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도 예외 없는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제도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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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도 예외 없는 변호사시험 응시금지제도는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4.02 16:2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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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자격 박탈 로스쿨 졸업생 11명 헌법소원 제기
“사람을 살리는 결정 내려달라” 헌법재판소에 호소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오탈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또 다시 제기됐다.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의해 응시자격이 박탈된 로스쿨 졸업생 11명은 2일 오탈제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규정은 군복무를 유일한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그 외에는 질병, 임신과 출산, 경제적 곤란, 사고 등 어떤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암환자인 수험생이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감수할 수 없어 시험 전날 응시를 포기한 사례, 말기 암으로 임종을 앞둔 어머니를 지키면서 마지막 시험에 응시해야 했던 사례, 고위험 임신 상황의 수험생이 마지막 시험을 포기할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시험을 치른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로스쿨의 석사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부터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오탈제’에 대한 헌법소원이 또 다시 제기됐다.
변호사시험법 제7조에 의해 응시자격이 박탈된 로스쿨 졸업생 11명은 2일 오탈제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말기 암 투병 중이던 어머니는 변호사시험 종료 후 2주 후 세상을 떠났고 고위험 임신을 감수한 수험생은 아기를 조기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병과 불행, 부모님의 사망이나 새 생명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문제는 ‘언제든’을 인위적으로 가로막는 변호사시험법 제7조”라며 헌법소원 청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헌재는 2016. 9. 29. 2016헌마47결정, 2018. 3. 29. 2017헌마387 등 및 2020. 9. 24. 2018헌마739 등 결정을 통해 이미 수차례 오탈제에 대해 합헌을 선고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26일에도 “변호사시험에 무제한 응시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인력의 낭비, 응시인원의 누적으로 인한 시험합격률의 저하 및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적인 교육효과 소멸 등을 방지하고자 하는 이 사건 한도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응시자가 자질과 능력이 있음을 입증할 기회를 5년 내에 5회로 제한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에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2018헌마733)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오탈제의 위헌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졌다. 이번 헌법소원을 공익소송으로 공동대리하는 김정환, 류하경, 방효경, 조미연, 박한희, 박은선, 장세진 변호사와 청구인들, 평생응시금지제철폐연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등은 이날 헌법소원 청구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오탈제 폐지의 당위성을 호소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변호사시험법 제7조가 직업선택의 자유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생명권, 건강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 청구인들과 대리인단은 헌법재판소가 오탈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해 온 것을 비판하며 오탈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뜻을 전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만삭의 상태에서도, 암 투병 중에도 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그 시험제도는 위헌이어야 한다. 오늘 제기하는 헌법소원은 ‘정당한 기회’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람에게 기회는 자유이고 권리이며 정체성인데 평생응시금지제도는 누군가에게 그 모든 것을 빼앗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라며 “사람을 살리는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다른 어떤 시험도 국가가 시험 응시 횟수와 기간을 설정하지 않는다”며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4회로 제한하고 응시기회를 소진하면 4년 후 다시 볼 수 있게 했던 법안이 폐지된 사례를 언급했다. 류 변호사는 “변호사시험은 아예 평생 못 보게 하는 것이므로 사법시험 응시 제한 보다 위헌성이 훨씬 심각한데 헌재가 계속 합헌 결정을 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방효경 변호사는 “명백히 선발시험, 상대평가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는 변호사시험을 5년 내 5회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명백히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최상원 법전원원우협 회장은 “오탈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 약 90%를 전제로 고시낭인을 방지하고자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50% 정도이며 오탈자는 해마다 수백 명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정부 정책을 믿고 청년기에 10년 이상의 시간, 돈을 투자하고도 강제로 법조인이 되는 길을 막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고 그 청년들,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살인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양필구 법실련 사무총장은 “로스쿨은 이제 2명 중 1명만 졸업을 하는 기관이 됐고 여기서 절반이 또 다시 변호사시험으로 걸러지고 있다. 결국 변호사시험 기회 영구 박탈은 개인의 노력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방효경 변호사는 “명백히 선발시험, 상대평가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는 변호사시험을 5년 내 5회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제한다는 것으로 명백히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방효경 변호사는 “명백히 선발시험, 상대평가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는 변호사시험을 5년 내 5회 안에 합격하지 못하면 어떤 방법으로도 변호사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의 절대적 제한으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가 박탈된 A씨는 “지방의 흙수저 출신으로 당당히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로스쿨 재학 중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생긴 엄청난 학자금 대출로 인해 졸업과 동시에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3년간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 겨우 변호사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지만 참담하게도 나의 성실함은 변호사시험 응시 제한이라는 벽을 쌓은 법조계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평생응시금지자(이하 평금자) B씨는 “지방 로스쿨 8기의 특별전형 입학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18.8%에 불과하다. 이들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태와 지방 로스쿨의 상대적인 수험정보 부재 상황을 고려할 때 한 번의 불합격이 평생응시금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외면한 것은 사회적 약자의 계층 이동에 지나치게 둔감한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평금자 C씨는 “로스쿨 졸업 후 질병 치료와 임신, 출산 등으로 실질적으로 공부할 수 없는 이들에게 로스쿨 졸업 후 3년 11개월 내에 합격하라고 강요하면서 ‘교육의 효과’ 소멸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반교육적, 반인권적, 반서민적 최악의 결정“이라고 헌재의 지난 결정을 비판했다.

오탈제가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몰각시키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평금자 D씨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교육 목적과 시스템은 이미 붕괴되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 아닌 사법시험으로 회귀돼 모든 로스쿨이 고시촌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법조인 양성 입구를 넓혀 법조문턱을 낮추자는 제도의 취지가 여러 이해집단의 손익계산에 의해 위헌적이며 부당하게 좁혀진 출구로 인해 변질됐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D씨는 출산 당시 과다출혈로 생명을 잃을 뻔 한 상황에서 변호사시험을 제대로 준비할 수 없었고 이후에도 아이를 기르고 건강을 회복하느라 응시기회를 모두 소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의사도 면허를 박탈하지 않는데 임신과 출산, 암투병, 경제적 사유 등 어쩔 수 없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사람은 변호사가 될 기회를 잃고 오탈자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기본권을 박탈하는 이 제도에 대해 이번에는 정말 위헌 판결이 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제10회 변호사시험의 경우 공법 기록형 문제 유출 및 법전 밑줄 허용, 일부 시험장의 선택형 조기 종료와 추가 마킹 허용 등 공정성, 형평성 등이 우려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오탈제 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변호사시험이 마지막 응시 기회였다는 참가자 E씨는 “이번 시험에서 공법 기록형 문제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만약 탈락을 한다면 실력 때문에 떨어졌는지 부정출제 때문에 떨어진 것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오탈제를 규정하면서 군복무 외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규정에 대한 비판과 함께 연대의 뜻을 밝힌 정치하는 엄마들 연대의 김정덕 공동대표는 “낳고 기르고 함께 살고자 하는 임신을 이유로 응시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이미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4명이 예외 규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제 정부와 국회도 명백한 인권침해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행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오만한 결정에 분노하며 자신들이 수호하고자 하는 법의 이익이 누구를 향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각성에 기대를 걸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참여한 평생응시금지제철폐연대(대표 이석원)는 변호사시험의 응시제한 제도의 폐지를 위한 입법청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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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2021-04-03 08:25:04
오탈제가 말이 되냐? 그만 폐지해라

Jk1 2021-04-02 20:34:15
부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살려주세요
그리고 기득권 변호사들 사다리 걷어차기도 너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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