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숙성과 일관성이 만드는 연성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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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숙성과 일관성이 만드는 연성권력
  • 신희섭
  • 승인 2021.03.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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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중국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쿵푸팬더의 통통하고 귀여운 이미지, 뮬란의 강인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이미지, 상해의 마천루 이미지, 혁신적인 전기차 이미지, 모조품 시장의 중국 상인 이미지와 같이 각기 다른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중국의 이미지는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영화 속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첨단화되는 이미지도 있다. 부유한 중국인이란 이미지도 생겼다. 한편 짝퉁과 무례함의 잔재도 남아있다. 이런 변화와 연속은 중국의 국력 성장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경제력 성장에 따른 대국 이미지와 중국과 인도의 영토분쟁에서 보이는 호전적인 인민군대의 ‘양면적인(ambivalent)’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눈에 띌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다른 국가들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상충하는 이미지를 수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국 전문가 데이비드 샴보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2015년 이전까지 중국은 자신의 이미지 강화를 위해 1조 4,100달러나 사용하거나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500억 달러를 비롯한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로 나가는 국가들에 대한 650억 달러 투자가 대표적이다. 이미 2025년까지 후진국과 개도국을 위해 1조 2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것도 있어 그 액수가 천문학적인 수치가 된 것이다.

이 액수는 다른 사안과 비교하면 확실히 어마어마하다. 미국이 1948년 사업을 시작한 세계 최초의 공적원조계획인 마샬플랜은 4년간 진행하여 유럽을 재기시켰는데, 그 당시 미국이 4년간 지급한 액수는 120억 달러에서 13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금액은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1300억 달러 정도 된다. 유럽 경제를 36% 이상 성장시킨 마샬플랜과 비교했을 때 중국이 약속한 금액은 10배나 된다.

중국은 문화와 대외정책을 통해 ‘연성권력(soft power)’ 강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선호를 통제하는 힘’ 혹은 ‘매력을 만들어내는 힘’을 뜻하는 연성권력은 강대국이 리더십을 부드럽게 사용하는 데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막대한 공적개발원조와 투자, 중국 국영방송에 대한 지원확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 공자학원의 확대, 후진국에 베이징컨센서스를 통한 시장 위주 질서에 대한 대안 제시와 같은 정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막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공자학원은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쫓겨나고 있다. 무상원조가 아니 차관에 기초한 중국의 막대한 투자는 가난한 국가들을 파산으로 몰고 간다. 게다가 중국의 투자는 중국인의 사업과 연결하는 조건부 즉 ‘구속성’ 투자형태다. 게다가 2016년 한국의 THAAD에 대한 경제적 보복 조치나 최근 호주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등으로 국제적 신망도 많이 떨어졌다.

전 세계의 많은 여론 기관에서 측정하는 연성권력지수에서 중국의 연성권력은 하락하는 추세다. 돈도 많이 쓰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실망스럽겠지만, 쉽게 ‘매력’을 어필하지는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것은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첫째, 연성권력은 권력의 보유 여부가 권력을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가 아니라 상대국가에 달렸기 때문이다. 둘째, 연성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 때문이다.

먼저 연성권력은 내가 가지고자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아!”라고 상대방에게 계속 떠들고 다녀봐야, 오히려 상대는 부담스러워한다. 매달릴수록 질척거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권력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지만, 정작 사용할 수 있는지는 내 의지에 달려 있지 않다.

다음으로 연성권력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지난할 수 있다. 연성권력 이론의 창시자 조지프 나이 교수에 따르면 이 권력을 만드는 자원은 ‘문화(culture)’, ‘가치관 혹은 이데올로기(ideology)’, ‘대외정책(policy)’이다. 이런 자원을 키우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관성도 있어야 한다. 즉 표방하는 이데올로기는 관용과 다양성을 말하면서 실제 행동인 대외정책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그 국가는 연성권력을 만들 수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이 만든 ‘이데올로기’라는 논리와 관행과 관습으로 이루어진 ‘문화’가 ‘행동방식’으로 표리부동하게 나타나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국의 연성권력이 성장하지 못하거나 하락하게 한다. 2020년 12월 29일 한 학술회의에서 조지프 나이 교수는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하는 것과 공산당의 ‘엄격한 통제’가 중국이 글로벌 리더에 필요한 소프트파워를 못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나이 교수의 분석에 더해 중국의 문제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중국이 오랫동안 ‘일관성 있게’ ‘매력적인’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다. 홍콩 민주화 사태, 베네수엘라사태, 미얀마사태에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선진적인 경제와 민주주의를 갖춘 국가들에서 호감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고 매력이 확실하게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국의 정치체제와 모순되게 민주파를 지지하거나 옹호할 수도 없다.

이 분석은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2005년 ‘동북아 균형자’ 논쟁 이후 한국은 연성권력의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K 문화 중심 문화외교와 공적개발원조의 기여외교를 통해서 한국의 호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반드시 빠른 시간안에 호감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시간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즉 숙성되어야 한다. 게다가 그 결과도 내 몫은 아니다.

드라마 ‘대장금’에 열광했던 이란(시청률 92%)과 스리랑카(시청률 98%)가 한국 드라마에 호감을 가지는 것은 한국이 드라마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다. 이들이 기억하는 가난했던 한국이 이제는 유복한 나라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의 숙성과정을 거친 한국인들의 땀과 눈물이 이 나라 국민을 드라마로 끌어들인 것이다.

권력정치의 국제정치 공간에서 누군가에게 호감을 끌어내는 연성권력이 큰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슈에서는 호감과 매력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도 이념을 떠나 일관성 있게 외교를 하면 더 많은 지지자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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