어 현행법과 논쟁의 연속성을 갖는 다양한 로마법의 법리와 그와 같은 법리가 나오게 된 배경들을 소개하며 해당 법리가 현행법에 어떤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지 또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활용될 수 있는지 등을 전했다.
 

‘법사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로스쿨 법학교육에 있어서 로마법의 기여 가능성을 중심으로’에 대해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 사진 이성진 기자
‘법사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로스쿨 법학교육에 있어서 로마법의 기여 가능성을 중심으로’에 대해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성진 기자

정 교수는 “12표법 이래 고전시대 후기까지 700년 가까운 세월 발전했던 고대 로마법의 발자취는 우리 민법 발전을 위한 방향지시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조윤리가 사회적 문제로 되고 있는 세태와 관련해 동생의 살해를 정당화해 줄 것을 요구하는 카라칼라 황제의 명을 거부하고 참수형을 당한 로마의 법률가 파피니아누스의 사례로 결론을 갈음했다.

제2발표는 ‘기초법학 교육·연구 현황과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을 주제로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 TF의 양선숙 경북대 교수와 오민용 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관련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발표했다.
 

오민용 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위)과 양선숙 경북대 교수가 로스쿨의 기초법학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성진 기자
오민용 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위)과 양선숙 경북대 교수(아래)가 로스쿨의 기초법학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성진 기자

로스쿨의 기초법학 활성화 방안으로 ‘필수과목 지정·평가 지표 반영’ 선호도 높아

오민용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설문조사는 로스쿨 교수와 기초법 연구자로 조사대상을 나눠 기초법학 교육의 현황과 기초법학 수강에 적합한 방식,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취합했다.
 

먼저 로스쿨 교수들(153명 참여)은 현재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2.9%가 “별로 그렇지 않다”, 37.3%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하며 열의 아홉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초법학 수강 방식과 관련해서는 먼저 시기적으로 1학년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이 49.7%로 가장 많았고 30.3%는 모든 학년에서 가능하다고 답했다. 학점은 2과목 6학점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60.1%로 가장 많았으며 1과목(3학점)이 20.9%로 뒤를 이었다.

로스쿨에서 기초법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육과정상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로스쿨 평가 지표에 반영’,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등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학부와 로스쿨의 기초법학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문제점으로서 응답자 중 70명이 “교육의 변호사시험으로의 종속”을 꼽았고 그 대안으로는 “필수과목화, 과목의 다양화, P/F, 학점 수 확대”를 36명이 제안했다.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와 “학부 교육의 강화” 등의 의견도 각 20명, 14명에게서 제시됐다. 기타 의견으로 기초법학과 개별법학 및 법실무의 연계성 강화, 교육평가지표에 반영, 표준적인 기초법학 공통교재 및 수업방식 개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과목 변경 및 법철학, 법제사, 법사회학 등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초법 연구자(74명)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기초법 연구자에게는 로스쿨 외에 학부에서의 기초법학 교육에 대한 질문이 추가됐다. 기초법 연구자들은 현재 학부에서 기초법학 교육이 충실히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43.2%가 “별로 그렇지 않다”, 45.9%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학부에서 기초법학강의를 수강하기에 적합한 시기에 관해서는 “모든 학년에서 가능하다”는 의견이 58.1%로 가장 높았던 점이 로스쿨과 달랐다. 다음으로 3학년 23%, 1학년 13.5% 등 순으로 집계됐다. 과목 수는 3과목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43.2%로 가장 많았으며 2과목 41.9% 등 로스쿨에 비해 교육기간이 긴 학부의 특성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의 기초법학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학부에서 기초법학 과목을 강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복수 응답)은 “수강생 부족”이 54.1%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적절한 교재 부족”이 43.2%로 뒤를 이었다.

로스쿨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초법학 교육의 충실성에 대해서는 36.5%가 “별로 그렇지 않다”, 56.8%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학부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기초법학 수강 시기에 대해서는 로스쿨 교수들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비해 “모든 학년에서 가능하다”는 의견이 47.3%로 가장 많은 점이 눈에 띈다. 1학년이 가장 적절하다는 의견은 43.2%였다.

기초법학 과목의 학점은 2과목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40.5%, 3과목이 36.5%였으며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과목을 강의하는 데 있어서 겪고 있는 어려움(복수 응답)으로는 “변호사시험 위주의 교육과정이나 분위기”가 90.5%, “수강생 부족”이 60.8%, “변호사시험의 정원제 운영”이 29.7% 등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로스쿨에서 기초법학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육과정상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큰 지지를 받았으며 “로스쿨 평가지표에 반영”,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에 포함”하는 방안 등의 순으로 지지도가 높았다.
 

