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의 2021년 경찰 수험생을 위한 제언 / ⑤직업으로서 경찰의 직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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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의 2021년 경찰 수험생을 위한 제언 / ⑤직업으로서 경찰의 직무 이해
  • 민진규
  • 승인 2021.04.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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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군사독재 시절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과 노동 투쟁을 진압하는 전위대로서의 기능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부패한 경찰관은 범죄집단의 뒷배를 봐주거나 이들이 영위하는 불법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챙겼다.
 

권력기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기치를 올리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을 견제하는 수단 정도로만 경찰 개혁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수본과 자치경찰의 도입만으로 경찰의 반인륜적 수사 관행, 내부의 만연한 부정부패, 후진적인 윤리의식 등을 해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한다.

전 국민의 분노를 촉발한 LH 사태 수사도 초동 수사의 실적이 미진해 결국 법무부 장관이 500여명에 달하는 매머드 검찰 수사단을 구성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철저한 수사로 국수본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목표는 초라한 성과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다.

최근 몇 년 동안 대규모 공채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 시험은 공무원 수험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다. 경찰청은 필기시험 합격 후에도 체력검정, 신체검사를 넘어 심층 면접까지 다단계 선발 과정을 통해 직무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공정하고 정직한 업무처리로 수사결과에 무한 책임을 감당해야

▲ 경찰 직무를 이해하기 위한 3가지 인식
▲ 경찰 직무를 이해하기 위한 3가지 인식

현재 전 세계에서 경찰 제도가 가장 잘 정립된 것으로 평가를 받는 국가 중 하나는 미국이다. 특히 미국 FBI는 조직범죄와 사회주의 세력의 척결을 목표로 설립됐지만 한국의 국수본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DGSI, 독일의 BKA, 이스라엘의 GSS, 일본의 공안조사청 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회에서 경찰관의 바람직한 자세를 언급하면서 FBI의 정신인 충성(Fidelity), 용감(Bravery), 고결(Integrity)를 설명했다. 경찰의 직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정(Equity), 정직(Honesty), 책임(Responsibility)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중요하다.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정은 경찰이 치안유지를 위해 공권력을 사용함에 있어 권력자와 부자에 대해 차별적 편의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사회적 지위나 재산이 없는 사람에게 동일한 기준에 따라 사법적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천억 원 규모의 사회적 피해를 입힌 사회 지도층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단돈 몇 천원의 절도를 저지른 가난한 국민에 대한 처벌이 가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현실은 현대판 ‘장발장’이 넘쳐나고, ‘선택적 정의’라는 해괴망측한 용어를 자연스럽게 읊조리는 경찰관도 적지 않다.

둘째, 정직은 최일선 수사기관으로서의 자세뿐만 아니라 올바른 직업인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경찰은 수사의 목표를 정해 몰아가기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수사의 목표와 방향을 정해두고 증거를 취사선택하는 소위 말하는‘끼워 맞추기’식의 수사관행은 지양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사 자료의 조작과 은식, 증거 자료의 무단 파기, 증인과 참고인의 선별, 악의적 편집과 조작이 난무하는 조서 작성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외부의 청탁 및 압력과 야합해 진실을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왜곡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할 일제 식민지 경찰의 잔재다.

셋째, 책임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함에 있어서의 효율성을 확보함과 더불어 수사보고서 및 결과를 무한 보증하겠다는 자세를 말한다. 단순히 국가배상판결이 있는 사건에서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을 넘어서 부실이나 과잉 수사를 벌인 수사관 및 관리자에게 엄중하게 법적 및 금전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사회적 해악이나 처벌의 가치조차 없는 경범죄의 수사에 과도한 수사력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특히 승진을 위해 수 많은 잡범을 양산하는 것도 금물이다. 지도부의 의도가 드러나는 사건의 대부분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로 종료되는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했으므로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 올바른 법률 인식을 통해 민생과 민주주의 지켜야 존경 받을 수 있어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성(性)에는 선도 없고 악도 없다. 생리적 욕망이 성품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 속담에도 ‘승기월장(丞飢越墻)’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승도 사흘을 굶으면 남의 집 담장을 넘는다는 의미이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데 사회 안정을 위해 경찰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시기이다. 경찰관이 직업으로서 경찰 직무를 수행하면서 염두에 둬야 할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다.

우선 경찰관이 법을 집행할 때 단순히 문구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법이 제정된 의미를 되새겨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도 존재할 수 없고, 국민이 국가의 권위를 부정하면 경찰조직도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경찰과 사법기관이 법률 조문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권한을 갖고 있지만 법을 제정하는 곳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이다. 국회가 제정한 모든 법률은 국민의 생활을 옥죄고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평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다음으로 경찰이 수행하는 치안 직무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필수불가결하지만 ‘인간의 도(道)’를 넘어설 경우에 사회적 편익(benefit)보다는 비용(cost)이 더 많아진다는 것도 자명하다. 원리원칙대로 직무를 수행해도 사회 가치를 훼손한다면 정의(正義)의 수호가 아니라 악행(惡行)의 자행이 되는 것이다.

해외 언론에는 경찰관이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절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처벌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제공했다는 기사가 가끔 나오지만 한국에서는 찾기가 힘들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작은 소망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국가라면 미래가 없다.

마지막으로 경찰은 이 땅에서 올바른 민주주의 이념을 지키는 것이 마지막 소명이라고 여기면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현재 한국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수십 년간 군사 독재와 공안 통치에 맨주먹으로 저항하며 흘린 피와 땀의 과실(果實)이다.

경찰의 마지막 소임은 민주주의를 파기하려는 불순세력의 준동을 막고, 갑남을녀(甲男乙女)의 인권조차도 제왕의 권위 못지않게 소중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경주할 때 경찰조직과 구성원들은 국민들로부터 존경(respect)을 받을 수 있다. 오늘도 경찰관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수험생과 현직 경찰관 모두에게 희망찬 내일이 다가오길 기원한다.

- 계속 -

민진규
現 국가정보전략연구소 (www.inis.kr)소장
합격의법학원 국정원/대통령경호처 논술 및 면접 강사
前 국방부 정보부대 정보분석관(예비역 공군 대위)
남부행정고시학원 등 국정원 국가정보학 강사
칼럼 내용 문의 : 민진규(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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