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7)-재산비례벌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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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7)-재산비례벌금제
  • 신종범
  • 승인 2021.04.3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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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언제부터인지 정치적 논쟁 대신 국민들의 삶과 관계되는 정책적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소위 기본시리즈에서부터 부동산 정책 등 지금 심각히 나타나고 있는 민생 문제에 대하여도 그의 소신을 자신있게 밝히고 있다.

최근 이 지사는 ‘재산비례벌금제’ 도입 또한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페이스북에 “현행법상 세금과 연금, 보험 등은 재산과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고 있지만, 벌금형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같은 죄를 지어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의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또한, “보다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산비례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비교적 늦었다는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76.5%가 ‘재산비례벌금제’ 도입을 찬성할 정도로 우리나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라고 밝혔다.

이 지사의 말처럼 지금 우리의 벌금형은 ‘총액벌금제’다. ‘총액벌금제’란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함 없이 동일한 벌금형을 선고하고, 만약 벌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1일 얼마로 계산해서 해당 기간 만큼 노역장에 유치(환형유치)하는 제도다. 일용노동자인 A가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면, 동일한 수치의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대기업 회장인 B에게도 100만원을 선고하고, 만약,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1일을 100,000원으로 계산하여 미납 벌금액만큼 노역장에 유치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총액벌금제이다.

‘총액벌금제’에 대해서는 일부 계층에게는 벌금의 형벌로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형벌은 범죄에 상응하는 응보로서의 기능과 위하력에 의한 범죄예방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일부 재력자들에게는 벌금형에 이러한 형벌의 기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대기업 총수 B에게 벌금 100만원은 어떠한 응보도, 위하력도 없다. 또한, 빈곤계층의 경우에는 벌금을 낼 형편이 안되어 노역장에 유치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렇게 되면 벌금형이 사실상 자유형으로 전환되어 재력에 따른 형 집행의 불평등이라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B는 아무런 부담없이 벌금 100만원을 내면 그만이지만, 1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는 A는 10일을 노역장에 구금되어 노역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총액벌금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재산비례벌금제’다. 용어자체에서 보듯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벌금에 차등을 두는 제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 먼저 범죄에 따라 벌금 일(日)수를 정하고, 다음으로 1일에 해당하는 벌금액은 피고인의 소득 또는 재산을 고려하여 정하게 된다. 이를 ‘일수벌금제(日數罰金刑制)’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의 예를 ‘일수벌금제’에 적용해보면, 일용노동자 A와 대기업 총수 B 모두에게 벌금 일수는 10일로 정하지만, 1일에 해당하는 벌금액은 A는 10만원, B는 500만원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러면, A가 내야하는 벌금액은 100만원이지만, B가 내야할 벌금액은 5000만원이 된다. 동일한 범죄에 동일한 벌금 일수가 정해지니 범죄와 형벌의 균형에 맞고, 벌금액은 경제력에 따라 정해지니 형벌의 기능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 ‘총액벌금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재산비례벌금제’는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한 이래 스웨덴, 덴마크,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6년 처음 논의가 시작되어 국회가 새롭게 구성될 때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입법화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도 이와 관련된 형법 개정안이 계류 중에 있다. 개정안은 벌금을 일수로 산정하여 선고하되 벌금형의 일수는 1일 이상 3년 이하로 하고, 일수 정액은 피고인의 자산과 1일 평균 수입을 기준으로 1천만원 이하로 하며, 노역장 유치에서 벌금형의 유치기간을 벌금형의 일수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지사의 ‘재산비례벌금제’ 주장에 대해 모 야당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지사가 ‘재산비례벌금제’를 주장하면서 벌금비례 기준을 소득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핀란드 등을 예로 들어 거짓말하였다고 주장하여 또 다시 주목을 받았다. 모 야당의원 주장은 핀란드는 소득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달리 정하고 있으므로 ‘재산비례벌금제’가 아니라 ‘소득비례벌금제’이니 핀란드를 ‘재산비례벌금제’ 국가로 예를 든 것은 거짓말이라는 취지인 것 같다.

‘재산비례벌금제’는 일반적으로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어도 피고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경제적 약자보다 강자에게 더 많은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제적 능력에는 자산, 소득 등이 모두 고려된다. 이 지사도 이러한 의미의 ‘재산비례벌금제’를 이야기했는데 모 야당의원의 이상한 주장에 이상한 정쟁으로 흐르고 말았다.

‘총액벌금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재산비례벌금제’가 제시되었지만, ‘재산비례벌금제’ 또한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차등하는 것이 책임주의에 맞는지, 피고인의 경제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있다. 모 야당의원이 말트집 잡기가 아닌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제시하였으면 좀 더 성숙한 논쟁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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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 수 2021-07-10 01:32:57
윤희숙 의원이 지적한 부분이 말트집잡기는 아니죠. 재산과 소득을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 혹은 재산이나 소득 중 하나만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중요하지 않은가요? 거주하는 부동산 한 채만 있고 소득은 없는 은퇴한 퇴직자의 경우 재산비례벌금제에서 '재산'만 포함한다면 이 퇴직자의 경우는 합리적으로 벌금이 부과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제도 도입의 취지가 과연 이를 위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재산과 소득을 모두 포함해야 하는지, 둘 중 하나만 포함해도 되는지가 중요한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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