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81)-공군 성추행 사건과 군사법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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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81)-공군 성추행 사건과 군사법 개혁
  • 신종범
  • 승인 2021.06.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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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공군 비행단에서 발생한 부사관 성추행 사건으로 군이 또 다시 지탄을 받고 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A중사는 지난 3월 2일 상관인 B중사로부터 저녁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참석 후 돌아오던 차안에서 B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당시 회식이라고 말한 자리는 부대원 간의 회식이 아닌 선임 지인의 개업 축하 자리였다. 코로나19 때문에 회식이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인의 술자리에 부하 여군을 불러낸 것에다 성추행까지 벌어졌으니 그 사건만으로도 큰 비난을 면치 못할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더욱 기가 막혔다. A중사는 성추행을 당한 직후 차에서 뛰쳐나와 선임에게 신고를 했다. 군에서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A중사와 가해자인 B중사를 즉시 분리하고, A중사에게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도록 하는 등 보호조치를 시행하며, 군사경찰은 피해 조사와 차량 블랙박스 등 증거를 확보하여 B중사를 구속하는 절차를 신속히 밟았어야 했다. 그러나, A중사는 신고 후 오히려 B중사의 협박에 시달려야 했고, 부대 선임 간부들로부터는 사건을 무마하자는 수 많은 회유와 압력을 받아야 했다. 군사경찰은 차량 블랙박스 확보 등 기초적인 수사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A중사를 보호하고 법적 조력을 하여야할 국선변호사는 대면 상담 없이 전화 통화만 하였을 뿐 피해자조사에 동행해달라는 요청마저 거절했다고 한다.

군에서 정상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동안 A중사는 고립되어 갔고, 전출 간 부대에서는 오히려 관심 간부로 눈총을 받아야 했다. 결국 그녀는 남자 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녀가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난 후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지시했다. 그제서야 군이 움직였다. 국방부 검찰단이 직접 수사에 나서 B중사 등을 구속했고, 강제추행 사건이 발생한지 111일만에 B중사를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사건 은폐, 허위 보고, 국선변호사의 직무유기 등에 대하여는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공군 성추행 사건에서는 군의 여러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왜곡된 성 의식, 폐쇄적 조직문화, 비뚤어진 상명하복 관계, 제 식구 감싸기 등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는 현행 군사법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 또한 크게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A중사의 극단적 선택 후 언론이 이를 보도하고 국민들의 분노가 들끊자 수사는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왜 사건 초기에 이러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을까?

군은 민간 형사법체계와 구분된 별도의 군사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민간은 수사기관으로 경찰, 검찰이 있고, 재판기관으로 법원이 있지만, 군은 군인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는 군사경찰(2020년 2월 헌병에서 명칭 변경), 군검찰이 있고, 재판기관으로 군사법원을 따로 두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군사법기관이 독립적이지 않고 소속 지휘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사단장급 이상의 지휘관이 있는 부대에 군사경찰, 검찰부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에 대한 지휘권과 인사권을 해당 부대 지휘관이 가지고 있다. 해당 부대에서 형사 사건이 발생한 경우 군사경찰이나 군검사는 사건처리에 지휘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당 부대에서 발생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는 지휘관은 많지 않다. 그러니 지휘관의 지시에 의하든, 군 수사기관의 자의든 문제가 될 만한 사건은 가급적 축소하거나 은폐하고픈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나아가, 범죄자가 같은 부대원이라는 동료 의식까지 생기게 되면 제대로된 수사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금번 공군 비행단 성추행 사건도 공군본부나 국방부에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역시 군 수사권이 해당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군사법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부대로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금지된 회식에 이어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부대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피의자들이 같은 비행단 소속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라면 잘못된 동료애까지 작용했을지도 모른다.

B중사가 기소되던 날 국방부에서 현재 장성급 이상 지휘관이 있는 부대에 설치되어 있는 군사경찰을 없애고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수사단으로 개편하는 방침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군사경찰과 마찬가지로 장성급 이상 지휘관이 있는 부대에 설치되어 있는 군검찰을 없애고,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검찰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이 사건이 있기 전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이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에는 군사법원을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하고, 군사법원의 항소심을 민간 법원에서 담당하며,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군내에서 사건 은폐 의혹 등이 있을 때마다 군사법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구체적인 군사법 개혁안은 이미 노무현 정부 때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잠잠해지면 반대하는 세력(?)들에 의해 개혁안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군사법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된 군사법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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