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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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일 단상
  • 송기춘
  • 승인 2021.04.23 11:2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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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졸업한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합격했구나 안도하면서 통화 버튼을 터치하고 바로 축하부터 한다. 오늘 전화가 오는 건 합격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수고했다, 고맙다, 훌륭한 법률가 되기 바란다고 인사를 하면 눈물이 흐르고 목이 멘다. 합격이 덤덤한 일일 리는 없다. 전화가 올 법도 한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으면 불길한 느낌이 든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연락이 없으면 합격하지 못했구나 여긴다. 또 1년을 어떻게 견디나 안타까움이 크다. 응시자의 반이 합격한다는 시험이니 합격률이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응시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떨어지는 시험이니 합격을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첫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두 번 이상 응시하면 합격할지는 정말 예측하기 힘들다.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1,706명이고 응시자(3,156명) 대비 54.1%이다. 입학정원(2,000명) 대비로는 85.3% 합격률이다. 합격자수가 애초 입학정원 대비 75%인 1,500명에서 200명 정도가 증가하였다. 각 대학 평균 합격자가 8명 증가하는 숫자다.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은 입학생 100명이 졸업 후 5년 동안 변시를 보면 85명이 합격한다 또는 15명은 합격하지 못한다는 말과 거의 같다. 응시자 수가 입학정원의 160% 정도에 해당하니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62% 정도 이상이면 그 학교 졸업생이 5번 응시하여 거의 대부분 합격한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60%를 넘는 학교는 2020년(제9회 변시) 기준으로 7개 학교에 불과하다. 그러니 나머지 학교는 입학할 때부터 상당수는 합격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학교별 격차가 적지 않다. 합격률이 높은 학교의 졸업생은 대부분이 합격하지만 낮은 학교의 졸업생은 시험 준비를 더 오래 해야 하고 5회 응시 동안 합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치열한 경쟁시험인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로스쿨) 교육과정 운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것은 이른바 ‘교육과정 중심의 법률가 양성’이라는 법전원 제도 도입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배반한다. 졸업하고 응시하면 대부분 합격한다고 할 학교의 경우도 이러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높은 합격률이라는 게 엄청난 시험 준비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학교의 교육과정만 따라가면 합격이 보장된 게 아니다. 합격률이 낮은 학교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가르치는 모든 것을 변시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변시와 관련성이 낮은 과목은 기피된다. 3학년 과정은 대체로 변시 준비과정이다. 2학기는 더 하다. 1월 초부터 시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법전원은 차라리 3년 과정의 수험학원이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법전원이 귀족학교라는 비판에 대응할 장치인 특별전형 제도의 결과도 안타깝다. 법전원협의회의 분석에 의하면, 제8회 변시에서 전체 법전원 특별전형 졸업자의 33.6%만이 합격했고 비수도권 지역 소재 법전원의 경우 합격률은 18.8%에 불과하다.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여 교육한 결과가 이러하다. 지역인재 전형 입학자가 졸업하여 합격한 비율도 35.9%로서 전체 합격률(50.8%)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에게 입학에서는 우대하지만 변시를 철저한 경쟁시험을 유지함으로써 이들 상당수에게는 오히려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만 품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합격자 사정을 하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회의가 있던 날, 법무부 앞 도로에서는 변호사협회가 주최하는 시위가 열렸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을 1,200명 아래로 내리고 부실 로스쿨을 정리하라는 것이다. 변호사 영업이 어렵다지만,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직역이 송무시장만은 아니고 아직도 변호사들이 진출해야 할 영역이 넓은데 이들은 오로지 송무시장에서의 활동만 염두에 두는 듯하다. 차라리 법전원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실력이 부족하니 합격자 수를 줄이라면 동의할 부분이 있겠다. 그러나 점차 강한 경쟁에 던져지는 게 힘들어 그러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예를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할 주장도 아니고, 업계의 동료가 될 새로운 멤버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변협은 실력 있는 변호사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법전원 제도 개선, 법전원 이외의 변호사 양성 방법에 대한 고민도 포함해서 말이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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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제자 2021-04-26 21:41:13
로스쿨 수업 다 내던지고 공부한 덕분에 이번 변호사시험 1050점받고 변호사 된 사람이 한 말씀 올립니다. 보이십니까 후배여러분? 로스쿨학생 선발, 로스쿨 교육, 로스쿨 졸업시험, 변호사시험 출제, 변호사시험 채점까지 로스쿨 교수님들 손으로 직접 하는데 로스쿨 교수님들은 13년째 유체이탈 화법만 쓰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교수저, 기본법리, 리딩케이스 타령하던 교수님들 말만 믿고 공부하던 친구들도, 강성민김유향 핸드북으로 공부했던 친구들도 '평등하게' 형식적 당사자소송 예비적 청구에 얻어맞았습니다. 교수님들의 이런 업적 덕분에 이제 후배기수 여러분들은 다른 학교 교수 특강자료까지 구해다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교수님들은 자꾸 남들보고 고민하랍니다. 유체이탈 그만하고 당신들부터 고민하십시오.

형사재판실무 2021-04-27 01:50:09
휴 진짜 속편한 소리 하시네 ㅋㅋ 매년 비슷한 감상문 올리면서 그래도 나는 제자들의 앞길에 대해 걱정해주고 있는 따뜻한 스승이다 혼자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닐까? 반기문이 유엔에서 제일 많이 한 게 의전받기와 우려표명이었다지 아마. 그 우려로 세계는 얼마나 더 나아졌나? 마찬가지로 로스쿨 교수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할 생각도 없이 10년째 법전원의 도입취지를 불경외듯 암송하면서 이 모든 것은 변협과 법무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한다. 문제점을 진단하셨으면 왜 그런지, 왜 그렇게밖에 될수없는지 분석을 하시고 대책마련을 해야 하는데 맨날 이렇게 감성 칙촉한 얘기만 하고 있으면 뭐가 달라집니까? 뭐라 말이 안나오네 ㅋㅋ

그님기 2021-04-27 10:02:44
그래서 님은 공기록 점수가?

답답 2021-04-23 12:24:43
고민만 말고 해결책을 당장 실시해 주세요

절실함 2021-04-24 10:47:48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엄마의 편지) 고통속에 살고 있는 변호사시험 수험생(로스쿨생)들을 구제해주세요. > 대한민국 청와대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7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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