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9) /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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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39) / 조용하다
  • 정명재
  • 승인 2021.05.1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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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조용하다. 비가 오는 저녁의 거리는 조용했고 비가 그친 후의 하늘도 고요했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냈을 때의 기분 역시 고요하다. 일상의 삶이란 게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이다. 주어진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는 퇴근길의 마음은 고요하다. 운 좋게 거리를 지나며 내가 좋아하던 풍경을 마주할 때, 아니면 내가 좋아하던 음악이 흘러나올 때 마음은 편안하고 안식을 찾는다. 세상이 조용했으면 좋겠다. 무심히 시간을 보내도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TV 뉴스에서도 특별한 소식을 전하지 않는 일상이었으면 좋겠다. 부모님께, 가족들께 안부를 물어 오늘 하루가 어떠했는지 여쭈어 볼 때도 돌아오는 대답이 “그래, 별일 없었지.” 라는 짧은 인사가 반갑다.
 

분주하고 바쁜 인생이다. 시험을 보겠노라고 결심한 순간부터 마음은 이미 전쟁 같은 수험세계에 빠져든다. 마음이 가면 행동이 따르는 법이니, 몸 역시 자유롭지 않다. 스스로 옭아맨 계획표에 짓눌려 아침잠을 마음 놓고 잘 수도 없다. 알람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하루를 시작하고도 시간이 부족해 밤잠을 줄여 살아간다. 주말이면 가까운 뒷동산을 꼭 가겠노라고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는 게 쉽지 않다. 밀린 공부와 밀린 과제에 마음은 불안하니 자연스레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일도 줄어드니, 혼자의 세상에 살아가는 일이 흔하다. 수험생은 고요하고 조용한 세상에 살아야 할 운명인가보다.

‘조용하다.’ 나이가 들고 좋아하는 색이 무엇인지,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인지 누군가가 내게 물으면 나는 ‘조용하다’를 고를 것 같다. 어려서는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했고, 그게 친구이건 연인이건 누군가와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세상의 맛 그렇게 쓴맛, 매운맛을 보니 그리 궁금한 것도 알고 싶은 것도 없게 되었다. 가지고 있는 시간과 가지지 못한 시간을 그리워할 이유도 없다. 현재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기는 일이 그리 어렵거나 대단한 것도 아니기에 현재를 바라보고 현실에 살아가는 가장 쉬운 길을 조용히 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색을 답한다면 ‘초록’이다. 어렸을 때는 특별한 감정을 보이지 않던 나도 ‘작은 나무와 풀 그리고 꽃’에 관심이 간다. 민들레 작은 홀씨에도 그에게서 세상을 배우고, 척박한 돌 틈에서 자라는 담장이를 보며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초록의 공간이 편안하고 그립다. 초록과 조용함은 잘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피곤함이 역력한 수험생에게 묻는다. 잠은 잘 자고 있는지를.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잠을 청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병원에서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잠은 보약이라고도 하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면 많은 생리적, 신체적 리듬이 깨진다. 인간의 뇌파에는 주파수가 있다. 이러한 주파수에 따라 뇌파의 종류를 구분하면 알파파, 베타파, 감마파, 세타파, 델타파로 나눈다. 적정한 주파수인 10~12Hz가 알파파인데 즐겁고 편안하게 쉴 때 발생한다. 하지만 주파수가 조금씩 높아짐에 따라 베타타(일명, 활동파)라는 스트레스파가 생긴다. 낮에 활동할 때 지배적인 뇌파로 행동은 민첩하게 할 수 있어도 두뇌력은 저하되어 알파파에 비해 좋은 생각은 나지 않는다. 감마파는 극단적인 흥분, 불안에서 발생한다. 30Hz 이상에 발생하는 뇌파로 온갖 잡생각들이 머릿속에 오가며 활발한 신경활동으로 인해 에너지 소모가 많아 화끈거리거나 달아오르는 경우가 많다. 생각은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괴로움에 몸을 떨기도 한다.

인간도 하나의 유기체로서 마치 기계장치같이 분석하고 구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휴식과 안정의 시간에 우리 몸은 알파파를 유지하지만, 사회활동과 공부에 치이고 있을 때는 베타파가 지배한다는 것이다. 집에 오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치한 생각에 밀린 공부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고, 불안한 마음을 잊고 싶어 게임 등에 몰두하다 보면 그 좋다는 알파파는 발생하지 않고 계속적인 베타파나 극단적인 감마파가 생기게 된다. 결국 인간의 마음과 결심이 평화와 불안감을 모두 만들어낼 것이지만 과학적인 증거로 뇌파를 통해 이를 입증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생각, 좋은 글귀, 좋은 음악이 필요하다. 좋은 생각을 하려면 고요함이 필요하다. 수험생에게 가끔 들려주는 이 칼럼도 이러한 좋은 생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 살레츨(Renata Salecl)은 ‘불안이 사람을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불안 없는 삶이야말로 불안한 삶이다,’라고 역설한다. 불안은 쾌락(jouissance), 건강, 안전 등을 바라는 주체라면 필연적으로 품고 있는 정서라는 것이다. 결국 욕망이 있다면 불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안은 대부분의 경우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다. 수험생에게 시험은 필연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장애물인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기에 불안감이 따라오는 것이다. 불안감의 원천을 따져보면 수험생에게 불안은 합격에의 열망이라는 동의어로 결부된다. 합격에의 의지와 열정이 넘치는 과정에서 불안감은 생기는 것이기에 불안을 없애야 할 대상이나 피해야 할 스트레스 인자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봄비가 그친 뒷산에는 하얀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하다. 좋은 바람, 좋은 향기, 좋은 생각을 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다섯’이라는 숫자다. 다섯은 ‘닫고, 서다’(閉, 立) 즉,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미로 어두운 지하의 삶을 닫고 밝은 지상으로 솟아나는 새싹의 돋움이다. 그리고 여섯은 ‘열고 서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계절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지고 시간에 흐름에 따라 그 순환을 하는 것이다. 시험의 계절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자. 그동안 많은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으며, 공부하느라 쏟은 땀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귀하게 여겨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탑이 무너질까 두려운 마음에 불안감도 생기고, 잠을 더디게 이루는 일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결실을 맺기 위한 과정이고 수련 시간이라고 생각해 봄이 어떨까. 인내하고 견뎌야만 얻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귀한 가치, 욕망을 이룬 것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는 결실을 알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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