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이호랑이 된 ‘文정부 검찰’ 불행이자 비극이다
상태바
[사설] 종이호랑이 된 ‘文정부 검찰’ 불행이자 비극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21.03.18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홀연히 떠났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 임기 만료 4개월가량을 남긴 시점에서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은 이날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로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퇴 견해를 밝혔다. 이어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다음날인 5일 문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이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중도 사퇴한 14번째 검찰총장이 됐다. 검찰총장이 ‘법치 말살’을 이유로 사퇴한 건 처음으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행정부에 속하지만, 준사법기관의 특성상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조되는 검찰총장은 임기 2년, 중임 불가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좌초된 것은 검찰 역사에 기록될 또 하나의 불행이자 비극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 초 전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윤 총장을 “우리 총장님”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여권의 눈엣가시로 여기며 돌변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수사지휘권 박탈, 인사권 배제, 징계 등으로 고강도 압박을 가하자 윤 총장은 소송을 불사하며 버텼다. 하지만 여권이 검찰에 남겨둔 6개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추진에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표를 낸 것이다. 특정 사람을 상대로 조직을 만들고 없애는 것은 민주주의 정상국가에서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 통제 불능의 문 정권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윤 총장이 사퇴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책임이다. 적폐청산을 국정운영의 주요 동력으로 삼았던 문재인 정부로서는 보수 정권과 사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척척 해주는 검찰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정적들을 베던 ‘윤석열’이라는 칼이 결국 조국 수사 이후 정권 수사로 현 정부의 심장부를 겨누었고, 이를 저지하려는 정권과 윤 전 총장 간의 대결이 검찰총장 중도 사퇴의 단초가 됐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2년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을 중도 하차시키려고 갖은 수를 동원한 청와대와 여당의 행태는 독재시대를 연상케 했다. 이들의 작태는 민주주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 파괴였다. 급기야 파국을 맞게 된 것은 여권이 검찰의 존재를 부정하는 소위 ‘검수완박’의 중수청 신설을 밀어붙인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 ‘포스트 윤석열’ 체제에 관심이 쏠리지만, 기대조차 품을 수 없다. 검찰의 정권 눈치 보기는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런데 추천위원의 면면을 보면 이미 정치적 중립성은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다. 위원장을 맡은 박상기 전 법무장관은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윤 전 총장에 대해 반감을 품은 인물로 꼽힌다. 특히 박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입국 불법 조회 177차례를 묵인하고, 불법 출국 금지를 승인한 혐의로 고발당해 있다. 안진 교수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에다 법무부 산하 1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 등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사퇴는 했지만, 현직 언론인으로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일었다. 손 위원 후임도 청와대에서 원하는 인물로 내세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듯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자체는 단순 절차일 뿐, 사실상 청와대의 뜻대로 정권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 줄 검찰총장이 임명될 것이다. 이 정권은 입맛에 맞는 ‘식물 총장’을 임명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무력화할 것이다. 이제 마지막 저항의 수단으로 국민이 직접 엄중한 책임을 묻고 심판해야 한다. 국민의 힘으로 파괴된 법치 시스템을 되돌려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