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규의 2021년 경찰 수험생을 위한 제언 / ③경찰의 긍정적인 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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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의 2021년 경찰 수험생을 위한 제언 / ③경찰의 긍정적인 측면
  • 민진규
  • 승인 2021.03.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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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경찰이 LH 직원의 제 3기 신도시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파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야당은 여당이 제안한 ‘ LH 특검’을 수용하고 ‘LH 국정조사’까지 진행하자고 주장했다. 여당은 국회의원 전원에 대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하자는 입장이다.
 

급기야 여야 정쟁의 불똥이 경찰에까지 튀었다. 국수본을 설립하고 수사권이 독립된 경찰의 수사 능력에 대한 불신이 특검이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경찰도 정치권의 결정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지만 경찰이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며 마땅찮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 이력, 해바라기 성향을 보여준 역대 지도부, 초동 수사 결과의 미진 등이 불러온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LH 특검이 4월 보궐선거용인지, 아니면 부동산 투기광풍을 잠재울 대책이 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 2회 칼럼에서는 경찰의 부정적인 측면을 역사적 유산, 내적인 요인, 외적인 요인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이번에는 동일한 관점을 갖고 경찰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조망할 예정이다. 특히 경찰에 입문하려는 수험생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요인이 부정적이 요인보다 많아야 지원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에 속한다.

▶ 어린이가 선호는 직업에 선정될 정도로 신뢰의 저변은 탄탄해

▲ 경찰의 긍정적인 측면
▲ 경찰의 긍정적인 측면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수험생들은 지난 3월 15일부터 신체 및 체력검사를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경찰관이 되기 위한 1차 관문은 통과했고, 2차 관문을 넘으면 면접이라는 3차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경찰의 긍정적인 측면을 역사적 유산, 내적인 요인, 외적인 요인 등의 관점에서 알아보자.

첫째, 역사적 유산은 해방 이후 사회적 혼란 해소, 한국전쟁 전후 대(對)간첩 활동 성과, 성공적인 ‘범죄와의 전쟁’ 추진 등으로 두드러진 활약이 돋보인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갑작스러운 패망과 더불어 맞이한 해방은 정권을 수립할 준비가 없었던 조선인에게 ‘독이 든 사과’에 불과했다.

독립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잉태된 좌우익의 갈등은 한반도에 사회적 혼란을 초래했고, 급기야 6∙25 전쟁이라는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과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90년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은 폭력조직의 척결로 이어졌고 국내 조직 폭력배의 세력 재편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경찰 내적인 요인은 확고한 위계질서로 조직 운영, 인적 쇄신과 직원의 학력 상향, 소명의식이 투철한 직원의 증가 등이 어우러지면서 시너지(synergy)를 창출했다. 경찰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상명하복이 투철한 위계 중심의 조직이다. 잘못된 명령과 원칙 없는 복종은 조작 수사의 원흉(元兇)이지만 조직 안정에는 크게 기여했다.

경찰 조직은 4∙19 학생의거에 대한 폭력, 민주화와 노동운동 탄압에 앞장섰던 일본 제국주의 순사 경력자들이 퇴진한 이후 나름 민주적 소양을 갖춘 젊은이들로 물갈이됐다. 1990년대 이후 경찰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학력 향상이 이루어졌고, 어릴 적부터 경찰관을 갈망해 소명의식이 투철한 청년들도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 변화 노력에 기여했다. 혁신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일부 구악(舊惡)들이 저항하면서 미풍으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셋째, 경찰 발전에 긍정적인 외적 요인은 어린이 직업 선호도 상위권 유지, 사회불안으로 치안 수요 증가, 정보격차(digital divide) 축소로 지식 습득 용이 등을 들 수 있다.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사회상을 반영하는데, 의사, 교사, 경찰관은 항상 상위권에 랭크된다. 의사는 급여가 많아서 좋아하지만 교사와 경찰관은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겠다는 소명의식의 발로이다.

