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에 투기했다는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로 촉발된 공직자의 일탈행위에 대한 경찰청의 수사 결과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한대로 초라한 수준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속담이 어울릴 정도로 요란하게 변죽은 울렸지만 ‘대어’는 놓치고‘피래미’만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딛고 수립된 문재인 정부는 ‘공정’이라는 화두를 내걸었지만 공직자와 정치인들의 불공정 행위로 인해 만신창이가 됐다. 정치인과 공직자가 되려고 작정한 사람들은 직위를 남용하거나 공무상 비밀로 사적인 이익을 얻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천박한 배금주의가 최상의 인생 목표라고 믿는 대한민국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넘쳐나면서 공직기강과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자신의 급여로 국민들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은 사람이 공무원이 되겠다고 꿈꿔서도 안 된다.

또한 이러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높은 필기 성적을 받았다고 해도 면접 과정에서 파악해 탈락시켜야 한다. 문제는 현재 수준의 면접 방식만으로 부적격자들을 필터링(filtering)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군무원 면접시험의 구성과 평가 항목에 대해서 살펴보자.

▶ 기업문화에 적합한 창의적 인력을 선별하기 위한 면접 구성

지난 몇 년 동안 군무원 면접시험을 경험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면접의 진행 과정, 면접 질문의 내용, 면접관의 태도, 면접의 결과 등을 조사했다. 각 군별로 약간씩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군무원 면접은 크게 인성 면접과 직무 면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인성 면접을 살펴보면 자기소개서에 기반한 질문과 더불어 군무원의 덕목, 군무원과 공무원의 차이, 윗사람과의 관계 등에 관련된 질문이 추가된다. 면접에 앞서 제출한 자기소개서는 면접 질문의 주요 자료에 해당되므로 자신의 장점과 경험을 잘 담아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보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묻거나 좌우명,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한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윗사람과의 관계는 위계질서가 명확해야 하는 군대 조직의 특성에서 비롯된 평가 항목이다.

다음으로 직무 면접의 질문은 지원한 직렬의 업무, 세부 직무 내용, 직무 수행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지원 직렬과 직무에 필요한 덕목, 지원한 육∙해∙공∙해병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등이 단골 소재이다.

예를 들어 정보직렬에 지원했다면 군사정보가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기술정보와 인간정보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우리군이 추진하고 있는 영상정보 시스템이 무엇인지 등이 직무에 관련된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인성 면접과 직무 면접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환경 변화에 능동적인 창의적 인력(creative work force)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인성면접은 지원자의 기본적인 품성과 소양을 평가하고, 직무 면접은 실제 맡게 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지식과 업무에 대한 태도(attitude)를 판단한다.

아무리 직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기본적인 품성이 잘 갖춰지지 않았다면 채용해서는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적합자나 군무원으로써 근무할 자질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지원자는 당연하게 불합격시켜야 한다.

▶ 5가지 항목으로 평가하지만 군대 나름의 평가 기준을 이해해야

면접관들은 필기시험에 합격한 지원자 중에서 훌륭한 군무원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5가지 영역으로 평가한다. 평가 항목의 세부 내역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군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가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군대는 일반 공무원 조직과는 업무의 중요도, 시급성, 비밀성 등에서 차이가 있다. 군대는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한 순간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다.

또한 현역 군인들이 군사안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담당하는 군무원의 업무도 중요하다. 군대에서 정비와 보급도 전투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각종 차량이나 군사무기도 1년 365일 24시간 100%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부실 급식 문제도 일부 학교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어진 예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부식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일부에서 군 급식도 민간기업에 아웃소싱(outsourcing)하자는 주장을 펼치지만 이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발언에 불과하다.

둘째, 전문지식과 그 응용 능력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군의 업무는 특기별도 세분화돼 있으며 개별 업무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편이다. 행정은 일반 공무원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총포, 탄약, 전차, 선체, 선거, 항해, 함정기관, 항공기관, 항공지원, 기상, 기상예보 등은 특수 업무에 속한다.

총포를 예로 들면 재료역학, 디지털공학, 레이저광학, 기하광학, 전자공학, 기계공학 등의 전문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시험 과목도 직급별로 차이가 있지만 동일하게 편성돼 있다. 전차, 선체, 선거, 항해 등도 유사한 직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특수한 직렬이 아니라면 필기시험에서 공부한 과목의 지식이 직무지식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정보 직렬의 경우에는 국가정보학의 지식을 묻는 질문이 주로 출제된다. 따라서 직무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필기시험에서 공부한 과목을 다시 복습해야 한다.

셋째,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은 인성 면접과 직무 면접의 질문에 답변하는 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답변하는 목소리의 크기가 적절한지, 답변의 내용에 모순점이 없는지 등이 주요 포인트이다.

과거 군대와 같은 보수적인 조직은 답변하는 목소리가 크면 자신감이 있다고 선호했지만 지금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여전히 씩씩하고 활달한 목소리는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건에 속한다.

면접관이 불과 15분 이내에 불과한 면접 시간 동안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을 측정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수험생이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하면 의사발표의 정확성이 있다고 보여줄 수 있지만, 몇 분에 걸친 답변으로 논리성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넷째, 창의력∙의지력∙기타 발전 가능성도 답변의 내용으로 파악할 수 있는 평가 요소이다. 군대는 개성이 강하기 보다는 조직에 잘 융화될 수 있는 지원자에 높은 점수를 준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조직의 학습 경험에서 나온 지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창의력도 면접관이나 수험생 모두에게 난해한 평가 항목이다. 창의력은 ‘새로운 무엇을 만드는 것’으로 독창성과 적합성을 모두 갖춰야 한다. 반면에 의지력은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신만 피력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직무 지식과 경험, 지적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군대의 업무가 매년 새롭게 변하거나 고 난이도의 업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에 급변하고 새로운 무기 체계의 도입, 군사정책의 변경 등을 감안하면 중요도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섯째, 예의∙품행∙성실성도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이 수험생의 태도를 보고 판단하는 요소에 속한다. 인성 면접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올바른 품성을 갖춘 수험생을 뽑아야 이들의 일탈행위로 인한 조직 위기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그렇다고 면접관도 조직의 위계질서에 순응해 잘못된 폐습을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예스맨’만 선발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군대 위기상황도 잘못된 조직문화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예의와 품행에서 호의적인 평가를 받기 위해서 진행하는 수업이 ‘이미지 코칭’이다. 복장, 두발, 걸음걸이, 발음, 자세 등에 대해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 크게 튀지 않는 색상의 복장과 단정한 두발, 절제된 걸음걸이, 또렷한 발음, 곧추선 자세 등도 노력을 통해 향상된다.

결론적으로 군무원의 5가지 면접 평가 요소는 일반 공무원과 유사하지만 군대 나름의 기업문화가 반영된 평가 기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시험에서 면접 경험이 풍부한 수험생이라도 별도의 전문적인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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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 (www.inis.kr)소장
합격의법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 및 면접 강사
서울군무원학원 군무원∙경찰∙공기업 면접 강사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남부행정고시학원 등 국정원 국가정보학 강사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stm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