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기준 ‘행정기본법’, 2021년 3월 23일 시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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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기준 ‘행정기본법’, 2021년 3월 23일 시행하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1.03.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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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 「공인노무사법」에서는 공무원이 징계처분을 받아 파면된 경우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인노무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파면처분을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3년의 기간이 시작되고, 만약 3년이 되는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라면 그 다음 날에 기간이 만료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 국민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와 같이 국민에게 불리한 경우, 일정한 기간을 계산할 때에는 「민법」과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즉, 파면처분을 받은 날부터 바로 3년의 기간이 시작되고, 3년이 되는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더라도 그 다음 날이 아닌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인 바로 그 날에 공인노무사 결격기간이 만료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는 법 위반자에 대한 제재라는 결격기간 제도의 행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국민에게 불필요한 부담은 지우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제6조(행정에 관한 기간의 계산)]

#. B 지방자치단체장은 사업자 C씨에게 주택사업계획 승인을 하면서, 주택사업과 아무 관련이 없는 토지를 무상으로 기부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동안 이러한 요구에 관해서는 법률로 명문화된 원칙이 없어 사업자는 행정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주택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땅을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위법한 행위이다(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49650 판결례 참조). “행정청이 처분과 실질적인 관련이 없는 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부당결부금지의 원칙’은 학설과 판례로는 이미 정립되어 실제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가지지만, 실정법에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일반 국민은 인식하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부당결부금지 원칙’이 「행정기본법」에 명문화되어, 행정의 적법성ㆍ신뢰성이 확보되고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행정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제13조(부당결부금지의 원칙)]

#. D 회사는 채석을 하기 위해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는데, 절차를 진행하던 중에 그 지역이 채석허가 제한지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법령이 개정되어 행정청으로부터 거부처분을 받았다. 개정된 법령의 부칙의 경과규정에서는, 허가 신청 후 처분 전에 법령이 개정‧시행된 경우 구법을 적용할지 아니면 신법을 적용할지 그 적용 범위에 관해 따로 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5년이 지나서야 이러한 경우에는 신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3두3550)이 있었고, D 회사는 오랫동안 해당 사업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당시에 「행정기본법」이 있었다면, 담당 공무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은 처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는 원칙 규정을 D 회사에 안내하였을 것이고, 결국 소송을 하더라도 D 회사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D 회사가 불필요한 법리적 다툼을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제14조(법 적용의 기준)]

#. E씨는 오랫동안 시골 동네에서 작은 개인 카페(휴게음식점영업(신고업종))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전 홍수가 크게 나 카페 근처 개울이 불어나자, E씨는 지인의 빈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하천 복구를 마칠 때까지 열흘 정도 카페 운영을 했다. 그런데 「식품위생법」(제37조제4항, 제75조제1항제7호 등)에 따르면 영업소 소재지 등 영업의 중요사항이 변경될 경우 ‘변경신고’를 하여야 하고, 변경신고 없이 영업소를 이전한 경우 ‘영업소 폐쇄 처분’ 대상이 된다. A씨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군청 직원이 10년이 지나서야 이러한 영업소 이전 영업 사실을 알게 되었고, E씨 카페에 대해 영업소 폐쇄 처분을 하였다. 식품위생법령에는 제재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에 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적발 시점에 따라 수십년 된 위반사실에 대한 합리적 고려 없이 제재처분이 가능하다. 이처럼 개별법에서는 처분의 제척기간, 즉 제재처분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행정청이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랫동안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제재를 하는 등 국민의 법적 안정성을 부당하게 해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 개별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행정청은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나면 일정한 제재처분을 할 수 없게 된다. [제23조(제재처분의 제척기간)]

#. 「초지법」에서는 축사나 목초 재배지와 같은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초지 조성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 허가가 있으면 초지 조성에 필요한 다른 인허가(토지가 하천에 위치한다면 「하천법」에 따른 하천 점용허가, 농지라면 「농지법」에 따른 농지전용 허가)를 함께 받은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초지 조성 허가 신청을 받은 행정청은 허가를 하기 전에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는 행정청과 협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협의기간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러다보니 허가 신청자나 협의를 요청한 행정청은 관련 인허가 담당 행정청의 답이 올 때까지 계속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 이와 같은 입법 공백이 있는 경우 「행정기본법」이 직접 적용된다. 즉, 협의기간은 20일이 되고, 이 기간 동안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으면 협의가 된 것으로 간주된다. 인허가 업무의 일괄 처리라는 인허가의제 제도의 본래 목적을 잘 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제24조~제26조(인허가의제)]

