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경수사권 조정 100일, 그 성과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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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검·경수사권 조정 100일, 그 성과와 과제는?
  • 최진녕
  • 승인 2021.05.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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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개혁은 통상 100일 안에 그 성패가 결정된다. 이른바 ‘검찰개혁’을 기치로 올해 1월 1일부터 전격 시행된 검·경수사권 조정이 지난 4월로 100일을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100일의 성적표는 어떤가.

2021년 1월 1일은 ‘경찰 수사권 독립 기념일’이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형사사법제도는 검사가 수사에서 기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지휘하던 구조에서,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갖는 구조로 변경되었다.

검·경수사권 조정 100일의 성과와 과제는 무엇일까. 실무상 긍정적 변화를 살펴보자. 경찰 수사권 독립에 따른 가장 큰 성과는 경찰 수사절차상 인권보호가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실무가 입장에서 수사 참여를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 보면, 독립되고 쾌적한 조사실이 가장 눈에 띈다. 종래에는 여러 수사관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 많은 조사가 동시에 이루어졌다. 수사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피의자나 피해자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기 어려웠다.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위해 많은 물적 투자를 하면서 독립된 조사실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수사 관련자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의 수사참여권이 강화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작년만 해도 일부 경찰조사관들은 피의자 대신 변호인이 사실관계에 관해 답변하는 것을 제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올해 들어 그런 경험이 거의 없다. 오히려 변호인이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답변하면, 조서에 ‘변호인’이 진술의 주체임을 명시하고, 그 진술한 내역을 조서에 기재하는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만큼 경찰 조서의 질적 향상도 엿보인다. 피의자 측 변호인뿐만 아니라 고소인 측 변호인의 조사 참여도 종전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변호사의 조사 참여를 꺼리던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경찰과 변호인 등 수사관계자의 의사소통도 보다 원활해 졌다. 수사 참여를 하다 보면 조사관이 휴대폰 번호나 업무 이메일을 변호인에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수사 진행 상황을 수시로 문자나 전화를 통해 문의할 수 있고, 굳이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지 아니하고도 추가적인 증거자료를 이메일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도 많다. 제도가 시행된 지 100일 넘게 흐른 상황이지만 여전히 실무에서는 혼란이 크다. 변경된 제도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화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사 사건 정보를 총괄하는 형사사법포털(KICS)에서 사건 검색이 불가능해지는 등 기본적인 준비 부족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건 관계자로서는 자기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 지휘를 하고 사건 기록 일체를 경찰에 보내더라도 사건이 계속 검찰에 접수된 상태였지만, 법 개정 이후 검사가 보완수사요구 결정을 하면 검찰에 접수되었던 사건번호가 없어지고 다시 경찰 사건이 되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수사 진행이 늦어지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수사 진행과 처리 속도가 검경수사권 조정 이전에 비해 현저히 지연되는 것을 체감한다. 경찰수사규칙상 사법경찰관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유명무실하다.

필자는 최근 한 경찰서 경제팀으로부터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2-3배 이상 늘었지만, 인력 보강이 없다 보니 죽을 지경이다. 야근해도 야근 수당도 제대로 못 받는다.”라는 볼멘소리를 들었다.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경찰은 경찰대로 불만이 쌓여간다. 경찰청은 수사 지연에 대한 대책으로 전국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을 대상으로 ‘경제범죄수사팀 활성화를 위한 특별계획’을 시행 중이다. 경찰에서 수사 업무를 맡기 위해서는 내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4시간을 넘는 초과근무에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범죄수사팀에 대해서는 내부 자격시험 없이 수사팀에 투입하고 초과수당도 모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전국 경찰서 사이버팀과 지능팀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찰 순경 공채는 형사소송법이 선택과목이어서 실제로 형소법을 모르는 경찰도 적잖다. 경제 관련 범죄는 형법뿐만 아니라 민사적 전문지식도 필요한데, 조사관이 부족하다고 자격시험조차 없이 현업에 투입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경찰의 부실한 불송치 결정 이유서는 경찰의 수사능력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필자는 복잡한 배임 등 고소 대리 사건에 관하여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A4용지 절반가량의 불기소 이유에는 도대체 이해 불가한 말이 무성의하게 적혀 있었고, 그 흔한 대법원 판례 등 불송치 결정을 뒷받침할 법리 한 줄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 종래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던 사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0일 현재 성적은 ‘후하게는 B-, 박하게는 C+’라면 적당하겠다. 첫 돌에는 좀 더 높게 평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 대표) / 전 대한변협 대변인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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