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관 임성근의 헌법위반 행위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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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관 임성근의 헌법위반 행위에 대해
  • 송기춘
  • 승인 2021.03.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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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전북대학교 <br>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재판소가 법관이었던 임성근에 대한 탄핵심판을 심리하고 있다. 이미 법관의 임기가 만료되었으니 공직자를 파면하고자 하는 의도는 탄핵을 통하지 않아도 이미 실현된 셈이다. 그래서 탄핵심판은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탄핵이라는 게 공직자를 파면하는 것뿐 아니라 일정 기간 공직 취임을 금지하고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효력이 있으니 현재 법관이 아니라고 하여 탄핵심판의 이익이 없다고 단언할 수만도 없다. 오늘도 시민단체는 헌재 앞에서 탄핵결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였다고 한다.

임성근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배경에는 법원에서 그가 저지른 행위에 대해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는 사실도 관련이 있다. 즉, 그의 재판관여 또는 법관에 대한 재판 관련 요구 행위가 직권남용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그가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에게 판결을 어떻게 하라는 요구를 할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그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도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법원의 독립성이 헌법적으로 요청되고 법관은 재판에서 독립하여야 하는데 아무리 수석부장판사라 한들 어찌 다른 법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법적 권한이라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면 할수록 그것은 도저히 직권남용죄에 해당되는 행위일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알 만한 사이에 그런 부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받아들여질 리 없다. 그는 상대방에 대해 실질적으로 인사평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어쩌면 직무상 권한남용의 극치야말로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한창 벗어나서 상대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는 것 아닐까. 그 동안의 대법원 판례도 그러하니 하급심 판결이 이처럼 판단한 것이 예상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지만, 과연 이런 해석은 옳은 것인가.

임성근은 세월호 7시간 동안의 박근혜 행적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센케이서울지국장에 대한 재판에 관하여 담당 재판장에게 보도사실이 허위인 점이 드러나면 이 부분을 먼저 명확히 정리하는 게 좋겠고, 무죄판결 선고시 지국장의 행위가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도록 요구하였고 사건 담당 재판장은 이러한 요구에 충실하게 따랐다. 민변 소속 변호사의 집시법 위반 사건에 관해서도 담당재판부 재판장은 임성근의 요청에 따라 이미 등록된 판결문의 피해자(경찰관)의 ‘직무집행도 적법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부분을 삭제하여 수정된 판결문을 다시 게시하였다. 약식명령이 청구된 유명 야구선수의 도박죄 사건에 관하여 임성근은 해당 재판부가 공판절차에 회부하기로 한 것을 보류하도록 하였고 결국 재판부가 약식명령을 발하게 하였다.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이와 같은 요구를 할 권한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법관들은 이러한 요구를 마땅히 거부하였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은 법관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했고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지 못하였다. 법관이 헌법 제103조를 위반한 것이다. 서열화되고 관료화된 법원의 풍경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재판부가 아닌, 당사자도 모르는 자가 재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점이다. 사건에 관하여 심리하고 판단할 공적 권한을 가진 자가 아니라 수렴청정도 아닌, 아예 다른 방에서 사건의 성격이나 대강만 알고 있는 자가 사건의 내용 판단이나 결론을 자신이 요구하는 대로 하도록 지시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재판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 재판이라 할 수 없다. 다른 방에 있으면서 당사자는 알지도 못하는 자가 아예 재판의 결론을 정하고 있으니 이게 시시비비를 올바르게 가리고 공정하게 진행된 재판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그래도 피고인 임성근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은 이렇게 적고 있다. ‘부장판사가 재판업무에 관하여 배석판사의 상관은 아니’며 ‘부장판사가 판결문 초고를 배석판사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변경하’거나 ‘자신의 의견대로만 초고 작성을 지시하는 것은 배석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사법행정권자는 근무성적 평정을 통하여 재판업무에서의 법관의 행동을 지시 또는 비판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그러길 바란다.

송기춘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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