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0) / 행복추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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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40) / 행복추구권
  • 정명재
  • 승인 2021.05.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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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대한민국 헌법 10조에는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5공화국 때 8차 개헌에서 헌법에 도입된 기본권으로 미국 헌법의 영향을 받았다. 행복추구권은 천부인권(天賦人權)의 개념으로도 생각되지만 헌법에 명시됨으로 인해 그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행복을 추구하고 싶은 마음, 행복을 향해 살아가는 인생 등 어디에나 어울리는 말이 ‘행복 추구’일 것이다.
 

최근 세간에 관심 사건 하나, 한강에서의 실족사 또는 의도적 범죄라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뉴스가 있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온 불행(不幸)을 마주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오래전 나의 친구가 떠올랐다. 그도 스무 살을 갓 넘긴 시간에 유명(幽明)을 달리했다. 유(幽)는 저승, 명(明)은 이승을 뜻하는 말인데 스물의 꽃다운 나이에 나는 그와 이별을 고해야 했다. 나에게 처음 비틀즈(Beatles)의 ‘Let it be’를 들려주며 팝송의 세계에 입문을 도운 친구이며, 힘들 때나 좋을 때나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마음 좋고, 편안한 친구였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기억에서 금세 잊히기도 하지만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선명하다.

왜 사는지를 물을 때 가장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대답은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복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추상적인 질문에 잠시 당혹해한다. 행복이 ‘감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타인과 완벽히 일치하는 행복의 조건은 다르기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행복은 기본적으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단지 즐거움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밤새 게임을 해도 재미를 느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행복은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어야 한다. 시간을 내어 식구들과 또는 연인과 함께한 여행이나 산책, 등산 등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남는다. 의미가 없는 즐거움은 단지 쾌락으로 전도될 수 있기에 행복은 의미와 즐거움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일상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일에 무심히 살아가다 보니, 새삼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지금 이 일을 완수하면, 이번 시험에 합격하면, 이번 일만 잘된다면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살아온 시간이 떠오른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보다는 당장에 앞에 놓인 일에만 몰두한 인생이었다. 뒤돌아볼 여유를 갖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일에만 급급해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리고 항상 앞을 보며 왔지만 뒤돌아보거나 곁을 살필 생각을 하지 못한 시간이었다. 세상에 부딪히며 이리저리 살아가다 우연한 사건 하나가 뒤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추억의 저편에 기다리던 지난 시간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자격증 2차 시험을 위한 교재 작업과 강의를 한 지도 두 달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막막한 작업이었지만 밤샘 작업으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간다. 모의고사를 통해 실력을 다지는 시간만이 남았다. 시험이란 일정에 매달리면 시간은 정말 빨리도 지나간다. 시험일이라는 D-day를 앞에 둔 경우, 오로지 모든 일정은 시험일을 향해 달려가게 되어 있다. 시험이 막상 끝나면 별것 아닌 것처럼 가벼운 하루지만, 시험 전에는 무겁고 힘겹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험은 누구에게나 힘겹고 무겁다. 하지만 힘겨운 시험공부의 기초(base)에는 행복이라는 이름이 있을 것이다. 시험을 통과했을 때 누리는 안도감과 기쁨은 즐거움과 의미를 부여하기에 족한 사건이다. 반대로 시험에 낙방하는 경우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은 행복의 조건에서는 부적합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도전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훗날 알게된다.

행복은 성공에 있을 것 같지만 원하던 성공을 부여잡고 있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모두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하지 않던가. 살다 보면, 좋은 일이 항상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쁜 일이 항상 반복되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세상은 늘 변한다. 미증유(未曾有)의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놓고 있다. 마스크는 일상의 필수품이 되어 있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어둡고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한 세상의 모습이지만 이러한 난관을 기회로 바꾸려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에게 불확실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도록 만들었다.

얼마 전, 멕시코에 거주하고 있는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2주가량 큰 고생을 하였고 지금은 완치되어 가는 중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주셨다. 아울러 병마와 싸우는 동안 많은 기적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홀로 마른기침과 몸살로 며칠간을 고통에 직면하며 죽음의 공포와 싸우기도 했고,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가족 간의 사랑과 돌봄, 신(God)에 대한 믿음 등 더없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선배는 말한다. 처음에는 왜 나에게 이러한 일이 생겼을까 화도 나고, 짜증도 났지만 오롯이 혼자 있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극도의 불안과 걱정 앞에서 오히려 삶의 평안과 사랑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역설적인 글을 보내오셨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처음부터 원해서 태어난 인생은 없다. 태어남의 선택은 없었지만, 인생에는 무수한 선택상황이 존재한다. 밝음으로 갈 것인지, 어두움을 택할 것인지는 의지의 영역이며, 생각과 판단의 영역이다. 처한 상황이 힘들고 어렵지만 긍정의 힘으로 무장한 이들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장을 하고 배움을 얻는다. 처한 상황이 유리하다고 교만하는 이들은 언제나 승자로 남기를 바라지만 언젠가는 교만의 늪에 빠지며 혹독한 곤경을 마주하기도 한다.

수험생들에게 행복은 무엇일까?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그 대답은 각양각색일 수 있지만 공통된 답 중 하나는 빨리 합격하는 것이다. 합격은 행복의 기초가 되고 발판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정을 무시한 ‘빨리빨리’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시험에서 합격하리란 믿음을 갖고 나의 순서가 될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 시간이 행복이라면 우리는 지금 행복의 한가운데에 있다. 시험은 행복으로 향하는 입구이며, 합격은 그 종착역이기에 우리는 지금 행복 여행 중이다. 행복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는 것도 정답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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