기초법학 과목을 변호사시험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56.8%가 찬성, 43.2%가 반대했으며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학점이수제”를 통해 반영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의견이 59.5%, “주관식시험”이 26.2%, “객관식시험”이 14.3% 등이었다.

기초법학의 학문후속세대 양성 방안에 대해서는 “대학 내 기초법학 교원 및 연구직 확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법조인양성제도에서 기초법학 교육 강화”, “기초법학 관련 공공연 설립 또는 기존 연구기관 내 기초법학 분과 추가”, “기초법학을 위한 장학금 또는 연구 프로젝트 확충”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기초법학 연구자들은 학부 기초법학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주관식)에 대해 교육의 변호사시험으로의 종속과 실정법 위주의 교과과정, 기초법과 개별법의 분리를 문제점으로 지목했고 대안으로 기초법 과목의 필수화, 교양과목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로스쿨에 대해서도 문제점으로 교육의 변호사시험으로의 종속이 꼽혔다. 대안으로는 교육과정의 필수화 또는 졸업요건화, 변호사시험 과목에 포함시키는 방안 등이 제안됐다.

설문결과 발표에 이어 양선숙 교수는 기초법학 교육의 중요성과 기초법학 교육의 현황, 활성화를 위한 대안과 향후의 아젠다 등에 대해 발표했다. 양 교수는 학부에서의 기초법학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부 공통의 선택적 필수과목으로 기초법학 과목을 지정하는 방안과 표준 커리큘럼 및 교재를 개방하는 방안, 법학적성시험 출제 시 기초법학 관련 지문과 문항을 확충하고 논술시험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로스쿨의 경우 기초법학 교과목을 선택적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거나 학점이수제를 도입하는 방안, 기초법학 전담교원의 확보 및 권역대 대학간 공동 운영 허용 방안, 계절학기에 기초법학 강좌를 개설해 로스쿨 입학 후 학점을 인정해 주는 방안, 기초법학 교과목들 간의 유기적 커리큘럼 개발, 표준교재 개발 등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자료: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 TF
이상 자료: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 TF

기초법학에 대한 연구를 진흥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로스쿨 등의 기초법학 전담교원의 확충과 유관 국책기관에서 기초법학 연구원 채용, 기초법학연구원 설립, 법조실무 연수과정 개발, 법학적성시험 지문 및 문항 개발,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기금 마련안을 제안했다.

“커리큘럼의 대폭적 개선 없이 기초법학 과목 더하면 학생 부담만 가중” 우려도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는 김인재 인하대 교수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박광서 판사, 나희석 검사,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 박지윤 이화여대 연구교수, 정일영 박사, 최호동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인재 교수는 “시험으로 하면 교육이 파행된다”며 기초법학 과목의 시험화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변호사시험에 선택과목을 포함했기 때문에 선택과목 교육이 파행화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같은 관점에서 기초법학을 법학적성시험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시험으로 연계되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숙고가 필요하다”며 “학부에서 기초법학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은 솔직히 없다. 기초법학만 강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사회적 수요와 필요에 의해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김인재 인하대 교수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기초법학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성진 기자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김인재 인하대 교수와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이 기초법학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성진 기자

로스쿨에서의 기초법학 교육에 대해서는 “여러 대안이 나왔지만 핵심은 필수제”라며 “모든 법학자들과 대법원, 법무부 등이 힘을 합쳐서 법전원법 시행령 개정 작업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변호사시험 유형 자체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초법학 과목을 넣으라는 것은 아니고 판례 중심의 출제를 벗어나 법적 고민이 들어갈 수 있는 문항을 만들어 내면 학생들이 기초법학 소양을 쌓을 필요를 느끼고 여기에 교육과정을 통해 학점이수제와 연결된다면 기초법학이 보다 탄탄하게 정착되고 법학이 위기를 벗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수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로스쿨 인가 대학에 법과대학이 폐지된 점을 기초법학의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찾아 듣는데 법학공부는 안 한다. 그 이유는 법과대학이 없어지면서 학부에서 접해볼 기회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 안에서만 소화하려고 하니 폐강이 되는 것이다. 4년에서 3년으로 법학교육 기간을 줄인 취지는 기초법학은 학부에서 소화하고 오라는 취지 같은데 그러려면 학부에서 이런 수업을 열어주고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학생들도 많이 들을 것이고 교원 수요도 늘어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로스쿨 입시에 기초법학에 대한 테스트가 들어가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광서 판사는 “커리큘럼의 대폭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박 판사는 로스쿨에서 강의를 진행한 경험을 소개하며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학습량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옛날 과정을 최소 2배속으로 돌려야 되는 상황”이라며 “출강하면서 본 커리큘럼은 야박하게 말하자면 기본 법과대학 강의에 사법연수원 강의를 조금 얹은 느낌”이라고 평했다.

