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그 참, 좀 적당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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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그 참, 좀 적당히 합시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4.30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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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누가 뭐래도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기 맞다. 온전한 항아리라면 벌써 물이 차고 남았을 테니….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전부터 ‘로스쿨 정원’과 ‘신규 변호사 정원’은 뜨거운 감자였고 그 이전으로 시간을 앞당긴다면 1995년 사법개혁 논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26년 동안이나 ‘법조인 정원’을 두고 치고받았지만 말짱 도루묵이다.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 공청회, 토론회 등 연 5회만 잡아도 지금껏 130건이나 된다. 이를 위해 엄청난 예산이 쓰였을 것이며 수많은 인력이 동원되고 수십 톤의 인쇄물이 생산됐을 것이다.

그런데 해를 거듭할수록 감자는 더 뜨거워지고 있다. 너무 뜨거워 손도 못 댈, 장작만 아까운 꼴이다. 군불도 이젠 좀 식을 만할 법한데 화력이 더 세지고 있는 꼴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것인지, 이기심과 욕심들에 배가 불러서 단추들이 터져서 인지, 지난 26년의 결과물은 입지 못할 옷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2일 발표한 금년도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4.06%였다. 응시자 3,156명 중 1,706명이 합격한 결과다. 제1회 87.25%에서 매년 하락하다 제7회 49.35%로 바닥을 친 후 반등 중이다. 다만 합격자 수는 작년(1,768명)보다 오히려 62명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변시 합격자 정원 확대를 주장하는 로스쿨측의 희망과는 달리, 합격인원은 감소한 반면 합격률만 상승했다. 통상 경쟁시험은 합격인원이 감소하면 합격률도 낮아지지만 변호사시험은 뭐가 그리 복잡한지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당연히 여러 이유가 작용한다. 흔히 예견 가능한 합격정원이면 응시자가 감소하면 합격률은 높아진다. 이번 변호사시험 역시 응시자가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합격률 상승이 전망됐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인지, 선발시험인지, 참으로 모호하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소위 함수의 X, Y라는 기본축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처럼 1,768명을 뽑고 싶으면 뽑고 올해처럼 1,706명을 뽑고 싶으면 그렇게 뽑았다는 것이다.

‘입학정원(2,000명) 대비 75%이상’이라는 나름의 기준을 유지해 왔지만, 이 역시 비현실적 가설에 불과할 뿐이다. 전년도 결원 중 매년 100~130명을 보충하는 제도가 운영되는지라 ‘입학정원 대비’는 하늘이 두 조각나도 최소 1,500명 이상은 합격시켜 주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변호사시험 응시생들에게는 나름 안전장치가, 로스쿨측에게는 ‘더 배출할 수 있는’ 희망의 열쇠가 되지만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는 변호사단체로서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그러니 싸우지 않을 수 있겠나.

정말 신기한 것은 ‘정원대비 합격률’이라는 안전장치까지 보장받았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지금은 더 사나운 사자가 되어 포효에 가까운 선전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격정원 1,000명으로 축소’ 주장의 최일선에 나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가장 실력 없는 기수들”이라고 혀를 차는 로스쿨 교수들의 푸념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양새다. 합격률 제고를 주장하는 로스쿨 교수들의 내면엔 로스쿨 위상 고수냐, 제자 사랑이냐, 밥그릇 움키기냐, 그 실상을 파악할 순 없지만 ‘맹독을 품은 제자’를 낳은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배고픔을 대변하는 변호사단체도 비굴의 굴레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그 막강한 위상을 갖고 결선점에서 행패를 부릴 것이 아니라, 출발점 이전에 룰을 정하는데 그 위세를 활용하여야 하는 것이 이치이지 않을까. 그럴 능력이 충분함에도 늘 결선점에서 불을 지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애매모호를 핑계로 아전인수격 집단행동에 이젠 싫증과 신물이 난다. 지금이라도 자격시험인지, 선발시험인지, 전자라면 명확한 적정 실력기준을 제시하고 후자라면 정확한 선발인원을 사전 공지하는 것이 맞다. 어느 측이든 이를 수용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면 차라리 사법시험으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로 변호사자격을 부여하든가. 불 보듯 뻔한 경기를 법학‧법조계는 매년 반복하지 말고…. 그 참, 좀 적당히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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