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정신,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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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대정신,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 최진녕
  • 승인 2021.06.18 11: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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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36세 0선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이 다선 중진 국회의원들을 꺾고 국민의힘 당대표로 당선되었다. 그는 “공정과 경쟁이 보수의 핵심 가치”라고 선언하면서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일본 유력 신문은 ‘한국 정계에 36세 이준석 효과, 일본은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36세 이 대표의 당선으로 보수 제1야당에서 세대교체가 진행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연공서열이 엄격한 한국사회의 상식을 깬 것”이라 평가했다. 이준석 당선의 충격파가 해외에까지 미칠 정도로 강력하다.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이 몰고 온 세대교체와 정치혁신의 돌풍을 ‘이준석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 정권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 이른바 내로남불식 행태가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라는 명언을 남겼고, 많은 청년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지난 4년 간 청년세대들은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추진 사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사태 ▲조국 자녀 입시 특혜 의혹 사건 등을 통해 현 정권의 불공정하고도 위선적인 행태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 와중에 이준석이 세워 올린 ‘공정경쟁의 깃발’에 크게 공감하며 변화의 바람에 몰표를 준 것이다.

이 대표의 지난 10년간의 행보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준석은 정치권 입문 후 10년간 세 차례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하며 분루를 삼켜야 했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세대도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사회의 주변부에 머무르며 좌절해 왔다. 이들은 불공정한 입시와 일자리, 폭등한 아파트 문제 등으로 상실감에 빠진 자신을 청년 이준석과 동일시하면서 그를 2030세대의 대변자로 선택한 것이다.

바야흐로 공정(公正)이란 단어가 시대정신으로 우뚝 솟으며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사회다. 사회가 불공정하면 각종 비리가 판치고 나라가 혼란해 진다. 서민들은 먹고 살기조차 힘들어 진다. 선진국일수록 공정이란 가치에 민감한 이유다.

이 대표는 대담집 ‘공정한 경쟁’에서 실력과 실력주의야말로 21세기의 시대정신이라고 역설했다. 공정한 경쟁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당선 연설에서 당 대변인은 토론 배틀로 선발하고, 공직후보자도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공천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30대 정치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시험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공정(公正)이란 무엇일까. 대한민국 기본법인 헌법에 답이 있다. 헌법 전문은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고 선언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기회균등” 및 “능력주의”를 기초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지향하는 것이 헌법이 말하는 공정의 키워드다.

나아가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공정정치 원칙을,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공정사회 원칙을 밝힌다. 더불어 헌법 제119조에는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는 시장경제 원칙을 명시하면서,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철학적 차원에서 ‘공정’은 문화권, 개인의 가치관,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서양에 비해 동양에서 공정을 평등성에 기초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인재 추천제나 로비 활동에 대해 서양권에서는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보는 반면, 한국에서는 불공정하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를 시사한다.

정책적 차원에서 공정은 비례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형평성에 방점을 두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공정함을 비례성으로 인식하는 정부는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로서 정당한 보상을 중시한다. 반면 형평성으로 공정을 인식하는 정부는 경쟁자 간에 차이 나는 출발선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공정을 강조한다. 예컨대 형평성을 강조하는 문대통령은 1호 공약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내세우며 인천국제공항의 전 직원 정규직을 추진했다. 하지만 청년세대는 노력에 대한 성과주의에 반한다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런 사회 현상에 비추어 볼 때 아직까지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완전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제1야당 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가 쏘아 올린 성과주의적 공정경쟁의 화살에 수많은 국민들이 강력히 반응하는 것을 보면, 다수의 국민들이 현 정부가 지향하는 평등적 공정 보다는 정당한 노력에 따른 합당한 보상을 중시하는 비례적 공정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의 흐름이 형평성에서 비례성 쪽으로 바뀐 것이다. 내년 대선이 기대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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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2021-07-07 06:51:28
로스쿨 폐지 사법시험 부활이지!

ㅇㅇ 2021-06-22 10:33:55
sat 1440점인데 유승민 빽으로 대통령 장학금 받아서 하버드 간 이준석이 공정타령 하는 게 웃기지도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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