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9)-유례없는 미국 로스쿨의 인기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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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법 실무(29)-유례없는 미국 로스쿨의 인기를 보며
  • 박준연
  • 승인 2021.03.2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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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박준연 미국변호사

3월 초 기준으로 미국 로스쿨 지원자가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로스쿨 입학시험 (LSAT) 고득점자의 수도 유례없이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즉 취업이 쉽게 되지 않을 때 로스쿨을 비롯한 전문대학원 진학이 늘어난다고 한다. 로스쿨뿐 아니라 미국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도 늘어났다고 한다. 그 외에도 미국의 사회, 정치적 상황에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인종 차별 문제, 정치적 불안정 등을 목격한 젊은 세대가 사회 개혁, 변혁의 수단으로 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는 설명도 있다.

또 Covid-19의 직접적인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대학생들이 집 밖에서 할 일이 없어지면서 LSAT 준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어 LSAT 고득점자가 늘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LSAT이 LSAT Flex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길이 자체가 짧아졌기 때문에 LSAT 점수의 인플레이션이 초래되었다는 설명도 있다. 전체 시간이 짧아지면서 시험의 피로도가 줄어들어, 고득점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는 이야기이다.

나 역시 LSAT을 준비하면서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유학생들에게 LSAT이 어려운 시험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한 문제 한 문제가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한 문제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부족한 시험 섹션이 이어지고, 실제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 더미(dummy) 섹션까지 포함해서 문제를 다 풀고 시험을 마칠 때 쯤이면 피곤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시험 시간이 짧아져서 성적이 올라갔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치열해진 로스쿨 입학 경쟁의 의미 – 로스쿨 지원자의 관점에서

미국 로스쿨 입학을 숫자 싸움(numbers game)이라고 하는 것은 LSAT 점수와 학부 학점이라는 숫자로 합격선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어서이다. LSAT의 취지가 로스쿨 수학 능력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시험이고, 그 외의 정량적 판단 요소는 학부 학점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이제는 고득점자의 수가 늘어나서 동점자의 수가 늘어나고, 다른 가점 요소를 고민할 필요성이 커지게 되었다.

로스쿨 지원 서류는 제출 순서대로 평가를 한다(rolling admission). 즉 지원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서류를 모아 하나의 기준에 따라 입학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지원 기간이 시작되어 어느 정도 지원 서류가 모이면 평가하여 입학을 허가하고, 지원 기간이 끝날 때까지 그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일찍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조기 입학 허가(early decision)라는 제도도 있다. 일찍 지원하여 일찍 결과를 받는 대신에 그 로스쿨에 진학할 것을 미리 약속하는 것이다.

나는 로스쿨 입학 사이클에서 가장 뒤늦은 12월 LSAT을 보고 예상 외로 좋은 성적이 나와 로스쿨 지원기간 거의 마지막인 2월에 부랴부랴 밤새워 가며 서류를 준비하여 지원한 케이스이다. 올해처럼 지원자가 늘어난 상황이었다면, 쉽지 않은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즉, 고득점 동점자가 많은 상황에서는 지원을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뿐만 아니고 지원 서류를 준비할 때도 정확성을 기해서 불충분한 지원 서류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세이와 같은 다른 지원 서류도 마찬가지이다. 에세이에서는 로스쿨에 지원하는 이유, 해당 로스쿨에 가고 싶은 이유를 중심으로 쓰지만, 유학생의 시점에서 쓴다면 왜 자국의 변호사가 아니고 미국 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하는 이야기도 쓰게 된다. 이 모든 생각이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를 남(입학 사정관)이 읽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는 더 많은 고민, 글을 쓰고 여러 차례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올해 미국 로스쿨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우선,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거쳐 로스쿨에 합격한 학생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내 경험을 생각하면 기쁨의 순간도 잠깐이고, 유학길에 오르기 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었다. 또 로스쿨 생활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는지,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뭘 해야하는지 불안한 마음이 컸던 기억이 있다. 이론서부터 로스쿨 필수과목의 개설서나 참고서까지, 이런 책을 읽어보면 좋다, 아니 꼭 읽어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분분했지만 그런 준비는 아무 필요가 없고 가서 잘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는 정답은 없고 본인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제일 도움이 되었던 로스쿨 진학 준비는 로스쿨 생활의 “타임라인”을 미리 알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로스쿨은 학교 관계없이 상당히 정형화된 스케줄이 있다. 입학 조금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하고, 입학 후 로스쿨에 좀 적응했나 싶으면 어느새 기말고사가 다가온다. 기말고사도 수업에 따라 여러 포맷이 있다. 그리고 기말고사 준비를 시작할 때 쯤이면 1L (1학년) 과정을 마친 후 여름방학 기간 중 인턴십 지원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학기를 마치고 2-3주의 짧은 겨울방학 후 새 학기가 시작된다. 두번째 학기 기말고사가 다가올 때가 되면 저널이나 클리닉 프로그램 안내가 시작되고, 기말고사 마친 후, 인턴십 시작 전에 저널, 클리닉 지원도 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방학 기간 중에는 캠퍼스 인터뷰 (on campus interview) 지원을 시작하고 학기 시작 전에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렇게 방학도 신경쓰고 챙겨야 할 일이 많은 과정을 미리 알아보고, 내가 중점을 둘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서 이른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로스쿨 준비에 특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실제 진학한 후 생각과 관심사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도쿄는 벚꽃이 만개했고, 뉴욕의 모교 로스쿨은 교정에 자목련(매그놀리아)이 눈부시게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작년 이맘때 끝이 보이지 않던 터널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봄이 왔다. 도쿄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벚꽃 장식으로 둘러싸인 느낌이다. 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활 반경도 극히 좁아졌지만, 계절의 변화로 지루함이나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올해 로스쿨 신입생들, 법률저널 독자분들 그리고 이 글을 내 자신도 그간 고생이 많았던 만큼, 보다 좋은 때가 멀지 않기를 바라며.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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