#. 「폐기물처리법」 제28조에서는 ‘폐기물처리업’에 대해 이용자의 사업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과징금 분할납부나 연기에 관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 「행정기본법」에 따르면, 과징금 납부기한 연기나 분할 납부에 관한 일반적 근거를 두었다. 즉, 앞으로는 재해 등으로 재산에 현저한 손실을 입거나, 여건 악화로 사업이 중대한 위기에 처한 경우 등의 사유로 과징금 전액을 한꺼번에 내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과징금 납부기한을 연기하거나 분할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제29조(과징금의 납부기한 연기 및 분할 납부)]

#. 음식점을 운영 중인 F씨는 억울한 사유로 행정청으로부터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억울한 처분에 불복해 바로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비용과 시간 소모로 많은 피해를 입게 된다. 「행정기본법」이 시행되면, 개별 법률에 ‘이의신청’ 규정이 없는 경우라도, 처분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행정청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또 이의신청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행정소송 제기 기간(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이 지나 소송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의신청 기간 중에는 행정심판이나 소송의 제소기간이 정지된다. 즉 이의신청 답변을 받고 나서도 90일 안에는 쟁송을 제기할 수 있으므로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제36조(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2021년 3월 23일, 공포 시행된 제정 '행정기본법' 일부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2021년 3월 23일, 공포 시행된 제정 '행정기본법' 일부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2012년 3월 23일 「행정기본법」 공포·시행됐다. 이날 공포식에서 이강섭 법제처장이 법제정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 뒤 향후 하위법령 등 후속 조치 등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사진: 법제처
2012년 3월 23일 「행정기본법」 공포·시행됐다. 이날 공포식에서 이강섭 법제처장이 법제정 배경과 의미를 설명한 뒤 향후 하위법령 등 후속 조치 등에도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사진: 법제처

이처럼 명문화된 법집행 원칙의 부재는 법치행정과 적극행정에 장애가 되고 국민은 행정의 법집행을 예측하거나 신뢰하기 어려워 빈번한 행정 쟁송의 원인이 됐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진다.

국가법령 4,700여개 중 4,400여건(92%) 이상이 행정 법령에 해당하고 이는 국토, 환경, 복지 등 국민생활과 기업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법령이지만 민사·형사·상사 등의 분야와는 달리 법집행의 원칙이나 기준이 되는 기본법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없었다는 것.

특히 신고, 인허가의제, 과징금 등 공통 제도가 수백 개의 법률에 각각 달리 규정돼 행정의 형평성이 저해되고 국민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 실제 인허가 의제 제도는 116개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나 그 절차가 통일되어 있지 않고 의제되는 인허가 기준을 국민에게 통합 고시하는 법률은 17개(15%, 2019년 기준)에 불과한 상황.

이에 법령별 인허가·과징금에 대한 원칙을 통일하고 모든 행정처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4600~4700여개 국가법령 해석의 기준과 행정처분의 기본을 담은 「행정기본법」이 제정, 시행돼 주목된다.

법제처(처장 이강섭)는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해 3월 16일 국무회의를 거친 「행정기본법」이 23일 공포‧시행된다고 밝혔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행정법 분야의 ‘기본법’이 만들어진 것으로, 이는 행정 실체 규정에 관한 단일 법전이 없는 일본‧독일 등 여러 선진국에 앞서는 입법 성과라는 것이 법제처의 설명이다. 법제처 등이 2019년 7월부터 설계하고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 탄생한 셈이다.

그동안 학설‧판례에만 의존해 오던 법치행정‧평등‧신뢰보호의 원칙 등 행정법의 주요 원칙이 ‘성문화’됨으로써 국민 권익이 더욱 두텁게 보호된다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인허가의제‧과징금 등 개별법에 흩어져 있던 제도들의 통일적 기준을 마련해 행정기본법 개정만으로도 규제혁신이 가능해지고, 행정법 체계도 훨씬 쉬워진다. 또 제재처분의 가능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개별 법률에 한정적으로 도입되어 있는 ‘이의신청’ 제도의 일반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쟁송을 모두 거친 후에도 처분의 재심사 기회를 보장하는 등 새로운 국민 권리보호 수단이 행정에 도입된다.