그는 “채점을 해보면 아주 어렵고 복잡한 문제도 판례가 있으면 다 맞추는데 기본적인 법리가 필요한 과목은 오히려 못 쓰고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이런 경험으로 볼 때 학생들은 과도한 학습량에 시달리며 제대로 된 법학적 논증 역량은 체화하기 못하고 많은 학습량을 다 외우는 방식을 적응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재 커리큘럼에 기초법학만 더하면 학생들이 외워야 할 분량만 늘리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희석 검사도 현 로스쿨의 커리큘럼의 문제점 등에 대한 박광서 판사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며 “표준적인 로스쿨 학생이 3년 내에 이런 교육을 받고 능력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나 검사는 “로스쿨 유입 단계에서 기초법학에 대한 학습을 할 수밖에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학부 과정에서 기초법학군을 포함한 필수수업군 설정, 몇 학점 이상을 수강해야 로스쿨 응시 자격을 주는 방법, 기초법학 소양 시험을 리트에 추가하는 방법 등을 제안하며 “대략 3과목 이상 수강하는 것을 입시 지원 요건으로 설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정도는 큰 부담이 아니고 본인이 지망하는 분야에 대해 기초법학 수강을 유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식”이라고 전했다.

심우민 교수는 “기초법학은 물론 법학 전반적으로 학문후속세대가 없다. 순수하게 학문을 해봤자 밥벌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로스쿨에서의 기초법학 활성화와 학문후속세대의 생존을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아울러 전문가 양성을 위한 법학교육과 시민성을 함양하는 의미의 법교육을 구분해 접근함으로써 시장을 개척하고 기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장원경 교수는 미국에서 유학할 당시의 법사회학이 가장 발달한 학교가 위스콘신 대학이라는 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그 학교는 바(Bar)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대답한 일화를 전했다. 시험 없이 자격을 주니까 법사회학을 열심히 공부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장 교수는 “제도적 개선이 없이는 기초법 부흥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지윤 교수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기초법학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구자들은 제도적 변화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로스쿨에서 변호사시험 위주의 교육방법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해결 가능성도 낮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첫번째)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두번째),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세번째)의 축사에 이어 김영란 전 대법관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첫번째)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두번째),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세번째)의 축사에 이어 김영란 전 대법관의 기조 강연이 진행됐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 박범계 법무부장관,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영상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사진: 이성진 기자

정일영 박사는 실정법과 기초법이 긴밀한 연계를 통해 교육되고 있는 미국 로스쿨의 기초법 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공법, 사법의 구분을 넘어 IT법, 생명공학윤리법 등 여러 논제에 법철학, 법사회학 등 기초법적 논의가 전제돼야 하고 학계는 물론 학생들도 기초법적 논의가 법학 공부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 박사의 생각이다. 그는 “기초법학이 사회 기반을 이루는 여러 분야에 접점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이 있어서 활성화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호동 변호사는 로스쿨보다는 학부에 중점을 둔 기초법학 활성화에 주목했다. 그는 “로스쿨 체제가 3년간 비법학도를 변호사를 길러내는 체제인 만큼 직업교육 이상을 기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시험과목 중 어느 것으로 한다고 해도 학생들을 납득시키기 곤란할 수 있다”며 로스쿨 이전 단계인 학부에서 기초법학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부에서 기초법학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은 법률 종사자가 되려는 사람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효과와 학부 기초법학의 수강생을 확보할 수 있으며 재정 부담이 크게 소요되지 않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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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2021-07-09 20:39:44
기초법학이 부활하려면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사법고시로의 회귀 또 하나는 변호사시험의 응시요건 다양화(법학 일정학점 취득 혹은 일반법학은 박사자격이상 변호사시험자격구비)다. 몰론 이 것에 대해서 금수저들은 리트가딸려서 징징댄다고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겠지만, 기초법학을 살리려면 그 방법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요즘의 로스쿨생들 공부하는 행태를 보면 학부생이 법리를 물어보면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걸 왜 공부하냐며 무시하고 뭉게버리기 일쑤다. 그리고 자기들은 고귀하단식으로 행동한다. 이런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초법학을 하고자 하는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법학자 2021-07-11 20:26:38
기초법학의 발전을 원한다면 국내외 일반대학원에서 기초법학분야의 박사학위 취득한 자로써 기초법 분야의 연구자(교수, 연구원 등)인 사람들에게 법조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본다. 그렇게 된다면 로스쿨 제도 이외의 또다른 우회로가 생기는 것이니, 리트성적이 낮아 로스쿨 제도에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법학에 대한 학문적 열정만큼은 뛰어난 학생들(오늘날 훌륭한 법학자이신 법학교수님이시지만, 리트를 치러본 결과 성적이 낮은 어떤 분들을 생각해보자)이 기초법 연구자가 되기위해 노력함으로써 기초법학도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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