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중국 없는 세상 만들기? : 나토의 아시아로의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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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중국 없는 세상 만들기? : 나토의 아시아로의 확대
  • 신희섭
  • 승인 2021.06.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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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빠르다. 겁나 빠르다. 빠르다 못해 현기증이 날 정도다. ‘국제관계’가 말이다.

중심엔 탈동조화(discoupling)로 표현되는 미·중 대립이 있다. 미국은 대놓고 ‘리더십회복’을 부르짖으며 ‘민주주의 가치동맹’이란 깃발을 휘두르며 투사를 모으고 있다.

변화를 보여주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첫째, 나토가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나섰다. 2021년 6월 14일(현지시각)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이후 공동성명은 중국이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영역에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명시하였다. 중국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규정한 것이다. 논리는 중국이 나토 조약에 명시된 “근본적 가치”와 대조되는 강압적인 정책을 사용하고,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며, 우주, 사이버, 해양 분야를 포함하는 국제체제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 백악관은 정상회의에서 ‘진화하는 전략환경’에 대해 합의하였기에 내년에는 ‘신전략개념’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정상회담에서 나토는 중국과 신냉전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안보적 도전을 제기한다고 공식화했다. 나토 소속의 30개 국가 각각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이 정도 외교적 표현이면 중국을 안보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나토 정상회의 이전 예슨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중국과 신냉전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은 적이 아니”지만,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안보에 야기하는 도전들에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정상회의 이후 발표에서 그는 “중국이 더 많은 탄두와 더 많은 핵무기를 급속히 확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잘못된 판단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1949년 소련 견제를 위해 창설된 이 오래된 동맹이 점프한 것이다. 그것도 동쪽 바로 옆인 러시아가 아니라 동아시아까지 크게 점프한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구체적인 적이 없어 ‘집단동맹’과 ‘집단안보’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경험하던 나토가 군사적인 견제 대상을 더 늘린 것이다.

셋째, 주목할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나토가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지지한다고 성명을 낸 것이다. 2016년 12월 15일 나토는 북대서양이사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북핵 특별회의를 열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나토가 북한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북한의 중국과 연계 가능성과 이에 따른 나토의 역할 확대까지 갈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나토의 중요한 제스처 중 하나다.

사실관계 다음은 해석의 영역이다. 첫 번째이자 가장 단순한 해석은 신냉전의 전개다. 미국의 일본-호주-인도를 축으로 한 QUAD 강화와 전통동맹인 Five Eyes 강화에 더해 NATO가 연결된 것이다. 1950년대 냉전의 데자뷔. 다시 떠오르는 NATO, 미일 동맹, SEATO, ANZUS, CENTO 등등.

두 번째 조금 정교한 해석은 지정학-지경학-지문화학의 중층적 대립이다. ‘해군력 확장-보호주의-제도표준설립 경쟁’으로 엮여있는 중국의 확장은 최근 백신 외교와 환경외교를 통해 ‘체제 정당성(systemic legitimacy)’마저 넘보고 있다. 다양한 층위에서 도전과 응전이 진행되고 있다. 이름을 신냉전으로 부르건 부르지 않건 간에.

세 번째는 조금 더 미묘한 대립구조를 강조하는 해석이다. 과거 냉전과 유사하지만 1950년대 소련과 현재 중국은 다르다. ‘팽창주의 + 유사 사회주의식 민족주의 이념 + 체제경쟁’의 조합은 과거나 현재나 같다, 하지만 소련은 자본주의 체제 공급측 중심은 아니었다.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의 세계공장. 희토류 분야 공급 독점.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의 15억 명에 가까운 인구. 식량과 에너지 최대 소비처. 이것이 지금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 없이 세계가 하루를 버텨낼까 싶은 국가가 된 것이다. 게다가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명분으로 ‘시장’보다 ‘국가’를 우위에 두고 비민주주의 국가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모은다.

현재 나토의 미·중대립의 합류는 이런 다층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한 방으로 보인다. 즉 미국의 대중국 탈동조화(discoupling)에 대한 공조일 가능성이 크다. 밀도 높은 상호의존으로 인해 어떤 국가도 탈중국화는 시도조차 어렵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나토 국가들이 미국에 공조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국가들을 중국에 대해 등 돌리게 만든 것은 중국의 악명 높은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 유출’과 한국과 호주를 대표로 하는 ‘강압적인 외교’와 홍콩과 신장웨이우얼 지역의 ‘반인도적인 태도’ 등이다. 따라서 유럽국가들은 미국이 흔드는 ‘민주주의 가치동맹’의 깃발 아래 모인 것(rally around the flag)이다.

‘민주주의 가치동맹’은 도무지 틈새를 보이지 않는 논리다. 민주주의와 가치와 동맹이라는 제도로 엮어서 하나의 단합된 힘을 보여준다. 프랭크 시내트라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 시기 일방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와는 확연히 다르다. 저발전된 비민주주의 체제로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는 국가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합하여 ‘중국 없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단순화하여 확장하면 ‘선진 민주주의’ vs. ‘저발전 비민주주의’의 투쟁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국은 G7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P5(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아닌 G5(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를 주축으로 하고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합세한 G7을 이 투쟁의 명분으로 세우는 것이다.

1950년대와 2021년 현재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권력투쟁의 본질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세목에서는 싸우는 기준과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목적지는 같다. ‘중국 없이 사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꽤 시간이 걸려도 자유주의-민주주의 중심의 세계질서 수정 노력이 부질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중국 다음의 도전자? 그것이 어떤 국가가 될지 현재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싸움에서도 미국이 승리한다면 이번 세기에는 현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토까지 참전한 ‘중국 없는 세상 만들기’는 꽤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할 것이다.

나토정상회의 당일 백악관은 이 긴 싸움에 한국도 ”파트너십을 심화해야 할 국가”라며 참전을 권유했다. 나토까지 북한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미 ‘민주주의 가치동맹’과 ‘선진 민주주의’ 프레임이 설정된 상황에서 한국외교는 중국 문제와 북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힘든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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