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수에즈운하사건과 초연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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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수에즈운하사건과 초연결성
  • 신희섭
  • 승인 2021.04.0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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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br>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몇 해 전 계절학기 수업 중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수업에 유학생이 있었다. 지금이야 대학마다 해외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친구들도 계절학기 수업을 듣기도 해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규학기가 아닌 수업에 유학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을 못 했던 터라 적잖이 당황했다.

게다가 수업을 하는 내내 스스로 불편하기도 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스스로가 민족주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용어나 사례들이 자칫 유학생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업을 마치면서 확인한 것은 나는 열정적인 민족주의도 아니지만 세계인(코스모폴리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너무 거창할지 모르나 우리는 ‘세계화-지역화’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 어느 순간 글이 아닌 현실에게 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과거 중국 관광객이 명동을 메웠을 때, 명동에서 한국 선교자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중국어로 외치는 장면을 본 적 있다.

그런데 코로나 19는 세계화-지역화를 거부한다. 게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마저 비웃는다. 개인의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세상은 인간을 다른 인간과 분리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제가 돌려면 또 사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어찌 되었든 연결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대는 더욱 높은 연결 즉 ‘초연결성’을 요구하고 있다.

우연히 우주에 끌려 주식을 하게 되면서 ‘초연결성’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는 완전히 심리적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건드리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직접 지갑과 통장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초연결성은 이러한 연관성의 심화를 의미한다.

2021년 3월 23일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운하를 가로막았다. 배가 좌초된 것이 바람 때문인지 운전미숙 때문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배를 다시 움직이는 데 6일이나 걸렸고 그때까지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지중해와 홍해 양쪽에서 대기한 배만 400대에 달한다.

그렇다. 수에즈운하는 지중해와 홍해를 이어주는 운하다. 유럽에서 아시아로 갈 때 아프리카를 돌아가지 않게 지름길이 되는 이 운하는 아프리카 희망봉 코스보다 항행 거리를 10,000km 정도 줄여준다. 길게는 3주 정도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에 수에즈 운행에 따르는 기름값과 보험료 등을 줄여준다. 그런 점에서 수에즈운하는 세계 경제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거대한 ‘동맥’과도 같다. 전 세계 물동량의 12%가 이 운하를 통과할 정도다.

하루 평균으로 80대가 통과할 수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52척 정도가 매일 190km 길이의 이 운하를 통과한다. 1년에 2만 대에 가까운 배들이 평균 운임으로 한 척당 25만 불의 통행료를 내고 평균 8노트의 속도로 이 운하를 지나간다. 이렇다 보니 운하를 소유한 이집트가 1년에 벌어들이는 통행료 수입만 55억 불 정도고, 이는 이집트 전체 GDP의 1.3% 정도가 된다.

어찌 되었든, 수에즈운하의 사고는 곧바로 전 세계 물동량의 비상으로 이어졌다. 주식 가격은 곤두박질쳤고, 세계유가는 치솟았다. 그러더니 이내 한국 주식 시장도 반응했다. 한국 조선업과 해운회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주가가 오른 것이다. 수에즈운하와 세계시장과 한국 시장은 정말 “빠르고”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의 계좌에선 돈이 새어나가고, 누군가의 계좌에선 돈이 불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초연결성은 강화될 것이다. 최근 인류가 눈을 돌리는 우주 역시 초연결성을 강화할 것이다. 우주에서 전송하는 데이터와 새로운 자원들은 인류가 사용하는 기술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공간과 시간을 전혀 다른 의미로 만들 것이다. 조만간 달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내 계좌의 명운을 좌우할 날이 올 것이다.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한 초연결성의 강화. 이는 수에즈운하 사고처럼 우리 삶의 ‘불확실성’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라며 영문도 모른 채 우리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이나 사고로 작든 크든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불안해질수록 사람들은 안전을 찾는다. 만약 근대국가의 환상처럼 국가가 안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사람들은 국가에서 그 해답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없고, 국제기구는 아직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무능력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러면 많은 이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부동산 과열은 심해질 것이고, 직업 안전성이 높은 곳만 취업자가 몰릴 것이고, 혼자 살기 빠듯한 세상에서 결혼과 출산은 추억 속의 제도가 될 것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시장의 연결성은 강화되어 왔다. 수에즈운하가 개통되던 1869년과 비교할 때 지금 수에즈운하의 물동량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역사 속에서 시장과 사회는 초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일시적으로 또 부문별로 인간 간의 거리를 벌려 놓아도, 결국 기술발전은 지리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경제와 사회를 상대해야 하는 정치도 좀 더 폭넓은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과 동북아시아를 넘어서는 시야를 더 발전시켜야 더 큰 그림 속에서 이들 작은 퍼즐을 맞출 수 있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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