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이준석 돌풍의 의미 : 미시적 측면과 구조적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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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이준석 돌풍의 의미 : 미시적 측면과 구조적 측면
  • 신희섭
  • 승인 2021.06.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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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국민의 힘’ 당 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표차 또한 크다. 5월 22일 한길리서치의 조사에서 이 후보자는 30.1%를 기록했다. 2위인 나경원 의원(17.4%)과는 12.7% 차이다. 3위인 주호영 의원(9.3%)과는 20.8% 차이다.

게다가 이 후보자는 선거를 위한 선거본부를 만들거나 선거운동원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논쟁하기를 불편해하는 성 문제와 여성 징병제 이슈에서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 현상을 재미있다고 보고 있는 유튜버들이 과거 토론 등을 영상으로 퍼 나르고 있다. 이 또한 젊은 층에 어필하고 있다.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국민의 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컵 안의 돌풍’으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현상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의미도 크다. 한국 정치의 핵심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지 살펴본다.

‘이준석 돌풍’에서 이준석 개인이 가진 매력이 있다. 첫째, 논리적이다. 하버드에서 훈련을 잘 받았다는 장점까지 겹친다. 실전형 논리로 웬만한 논객이 아니면 쉽게 논리를 부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을 준다. 둘째, 솔직하다. 성 문제처럼 비판받기 쉬운 주제에서 자기 생각을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 기성정치인들에게 기대할 수 없는 사이다 같은 답변이 나온다. 셋째 떳떳하다. 기성정치인 누구에게 빚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이것을 다 합쳐서 보면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구린 것이 없다”라고 긍정적으로 보면 “새롭다”로 규정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젊은 층과 여당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준석이 어필하고 있는 지지층이다. 20대와 30대가 우선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동적인 보수주의자’들이다. 확신에 찬 보수가 아니라 보수적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잘 드러내지 않는 이들이다. 정치학적으로 풀면 ‘중도 보수주의자’들.

이 지점에서 이번 돌풍의 구조적인 측면을 볼 수 있다. 중심 화두는 ‘불만’에서 ‘개혁’으로 전환이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불만’을 새로운 층위로 올려달라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에 대한 누적된 불만은 2008년 총선(46.1%)을 정점으로 하는 투표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그 뒤에 선거에서 늘 승자는 나왔다. 하지만 이것은 승자의 전략이 먹혀서라기보다는 패자가 악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번 4.7 재보궐선거도 성 추문으로 인한 공석과 부동산가격폭등이라는 민주당의 악재가 국민의 힘 승리로 이어진 측면이 크다.

그런데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보수정당은 구태의연해서 답이 없고. 진보정당은 능력이 없고. 뭐 마음 줄 곳은 없고 하니, 선거는 이번에 “누구를 처벌할까”를 기준으로 치러왔다.

그런 와중에 젊은 후보 이준석이 등장한 것이다. ‘젊은(younger)’ 층은 같은 연령대라서 호흡하기 좋다. 다른 세대에서도 보수의 변화를 바라던 이들은 ‘젊은(fresh)’ 후보에게 동조하게 된 것이다. 나이 차이를 넘어서 이들이 바라는 것은 같다. 뭔가를 바꿔서 ‘답’을 만들어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 요구는 ‘보수’ 정당에는 모순적이다. 특히 ‘국민의 힘’이 정확하게 ‘보수적(conservative)’이라면 더욱 모순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힘이 보수를 지지하지만 ‘이론적 보수’는 아니고 ‘정향적 보수’라면 특별히 모순적이지도 않다. 한편 국민의 힘이 추구하는 보수적 가치가 ‘기존 가치’를 강조하면서 점진적으로 사회발전을 꾀하는 것이라면, 이준석 돌풍이 추구하는 것과 전혀 모순되지 않는다.

만약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이어서 당 대표가 되면 한국 정치는 구조적 차원의 변화를 경험할 것이다. 보수진영에서 1985년생인 30대 당 대표가 나오면 진보진영은 대응할 논리를 만들기 어렵다. 보수가 ‘변화’를 화두로 여당 공격에 주도권을 쥐면 중도 진영이 보수로 쏠릴 것이다. 이에 더해 ‘진보=무능력’의 담론이 작동할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진보=도덕적’ ‘보수=부패’의 고리마저 바꿀 수 있다. 진보라고 꼭 도덕적이지 않다는 것을 학습한 이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구조적인 변동이냐고? 그렇지 않다. ‘보수’가 젊어지고 사회문제를 해결하자는 방향으로 나가면, ‘진보’ 또한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2004년 입성한 386 정치인들이 지금은 50대 정치인이 된 진보진영도 스스로 노회화를 이겨낼 방법을 찾을 것이다.

물론 모든 정당 지지자가 현시점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정당 정체성에 만족하는 이들도 전체 유권자에서 40%나 된다. 하지만 이들 열정적인 당에 대한 지지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한국 정치에 실망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커다란 선거 쟁점이 될 것이다. 보수가 주도하는 ‘변화’와 진보의 ‘대응’의 판이 짜이면 기존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는 매일 누가 자살골을 넣나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 정치에도 변화하라는 압박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재미있게 지켜볼 만하지 않나!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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