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82)-조국 일러스트 사건과 언론의 손해배상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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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82)-조국 일러스트 사건과 언론의 손해배상책임
  • 신종범
  • 승인 2021.07.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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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기사 제목은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였다. 기사 내용을 보니 20대 여성 한명과 남성 두 명으로 이뤄진 3인조 절도단이 18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시도한 남성들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사회면 기사였다. 그런데, 기사에 실린 일러스트(어떤 의미나 내용을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삽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일러스트에서 전화를 받으며 성매수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등을 보이고 있는 남성은 누가 보아도 조국 전 장관의 모습이었고, 모자를 쓰고 전화를 하며 성매매를 유인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은 모 신문에 사진이 공개되었던 조국 전 장관 딸의 모습이었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은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성매매 유인 절도단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관련이 있었다면 실명을 주저하지 않고 썼을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신문은 성매매 유인 절도단 기사에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기분이 나빠지고 분노가 일었다. 조국 전 장관 일러스트여서가 아니라 어떻게 언론이 아버지와 딸을 성매매 당사자로 표현하는 패륜적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사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한 극우 성향의 자그만한 인터넷 매체의 기사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그 기사를 실은 신문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였다.

기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조선일보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였는지 이례적으로 디지털과 지면을 통해 총 3번이나 사과문을 게시했다. 요지는 담당 기자가 조국 전 장관 관련 일러스트인지 모르고 게시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으며,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 관련 그 일러스트가 이미 조선일보에서 사용된 사실이 있고, 필자와 같은 일반인들도 그 일러스트를 보고 바로 조국 전 장관을 연상할 수 있었음을 볼 때 담당 기자가 모르고 올렸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기자가 인간인가?’ 라고 분노한 조국 전 장관은 조선일보와 해당 기자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면서 “언론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여야 하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권리나 공중도덕 또는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제4조) 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번 조선일보의 조국 전 장관 일러스트 사건은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윤리 마저도 심각하게 침해하였다. 조선일보는 언론중재법에 따라 신속하게 피해를 구제하여야 한다(제5조).

또한, 언론중재법은 민법상 불법행위의 특칙으로 “언론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을 받은 자는 그 손해에 대한 배상을 언론사 등에 청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금번 조국 전 장관 일러스트 사건은 고의를 의심할 만한 심각한 위법행위(아버지와 딸을 성매매 당사자로 인식케하는 패륜적 행위)임이 분명하다.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은 그동안 셀수 없을만큼 언론에 노출되었고, 동일한 일러스트가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을 나타내는 것으로 같은 신문인 조선일보에 이미 게재된 사실이 있기에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을 피해자로 특정하기에도 충분하다(대법원 2009다49766 판결). 나아가, 해당 기사로 인하여 조국 전 장관과 그의 딸의 인격권이 침해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였다는 것 또한 명백하다.

이와 같이 조선일보의 손해배생책임이 부정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산정하고 입증할 수 있는지 문제되는데, 언론중재법은 “법원은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算定)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그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의 여부, 위법행위의 심각성, 피해자들이 당한 고통의 수준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장관은 손해배상금으로 10억원을 청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산정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판례를 보면 청구액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의 금액이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2010~2019년 법원이 언론보도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결정한 손해배상액의 평균값은 1858만원이며 중간값은 660만원에 그쳤다).

그렇다면, 조국 전 장관이 소송을 통해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하는 목적은 달성되기 어려워 보인다.

이처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나아가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가 상당함에도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배상액은 그에 미치지 못함으로 인하여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악의적 왜곡보도, 가짜 뉴스 등의 언론보도의 경우 발생한 손해 보다 훨씬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여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론이 있지만, 현재 언론은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고, 악의적 왜곡보도, 가짜 뉴스까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를 고려할 때 수긍하기 어렵다.

금번 조국 전 장관 일러스트 사건은 조선일보라는 유력 일간지에서 발생한 일로 현재 우리 언론의 현 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현재 우리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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