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4)-LH 부동산투기 사건으로 본 현행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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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74)-LH 부동산투기 사건으로 본 현행법의 한계
  • 신종범
  • 승인 2021.03.19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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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지난 3월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내 약 7천평의 토지를 신도시 발표 이전에 매입하였다고 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과 참여연대에 따르면, 광명·시흥 신도시 개발 계획 발표 이후 해당 지역에 LH 직원들이 투기를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였다는 제보를 받고 해당 지역의 토지대장, LH 직원조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2018년부터 2020년 사이에 10여명의 LH직원들과 그 배우자 등이 총 10필지, 23,028㎡(약 7천평)의 토지를 100억여원에 구입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밝혔다.

민변과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 이후 공공주택사업을 시행하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공공주택 사업지구 내 토지를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구입하였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정부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을 총동원하여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3기 신도시 뿐만 아니라 다른 투기의심지역까지 전방위적 수사를 통하여 모든 불법적, 탈법적 투기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과연, 이들에 대한 수사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엄중한 처벌과 부동산 투기로부터 얻은 수익을 제대로 환수할 수 있을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은 먼저 「공공주택특별법」이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LH와 같은 공공주택사업을 하는 기관에 종사하였거나 종사하는 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 「공공주택특별법」 규정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 라고 상당히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처벌 범위에 한계(업무처리 과정이 아닌 다른 경로로 지득한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은 처벌하기 어려움)가 있고,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과 관련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공한 공직자’만 처벌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를 알고 전달받거나 그러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용하여 거래한 제3자는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또한, 「공공주택특별법」에는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이득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이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이 그 적용대상인 공직자에 LH와 같은 공기업 직원을 포함시키고는 있지만,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한 경우로 처벌범위를 제한하고 있어 「공공주택특별법」과 마찬가지로 그 적용에 한계가 있다.

한편,「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개인이나 기관ㆍ단체에 부정한 특혜를 주어서는 아니 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라고 규정하여 일반적인 ‘이해충돌방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매우 제한적으로 재산등록, 주식신탁, 취업제한 등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LH 직원들이 취득한 농지취득과 관련하여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자경(自耕)하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예외사유가 매우 광범위하고,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에만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역시 처벌에 한계가 있다.

이처럼, 현행 법률의 한계 때문에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실제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도 환수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입법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국민적 공분에 편승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방안이라며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부패방지권익위법」,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뿐만 아니라 9년간 방치되었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까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를 확인하기 위하여 전수조사에 합의하였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리 완벽한 부동산 대책을 내어놓는다 하여도 그 대책을 실행하는 공직자를 신뢰할 수 없다면 그 대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까지 국민들에게만 부동산 투기 금지를 외쳐대며 정작 공직자들은 뒷주머니를 챙긴 것은 아닌지 국민들이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을 보며 크게 분노하는 이유다.

신종범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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