국민에게는 ‘권리’ 규범으로, 법관에게는 ‘재판’ 규범으로, 공무원에게는 ‘직무’ 규범으로 기능하게 된다. 특히 신고의 효력 발생 시점이 명확히 규정되고 적극행정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명시되어 행정은 투명해지고 적극행정은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2021년 3월 23일 시행된 제정 '행정기본법'은 법제처 등이 2019년 7월부터 설계하고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2020년 7월 법제처의 행정기본법안 및 조문별 제정이유서 및 안내서
2021년 3월 23일 시행된 제정 '행정기본법'은 법제처 등이 2019년 7월부터 설계하고 준비해 온 노력의 결과물이다. 사진은 2020년 7월 법제처의 행정기본법안 조문별 제정이유서 및 안내서

한편, 법제처는 행정기본법 공포‧시행을 기념해 이날 오후 ‘「행정기본법」 공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공포식에는 그간 행정기본법 입법과정에 크게 기여했던 행정법제 혁신 자문위원회 홍정선 위원장 및 김중권‧김남철 분과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강섭 처장은 “앞으로 행정기본법이 국민 권익 보호와 투명하고 일관된 법 집행의 초석이 되고 우리 행정법 수준을 한층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법 내용과 취지에 대해 국민이 잘 이해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홍보‧소통에 힘쓰는 한편, 법이 행정에 빠르게 안착하고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행정기본법 시행령 제정 및 해설서 발간, 행정기관 교육 등의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시행 행정기본법은 1장 총칙(제1조~7조), 제2장 행정의 법 원칙(제8조~13조), 제3장 행정작용(제14조~37조), 제4장 행정의 입법활동 등(제38조~40조) 총 4장 40조, 부칙 7조로 구성됐다.

■ 행정기본법 주요 내용

불문법 영역의 행정의 法 원칙 등 성문법화

ㅇ 법치행정·평등·비례의 원칙과 학설·판례로 확립된 신뢰보호·부당결부금지 원칙 등을 행정의 법 원칙으로 성문화했다(제8조부터 제13조까지).

ㅇ 일반 규정 없이 운영되던 ‘행정의 기간 계산에 관한 기준’을 법률에 명시했다(제6조).

ㅇ 신청에 따른 처분은 처분할 당시의 법령을, 제재처분은 위반행위 당시의 법령을 따르도록 하는 등 신법과 구법의 적용기준을 명확히 규정했다(제14조).

행정의 효율성·통일성 제고

ㅇ 인허가의제(제24조부터 제26조까지), 과징금(제28조·제29조), 이행강제금(제31조) 등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제도의 통일된 기준을 마련했다.

ㅇ 법률에 수리(受理)가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는 신고는 행정청이 수리해야 효력이 발생하도록 그 효력 발생시점을 명확화했다(제34조).

적극행정 및 규제혁신 촉진

ㅇ 행정의 적극적 추진 근거를 명시함으로써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적극행정을 촉진하는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제4조).

ㅇ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행정이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제20조).

국민 권익보호 수단 확대

ㅇ 영업소 폐쇄 등 제재처분의 처분 가능 기간(제척기간)을 5년으로 제한해, 행정의 신속한 처분을 유도하고 국민의 법적 안정성과 이에 기반한 신뢰를 보호한다(제23조).

ㅇ 개별 법률에 한정적으로 도입되어 있는 ‘이의신청’ 제도의 일반적 근거를 마련해, 국민이 행정심판·소송 전에도 구제 절차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했다(제36조).

ㅇ 민·형사상 재심 제도와 유사한 ‘처분의 재심사’ 제도를 행정에 도입해, 쟁송을 통해 처분을 다툴 수 없게 된 경우에도 일정한 경우 처분 변경·취소·철회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제37조).
 

이상 카드뉴스 제공: 법제처
이상 카드뉴스 제공: 법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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