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27-행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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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27-행복하려면
  • 손호영
  • 승인 2021.07.0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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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행복 심리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은 “생각”이라기보다는 “경험”이라고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취하라.”는 명령형 당위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행복 지침서에 쓰인 자기계발형 지침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습니다. 행복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 행복감을 경험하는가?"

“이성(理性)”의 틀로는 사람을 반절밖에 보지 못합니다. 사람을 솔직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본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이면서, 동물의 범주에 들어 있다는 시각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여러 근거를 대며 논리적으로 치장해보는 경우를 상정해봅니다. 예컨대, 저 사람은 독서가 취미라서 좋다거나, 시간 약속을 잘 안 지켜서 좋지 않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바뀌더라도, 즉 상대가 독서를 즐기지 않게 되었더라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게 되었더라도, 그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은 잘 바뀌지 않는 경우를 봅니다. 본능적으로 끌리느냐 아니냐, 사람이 동물이라는 시각에서는 극히 자연스러운 결론입니다.

사람이 “동물”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언제 행복감을 경험하는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알게 모르게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질문을 바꿔 볼 차례입니다. “행복은 생존의 도구가 아닐까?” 즉, “생존에 적합한 행동”을 하면, 행복 신호등이 켜지고, 그렇지 않으면 꺼지는 식으로, 사람은 디자인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생존에 적합한 행동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봅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홀로 살 수 없는 사람은, 서로의 도움으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뇌는 사람에게 “사회적 배고픔”을 일부러 느끼게 해서, 사람과의 이어짐을 추구하게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 결국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 보상으로 행복 신호등을 켜주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되면 사람은 계속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게 될 것이고, 자신도 모르게 생존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뇌가 사람에게 “식욕”을 느끼게 해서, 음식을 먹게 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행복 신호등을 켜주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한 이벤트는 많으면 많을수록, 빈번하면 빈번할수록 좋습니다. 관계에의 추구, 음식에 대한 욕구 등은 쉽게 소멸되어서는 안 되고, 사람이 지속적으로 추구하게끔 해야 합니다. 따라서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다시 행복 신호등을 켜고 싶게끔 만들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행복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기 때문에, 제 기능을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깨달음입니다.

행복이 아이스크림이라는 비유가 적확한 이유는, 달콤하면서도 시간 앞에 속절없이 녹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이벤트로 인한 행복감은 길어야 3개월이라는 연구 결과와 복권 당첨 뒤 행복감은 1년 뒤, 주변 이웃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면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행복감은 금방 잊힌다.” 이 두 명제에 고개가 끄덕여지면, 이제 행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일(생존을 위한 행동)을 자주 하면 된다.”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먹는 것과 대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 대화하며 공감하는 것, 생존을 위한 요건 중 “음식”과 “관계”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자주 행복 신호등을 켜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맛있는 식사를 할 것”

스트레스가 한창일 때에는 그 관리가 필요합니다. 주기적으로 마음을 비우고 다시 마음을 채우는, 마음 관리가 필수입니다. 이때 긍정적이고 밝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하던 차에, 연세대학교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의 책과 강의를 접했습니다. 앞서 적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통찰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언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정과 결론이, 설득력 있는 논거와 실증 분석으로 뒷받침되어 이내 수긍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성은 코끼리라는 본능에 탄 기수(騎手)여서, 기수와 코끼리의 의사가 불일치할 때는 코끼리가 이깁니다. 고단하고 느른한 현재, 아쉬운 스스로를 다그치기만 해서 나아진다고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의지나 생각을 발전시켜도, 변하는 것은 절반의 자신뿐입니다. 본능이나 감성까지 잘 돌보아야 비로소 새로운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본능과 감성을 다스릴 구체적 힌트는 간단하고 명료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여기서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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