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8 /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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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과 함께 ‘이유진의 백일기도’ 8 / 질투는 나의 힘
  • 이유진
  • 승인 2021.05.11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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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박문각남부고시학원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감독은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에서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는데, 그 시에서 “20대 후반, 자신을 인정할 수도, 아직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못하는, 질풍노도의 상태에 있는 한 젊은 남자의 인상”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이 시의 내용을 감히 쉽게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나는 청춘의 이 시점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겠지.

젊은 나는 너무나 혼란스럽고 어리석었구나.

목표를 잃고 방황했으며 할 줄 아는 거라곤 슬퍼하는 것밖에 없었구나.

누구에게도 위협이 될 만한 가치가 없는 인간이었으며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었구나.

나는 현재의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다.

나는 미친 듯이 사랑(목표로 삼을 만한 것)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존중)하지 않았다.

제목만 보면 이 시의 주제가 ‘질투’인 것 같지만, 제 생각에 작가가 정말 말하고자 한 것은 ‘질투심이 자신을 살게 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가지고 살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남을 질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기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자괴감’, ‘열등감’이라는 진실을 담고 있는 셈이죠.

영어에서 ‘질투’, ‘시기’를 뜻하는 ‘젤러시(jealousy)’는 그리스어 ‘젤로스’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젤로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헤라는 한 때 미(美)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와 아름다움을 겨룰 정도였으나, 남편인 제우스의 여자들을 질투하며 행복과는 거리가 먼 여인의 상징이 되죠.

헤라가 진실로 자존감이 높았다면 질투와 시기로 자신을 괴롭히기보다는, 자신과 같이 아름답고 완벽한 아내를 두고 바람을 피우는 제우스를 한심하고 어리석게 여기며 멍청한 남자의 아내이길 포기하거나, 제우스의 다른 장점이 단점보다 더 크다고 판단하여 장점을 이용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제우스를 감시하고 불륜의 상대에게 복수하는 것에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겠지요.

‘질투’와 ‘시기’는 연인 관계에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산다고 생각되는 모든 존재(친구, 친척 등 가까운 지인부터 나보다 좋은 차를 타는 옆 차선의 낯선 사람까지)를 질투합니다.

그 질투심이 긍정적으로 승화되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오기’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더 타락한 감정인 ‘자괴감’이 되기 마련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사회에서 인정하는 진도(?)를 나가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괴로워하거나, 먼저 붙은 수험 동기들을 보면서 괴로워하는 것은 내게 득이 되는 감정일까요, 실이 되는 감정일가요?

어떻게 하면 이 ‘질투심’을 나의 인생에 득이 되는 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까요?

니체의 목소리로 답을 다시 드리도록 할게요.

“자신을 대단치 않은 인간이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 같은 생각은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옭아매려 들기 때문이다. 오히려 맨 먼저 자신을 존경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아직 아무런 실적도 이루지 못한 자신을 인간으로서 존경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경하면 악한 일은 결코 행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손가락질당할 행동 따윈 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이상에 차츰 다가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타인의 본보기가 되는 인간으로 완성되어 간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능력이 된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를 존경하라.” (니체, ‘권력에의 의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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