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인식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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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인식의 괴리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7.09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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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로스쿨의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에서 로스쿨생들에게는 상당한 학습을 요구하되 낙오는 최소화하고 나아가 변호사의 직역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신통한 묘안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는 로스쿨을 변호사 과정, 법무사 과정, 변리사 과정, 세무사 과정, 공무원 과정 등으로 분화해 각 과정에 맞는 입학전형과 교육기간, 학위과정, 교육내용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구조에 따르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최소한 법조유사직역이나 공무원이 될 수 있으며, 변호사 과정의 경우 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또는 4~5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불합격하더라도 최소 6~7급 공무원으로 임용한다. 또 법조유사직역 과정의 경우 시험에 합격하면 해당 직역 또는 6~7급 공무원으로 채용하고 불합격해도 최소 8~9급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식으로 운영한다. 법조유사직역의 통폐합을 유도하면서 로스쿨 수료생들의 취업도 보장하는 방안이다.

이 같은 방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국민들이 로스쿨에 대해 느끼는 반감이나 부정적인 인식이 체계부정합에 있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학 분야를 예로 들면 의학과 관계없는 과거의 학업 경력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이들을 의학과, 치의학과, 한의학과, 약학과, 간호학과 등 각 분야별로 교육해 수료자 대다수가 해당 분야의 전문직으로 진출하는 구조인데 반해 법학 분야는 의학 분야와 같은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교육하는 로스쿨 외에 시험을 통해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등을 따로 선발하고 있기 때문에 여론이 유일하게 체계에 맞지 않는 로스쿨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는 게 김 법제이사의 생각이다.

기자는 체계부정합성이 로스쿨에 대한 반감을 불러오기 때문에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뿐 아니라 다양한 법조유사직역과 공무원을 배출해야 한다는 김 법제이사의 생각이 그동안 제시되지 않은 발상이라는 점에서 참 신선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식의 괴리를 느꼈다. 정말 국민들은 단순히 시험을 통해 능력이 검증되면 자격을 주는 법무사, 세무사 등과 달리 변호사만 정성평가가 포함된 입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로스쿨에서의 교육으로 양성하는 이원적 구조 때문에 로스쿨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

로스쿨에 대한 담론에서 종종 대표적인 전문자격인 의대와 의사 자격 취득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곤 한다. 통상적으로는 로스쿨도 의대와 같이 교육을 통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스템이므로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의사국시와 대부분의 수료생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는 일반 국민들은 로스쿨과 의대에 유사성보다는 차별성이 크다고 인식한다는 점이 간과돼 있다. 학문적, 기술적으로 법학과 의학은 큰 차이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의학과 달리 법학은 독학으로도 법조인에게 필요한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또 로스쿨과 의대는 교육기간 자체에 큰 차이가 있고 변호사의 경우 변시 합격 후 6개월의 연수를 거치면 아무런 제한 없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지만 의사는 국시에만 합격한 상태로는 개원시 명칭 사용 등에 제한이 있고 사실상 대부분이 수년간 인턴, 레지던트의 강도 높은 수련과 단계별로 시험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는 점도 중요한 차이다.

로스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불식하고 싶다면 당장 로스쿨 수료생이나 변호사의 취업, 생계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을 게 아니라 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로스쿨에 가야만 하는지, 즉, 독학으로는 습득이 불가능한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 존재하며 이것을 로스쿨에서 교육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로스쿨의 3년 교육만으로도 공정하고 엄격한 시험을 통해 역량을 증명하고 활동하고 있는 법조유사직역, 공무원 이상으로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비로소 로스쿨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안착하고 자연스럽게 변호사의 업역도 넓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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