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이란의 대선과 ‘민주주의 vs. 비민주주의’대립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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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이란의 대선과 ‘민주주의 vs. 비민주주의’대립 가능성
  • 신희섭
  • 승인 2021.06.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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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2021년 6월 18일(현지시각) 이란에서 대선이 있었다. 6월 19일 대선 결과로, 강경보수파로 사법부 수장을 지낸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었다. 그는 전체 투표에서 62%의 득표를 하여 2위인 개혁파 후보와 53.6% 차이를 냈다. 그런데 전체 투표율은 48.8%에 불과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은 중요하다. 첫째, 오랜 경제 제재로 인해 삶이 팍팍해진 것으로 인한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다. 2020년 50%나 되는 석유 가격 인상은 이란 시민들의 폭동을 불러오기도 했다. 둘째, 선거제도에 석사학위 취득자와 같은 까다로운 조항을 넣었기에 개혁성향 후보자들이 선거 자체에서 배제되었다. 이로 인해 개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즉 정치제도와 운영에도 불만이 폭넓게 퍼져있다는 예시다.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라이시는 ‘테헤란의 도살자’로 알려질 만큼 초강경파다. 게다가 청소년들에 대해 빈번하게 사형을 내린 탓에 트럼프 대통령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개인 차원의 제재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최고지도자 하메이니도 강경파이고, 최근 의회와 사법부도 강경파가 장악한 상황에서 온건 개혁주의자인 현 로하니 대통령의 후임까지 초강경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란의 대선은 국제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당연하지. 중동이고 그것도 중동의 패자인 이란 문제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예측 외에도 구조적인 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대통령이 바뀐다고 큰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 어차피 모든 권력은 최고 권력자인 하메이니에게 있고, 그 영도하에서 대통령은 행정부와 관련된 업무만을 수행하기 때문에 최고 지도자가 아닌 대통령의 변동으로 바뀔 것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직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따로 있다. 또한, 권력 기구 전체가 강경파가 되었다. 게다가 라이시가 82세의 하메이니의 후계자가 되어 이란의 최고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대선 이후 이란의 변화를 예상해보는 것은 의미 있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 가능성이다. 현재 이란은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와 핵 협상 중이다.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파기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결을 예상하던 상황에서 대선이 있었고, 대선이 끝나자 핵 합의는 돌연 중단되었다.

물론 이란 핵 합의는 하메이니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핵 합의는 재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인 차원에서 강경파 라이시에게 전권이 부여될 수도 있다. 하메이니 입장에서 라이시가 사안을 처리하는 방법을 시험해 보고 싶을 수도 있다. 만약 핵 문제가 꼬이면 그때 하메이니가 개입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 전개는 이스라엘과의 대립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최근 교체된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역시 초강경파다. 2010년과 2020년과 2021년 나탄즈 핵시설에 대한 공격처럼 다시 한번 이스라엘은 비밀리에 이란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스라엘 민족주의자인 현 베네트 총리는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공개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구조적인 문제는 이란의 강경한 행동 가능성을 두고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에 접근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이 두 나라를 강력히 견제하고 있으므로 양국은 미국을 견제하고자 한다. 따라서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이란에서의 변화를 활용할 여지가 높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하에 이란이 핵 프로그램 재개나 미사일 능력 강화와 같은 대미 강경정책을 구사하면 미국은 애를 먹게 될 것이다. 두 가지 점에서 미국은 곤란하게 될 것이다. 첫 번째는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기 위해 이란에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할 경우 이란 대통령에게 부여된 제재조치와 같은 인권위반문제와 충돌하게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란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미국과 유럽국가들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은 중국과의 관계와 러시아와의 관계 자체를 중시해왔다. 러시아나 중국으로서도 산유국이자 중동의 패자인 이란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다. 물론 무기 판매처로도 중요하다. 게다가 대미 견제라는 공동전선을 편다는 점에서도 공통된 이익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과 공동전선을 펼치면서 현재 미국의 강경노선에 맞대응한다면,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가치 동맹’에 대한 집단적인 저항이 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와 이란의 연대가 가시적으로 되면 북한 역시 이 반미공조구조에 편승하게 될 것이다. ‘비민주주의 연대’를 기치로 하여 이들은 미국이 새로 짜려고 하는 국제질서에 대해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이 비민주주의 연대는 세를 늘려 유라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지정학적으로 연결하고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로도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과는 ‘민주주의 vs. 비민주주의’의 새로운 냉전.

여기서 변수는 이란이 과연 경제적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대미 강경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작년의 이란 내 폭동과 이번 선거에 대한 국민의 보이콧을 보았을 때, 이란 지도부가 이 상황에서 눈을 질끈 감고 돌파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과 러시아 중에서 대미 강경정책 대신 대미협력정책으로 전환하여 다른 국가들을 배신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민주주의 연대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국 탈동조화와 대만 문제로 상징화되는 대중국 강경정책 등을 고려할 때 이란의 대선은 국제정치의 ‘대변환(transformation)’에 대한 가속페달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의 행동은 북한에도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 상황을 돌파하고 미국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인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외교는 이란과의 교역 문제에 더해 중국과 북한에 주는 파장으로 인해 또 다른 과제를 만나게 될 것이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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