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2) / 시험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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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2) / 시험이 끝나고
  • 정명재
  • 승인 2021.06.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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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채점을 하고 맞이한 자신의 점수 앞에서 누군가는 회심(會心)의 미소(媚笑)를 머금지만 다른 누군가는 회심(悔心)의 후회를 할 것이다. 같은 발음이지만 한자 표기가 다른 ‘회심’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어 만족함은 회심(會心)이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해와 암기를 하였지만, 정작 본인이 공부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지나친 부분에서 출제되었을 경우 난감한 상황에서 시험을 마치고 돌아왔다면 회심(悔心)일 것이다. 시험이란 것이 단판 승부이기에 오로지 1회성인 그날, 그 시험장에서의 점수로 모든 것이 판가름 된다.
 

지방직 9급 시험과 더불어 자격증 시험인 산업안전(보건)지도사 시험도 같은 날 치러졌다. 시험에 몰두하며 밤잠을 설쳤던 그 시간도 끝났고 어김없이 한 주가 시작되었다. 평범한 하루는 해가 뜨고 눈을 비비며 시작되는 아침으로 시작해 고즈넉한 밤으로 이어지는 일상이다. 시험공부를 하겠노라고 결심한 그 날 이후로 시험 D-day는 달력에 그리고 마음 중심에 자리하여 모든 계획은 시험으로 향하는 중심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마주하는 시간은 때론 낯설고 더디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고민하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고 해야 일들이 없어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게 시험이 끝나면 시험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느낀 몇 가지를 적어본다. 시험이 끝나도 합격 여부는 미지수(未知數)이기에 바로 다음의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만일, 시험에서 불합격하였을 경우를 대비하는 고민이라든가 다음에 있을 시험 계획을 세우기 위한 정보수집이 필요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험정보라는 것이 한정적이어서 개인적 편차가 매우 심한 것을 알 수 있다. 스스로 자체평가를 하는 경우, 생각의 틀에 갇혀 새로운 구상을 하는 경우보다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계획에 머물러 있는 일이 흔하다. 이것은 이래서 힘들고, 저것은 저래서 어렵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도전할 수 있는 범주(category)는 줄어들게 된다. 한편, 이 부분이 어렵지만 이것을 해결할 방책을 강구하여 도전한다면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지난 번 행정사 1차 시험에 도전하였다. 행정법, 행정학, 민법총칙 이렇게 3과목을 응시하는 시험으로 60점 이상이면 합격인 시험이다.

평소에 강의와 교재준비로 바쁜 일상을 보낸다. 다양한 과목의 교재를 연구하고 집필하기에 별도로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시험 전, 이틀 정도를 투자해 과년도 기출문제를 한 번 정도 겨우 보고 들어갔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시간이 없으니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깐이라도 시험에서 회피하고픈 생각이 든다. ‘이게 뭐라고, 다음에 한 번 더 준비할까? 아니면 공부시간을 충분히 갖고 다음에 한 번 더 도전하면 되지.’ 간간히 바람처럼 나를 흔드는 방해꾼들이 모여든다. 부정적인 생각과 회피하고픈 본능들이다. 그럼에도 가지고 있는 생각 하나는 도전하려는 시험에 미리부터 겁을 먹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번 포기하면 그 다음에 포기하는 일이 잦아지게 된다. 한 번 부정적인 생각에 갇히면 다음에도 그런 안일(安逸)한 경험들이 쌓여 일상화되기 쉽다. 다행히 여유 있는 점수로 합격을 하였다.

도전하는 일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 일이 모두 현실로 이어지는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을 누구나 공감한다. 시험 하나에서도 인생을 배우고, 실패 하나에서도 인생을 체험한다. 도전하는 일에서 도전 그 이상의 의미를 찾아야 하고, 도전하는 일에서 실패와 경험을 축적해 다음 도전에서는 성공으로 이어가려는 애착과 끈기를 배우는 것이다. 첫 술에, 처음 시작한 일에 실패하였다고 그 누구도 당신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한 이들은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며 실패를 통해서 단단한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경험을 일찍부터 해 온 사람들이 많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였다. 오늘 좋은 일이 생기면 다음에 힘든 일이 올 것을 대비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 생겼다고 하여 축 쳐진 어깨를 드러낼 필요는 없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생각하고 어려움을 딛고 한 번 더 일어나보려는 강한 삶의 의지를 끌어내야 한다. 마치 단단한 알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병아리의 몸부림처럼 말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아는가?

‘줄탁동시(啐啄同時)’란 알 속의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연약한 부리로 알 벽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며, 동시에 그 알을 내내 품던 어미닭이 자식의 출현을 짐작하고 밖에서 알 벽을 쪼아 돕는 것을 ‘탁’이라 한다. 즉, ‘줄탁(啐啄)’이란 병아리와 어미의 부리가 맞닿은 순간 그 알이 깨지는 찰나를 이르는 말인데 얼마나 숭고한 행위인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때로 병아리가 되어 세상에서 헤매곤 한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갇혀 세상 밖으로 향하려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 긴 어둠에 쌓여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어미닭의 ‘탁(啄)’이 되어 세상을 돕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줄탁(啐啄)’은 사랑이기도 하고, 연민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이들과 만나고 헤어진다. ‘줄탁(啐啄)’이 되어 줄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평생 홀로 살아가면서 밖에서 알아봐 줄 그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채 답답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나의 일은 강사였고, 나의 업무는 수험서와 기출문제를 연구하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 시험에 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불합격으로 힘겨워 하는 이들과 공부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해 낙심하는 이들을 접하게 된다. ‘줄탁’은 상호 노력이고 상호간의 신뢰이며 연민(憐愍)의 정(情)을 가지라 한다. 수험생이 되었다면 주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누군가가 알아서 떠먹여 줄 기대로 지내지 말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도록 지식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강사는 자신이 직접 시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수험생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하고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줄탁동시’는 동시성이 있어야 한다. 나의 노력과 너의 노력이 상호 동시에 일어나야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연(因緣)이란 시간이 만들어 낸 역작(力作)이다. 지금 준비하는 시험은 나의 인생에서 인연이 닿아 만난 기회일 것이고, 나의 노력과 나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시험을 무사히 치렀을 것이다. 합격의 여부를 떠나 나를 둘러싼 그들의 노력에도 깊은 감사와 감동을 가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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