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중 간의 탈동조화(Decoupling) 가능성 : 권력과 경제적 이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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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미·중 간의 탈동조화(Decoupling) 가능성 : 권력과 경제적 이익 사이
  • 신희섭
  • 승인 2021.06.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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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최근 ‘통솔력회복’과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강조하는 미국은 대만과 무역투자기본협정(TIFA)협상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FTA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이 협정은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되어오다 트럼프 정부에서 버려졌다. 바이든 정부는 대만을 공식적으로 지지함으로서 중국과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10년 ‘아시아 회귀 정책(Pivot to Asia)’ 이후 미·중대립이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미·중 간의 ‘신냉전’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신냉전 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탈동조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어의미 그대로 “couple에서 떨어져 나온다”라는 의미의 탈동조화는 ‘경제적 관점에서 일국이 타국이나 세계 경제와 연계를 차단하고 독자적으로 경제를 운영하겠다’라는 것을 의미한다. 풀어 말하면 상호 엮여있는 관계를 청산하고 각자 길을 가는 것이다. 안보적으로 동맹 관계 청산도 타동조화(decoupling)라고 하지만, 최근 미·중 간 논의되는 탈동조화(decoupling)는 경제적 자립을 의미한다.

문제는 탈동조화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 여부다. 경제학에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자유무역으로 엮여있는 경제가 어떻게 칼로 베듯이 딱 끊어질 수 있나! 글로벌 가치 사슬 속에서 미·중 연결고리를 잘라낸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나!

마찬가지로 국제정치학에서도 상호의존과 정치체제를 강조하는 자유주의자들은 미국의 중국과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논리 핵심은 첫째, 상호의존의 강화와 취약성 증대와 둘째, 민주주의 체제가 가진 특성에 있다.

첫째, 상호의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은 ‘브레턴우즈 Ⅱ 체제’라고 불리는 미·중 관계다. 미·중 간 무역에서 중국은 수출로 연간 최대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본다. 반면 미국은 저렴한 중국산 제품 덕에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달러는 다시 미국에 채권과 증권으로 투자가 된다. 다시 미국은 이렇게 들어온 자금을 활용하고, 파생상품을 만들어 경제를 굴린다. 여기서 미·중 관계는 글로벌 가치 사슬로 상징화되는 무역-금융-투자 연계 고리 안에 있다.

둘째,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미국 정부가 탈동조화를 하게 되면 미국 내 중국 관련 수출입 업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여론과 다양한 이익집단들은 정부 정책을 뒤집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할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정부를 변화시킴으로써 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우선 패권 국가 미국이 국력과 영향력을 모두 유지하려고 한다면 미국은 중국 경제를 견제해야 한다. 특히 군사력이 강화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미·중 간 무역이 가져오는 ‘상대적 이익’의 차이가 중국의 군사력 증대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중국은 2010년까지 GNP가 9%대 성장을 해왔지만, 군사비는 13~15%로 늘려왔다. 이런 상황은 1890년대 이후 미국이 상대로 한 국가 중 미국 대비 경제력에서 40% 이상을 넘은 유일한 국가를 만나게 하였다.

패권 국가가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구축하면 외교의 핵심은 상대적 국력이 될 것이다. 국력은 경제적 이익을 뛰어넘을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최근 퓨리서치 센터가 조사한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2020년 기준 73%까지 올랐다. 게다가 중국이 홍콩, 대만, 신장 위구르, 티베트에서 보이는 비민주적 태도에 분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규범과 정체성에서도 미국은 중국을 내칠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탈동조화가 어렵다고 하는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반론 될 수 있다. 첫째, 역사적인 사례들이 있다. 높은 상호의존에도 불구하고 1914년에는 1차 대전이 발생했다. 또한, 워싱턴체제를 통해 협력하던 미국과 일본 사이의 관계는 1930년대 급변했다. 높은 상호의존이 극단적 권력투쟁 욕구에 대한 완벽한 해독제는 아니다.

게다가 2021년 1월부터 5월 사이에 미·중 무역 총량은 3,000억 불이 조금 안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년에 7,000억 불이 채 안 된다. 미국의 21조가 넘는 GDP에서 무역 총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미국 무역에서 90%는 NAFTA를 통해 이루어진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 시장이 사라지면 가장 큰 소비자를 잃게 된다. 중국이 더 취약한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에서 불만은 투표를 통해서 해결된다. 작은 불만이 큰불로 번지지 않는다. 반면 경제실적이 나빠질 때 비민주주의에서 생기는 불만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 불을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제도장치가 없다. 자칫 경제위기는 비민주주의 체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비민주주의 중국은 정치적 자유 대신 경제성과를 약속해왔다. 하지만 경제성과라는 보상이 없을 때 과연 중국 정부는 국민에게 무엇을 정당성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겠는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강조한다. 즉 친구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를 높일 것이다. 또한, 동맹국들과 전략적 파트너들 그리고 제휴(alignment) 관계를 맺은 국가들과 함께 글로벌 가치 사슬 구조에서 중국을 빼고 그 자리를 대체해볼 수도 있다. 물론 매우 힘들고 시간과 비용이 들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11일에 열리는 G&회의 참석을 위해 첫 해외 순방을 한다.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모임인 G7 국가들과의 외교를 강조하는 바로 그 ‘신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외교역 1순위가 중국인 한국에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동맹’이 그저 규범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점이 어려운 숙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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