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9)-재물손괴죄와 형벌법규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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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9)-재물손괴죄와 형벌법규해석
  • 신종범
  • 승인 2021.05.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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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TV 사회고발 프로그램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그 중에는 다른 사람의 차량을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가로 막아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사건들도 있다. 서로 간에 사소한 다툼에서 비롯된 감정싸움으로 상대방이 주차한 차량 앞, 뒤를 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든지,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차량에까지 그러한 행위들을 하는 경우가 종종 소개된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경찰을 불러보지만, 도로가 아닌 곳에서의 행위에 대해 경찰은 나설 근거가 없다며 그냥 돌아가기 일쑤다. 시청하는 사람들도 답답한데, 당하는 사람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가해자는 오히려 더 당당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것 같다. 최근 대법원이 유사한 사례에서 재물손괴죄의 성립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A는 평소 자신이 굴삭기를 주차하던 장소에 B가 승용차를 주차해둔 것을 발견하고 주차된 B의 차량 앞쪽에 높이 120㎝ 상당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뒤편에는 굴삭기 부품인 크락샤를 갖다놔 차량이 이동할 수 없게 했다. B는 18시간이 지나서야 자신의 차량을 이동할 수 있었다.

B의 차량은 전혀 훼손되지 않았지만, 검찰은 A를 재물손괴죄로 기소했다. 손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을 말하는데, A가 B의 차량을 훼손한 사실이 없음에도 검찰이 A를 재물손괴죄로 기소한 이유는 뭘까?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고 하여 재물손괴죄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A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B의 차가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이는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죄에서 정하는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기소를 한 것이다.

그러나, 1심은 A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물손괴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방법’이란 손괴나 은닉과 같이 그 물건 자체의 형상, 속성, 구조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하는데, A의 행위로 B의 차량 자체의 형상이나 구조, 기능 등에 장애가 초래된 것은 아니므로 재물손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1심과 달리 2심은, B의 차량에 물질적인 형태의 변경이나 멸실, 감손이 초래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A의 장애물 설치 행위로 B의 차량은 일시적으로 그 본래의 사용목적인 ‘운행’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이는 재물손괴죄에서 정한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A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2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1심은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반면, 2심과 대법원은 1심 보다는 완화하여 해석하고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러한 취지에 따라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며,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으므로(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7687 판결), 1심 판단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2363 판결),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의 적용에 있어 죄형법정주의에서 허용되는 목적론적 해석인지, 허용되지 않는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인지 문제되는 형벌법규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재물손괴죄다. 재물손괴죄는 이번 사건처럼 이전에도 1심과 2심이 판결이 달랐던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 어떠한 판례들이 나올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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