일반인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인데, 사회 불안으로 치안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경찰관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조직의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공인탐정도 OECD 선진국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유망직업이다. 과거 변호사와 같은 법률전문가의 영역이었던 법규와 지식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습득이 가능해 경찰관도 노력만 한다면 전문가로 부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경찰은 사회 안정에 기여한 역사적 유산, 구악을 청산하고 소명의식이 충만한 청년층의 수혈, 불안정한 사회로 인한 치안수요 증가 및 전문 지식 습득 용이 등으로 큰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극심한 청년 실업이 주요인 중 하나이지만 경찰관이 되겠다고 지원하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것도 좋은 징조로 지휘부가 잘 살려야 할 불씨에 속한다.

▶ 혁신은 외부 전문가에게 뼈를 깎겠다는 각오로 맡겨야 성공

경찰 조직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호기를 맞았지만 정작 국민으로부터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75년만에 자치경찰제로 주민참여를 확대하고 자치분권 실현에 기여하겠다지만 예상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거침없는 권한 확대와 더불어 혁신(innovation)을 추구하는 경찰의 노력에 대해 평가해보자.

우선 경찰은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공안수사권 확보 등 공룡 수사기관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수사권 독립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 역량이 담보되지 못하면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LH 수사에서 보여준 1차 결과는 실망을 넘어 절망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안수사권도 경찰이 고문과 협박으로 간첩을 조작한 다수 사건들을 고려한다면 시기상조라고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도 고문과 조작이라는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경찰은 그 정도가 지나친 편이다. 실적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수사 담당 경찰관의 헛된 명예욕 때문에 고문이 근절되지 않는다. 전기고문, 물고문, 신체적 폭력은 사라졌지만 일부 남아 있는 심리적 고문마저 척결해야 한다.

다음으로 경찰관 선발 과정의 합리화, 실무 교육 내실화로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필기 시험의 과목 선정에서부터 출제 문제의 적정성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시험제도는 암기력이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목적보다는 조직의 임무수행에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목표(goal)로 설계 및 운영돼야 한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경찰수사연수원은 지능∙경제∙강력범죄, 과학∙사이버 수사 등 범죄수사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내 유일의 수사전문 교육기관이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지 자문(自問)해봐야 한다. 작금의 경찰 수사력이 빈약한 것은 실무 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이다. 단순 자료의 나열이나 경험의 소개에 불과한 교육보다는 체계적인 이론을 기반으로 한 양질의 교재가 주축인 강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소양과 윤리의식을 갖춘 존경 받을 경찰상(像)을 정립해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경찰 조직 스스로 지난 역사 동안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경찰관이나 수뇌부가 있었는지 물어봐야 한다. 건전한 민주시민 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악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해진(?) 결과 도출에 몰두한 경찰관이 적지 않았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수 경찰관의 윤리의식도 낮아 국민의 눈높이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칙과 기준도 없이 자기 식구 감싸기로 부정행위를 눈감아준 결과는 참혹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범죄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현실에 개탄하는 국민이 많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경찰관이 전체 12만명 중에서 몇 명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요약하자면 경찰은 수사권 독립 등 권한 확대, 인재 혁신을 통한 역량 강화 추진, 선진 시민의식으로 무장한 기업윤리(business ethics) 등으로 창설 이후 가장 좋은 상황을 맞이했다. 그렇다고 미래가 무조건 밝아지는 것은 아니므로 체계적인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선진화된 윤리교육 강화, 실질적인 외부 감사 도입이라는 현안 이슈를 해결해야 한다.

혁신은 지휘부나 내부 인력의 구호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실패한 혁신 시도로 입증된다.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도 혁명정신으로 무장해 의사자격증도 없이 메스(mes)를 들고 과감하게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애꿎은 생명만 해쳤다. 진정한 실력과 열정을 갖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때만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더 강조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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