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많은 판사에게 재판을” 법조일원화 한 발 물러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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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많은 판사에게 재판을” 법조일원화 한 발 물러서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3.17 18: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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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10년은 과도, 5년이 적당” 보고서 발간
“1심의 단독심화 강화 등 상황이 변하면 기준 상향 가능”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충분한 법조경력과 식견을 갖춘 판사가 재판을 할 수 있도록 판사 임용에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법조일원화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 16일 ‘판사 임용을 위한 적정 법조재직연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지난달 26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법관 임용을 위해 요구되는 법조 경력 10년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제대로 운용되기 어렵다며 현행 수준인 5년 정도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제시돼 있다.

법조일원화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경계를 허물고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로 지난 2011년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이는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판·검사로 임용되던 과거 법조 경험이 없는 판·검사의 역량 부족, 사법기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 관료주의 등의 문제를 타파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다만 인력 충원 사정을 고려해 단계적 도입을 결정,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경력요건을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3년, 2018년부터 2021년까지는 5년,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7년으로 정했다. 이후에는 법관으로 임용되려면 10년간의 법조 경력이 필요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사법정책연구원은 “2013년 이후 법원은 판사 신규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149명~175명의 판사가 임용됐으나 2013년 이후에는 2017년 161명, 2020년 155명을 제외하면 매년 39~111명의 판사만 임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성적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사를 선발하던 과거와 달리 법조일원화 제도 하에서는 우수한 실무능력, 훌륭한 성품, 판사로서의 소명의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 검증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수의 지원자가 판사직에 지원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조일원화 국가인 미국과 영국에 비해 판사 지원률, 즉 경쟁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법조일원화 후 충분한 수의 판사가 임용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판사직 지원율이 낮기 때문이고 특히 10년 이상 장기 법조경력자들의 지원률이 매우 저조한데 2026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이 판사로 임용된다면 판사 인력 충원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그에 따라 법조경력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사법정책연구원의 판단이다.

법조일원화를 도입한 미국, 영국 등의 사례도 경력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주 법원 판사의 임용자격으로 요구하는 최소 법조재직연수 중 가장 높은 비율이 5년 또는 그 이하다. 10년 이상의 법조재직연수를 요구하는 주는 1심 판사의 경우 8개 주(175), 항소심 판사의 경우 15개 주(31%)로 집계됐다.

영국에서는 1심을 담당하는 구역 판사 등은 5년, 고위 법관은 7년의 경력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은 법관직 지원자 및 현직 법관들의 연령을 다양성의 한 기준으로 파악해 그 현황을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독일의 경우 종신법관이 되기 위해 3년 내지 5년 동안 예비법관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30대 중반에 종신법관으로 임명돼 67세 정년까지 근무하며 네덜란드는 최소 법조경력을 6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 사례 등도 제시됐다.

10년 경력 요건을 만족하는 위치의 변호사들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인터뷰도 진행했다. 그 결과 법무법인 입사 10년차가 경과하면 대체로 유학에 복귀해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승진했기 때문에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변호사들은 전직을 많이 고려하지 않는 시기라고 분석됐다.

아울러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를 현재와 같이 5년으로 유지해도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단독재판장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에 의하면 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후 전체 법관의 평균 연령은 꾸준히 상승해 2019년 기준 42.9세이며 2018년 이후 신규 임용 법관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전후, 평균 법조경력은 6년 이상의 범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대부분의 법원에서 신임 법관들이 의무적으로 4년 이상 배석판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신임 법관들은 평균적으로 40세가량이 돼야 비로소 단독재판장이 될 수 있으므로 5년의 경력 요건을 유지해도 20대 후반 또는 30대 초반에 단독재판장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를 높여도 법관 보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퇴직 후 수령할 연금액은 상당히 감소시킨다는 점을 제시했다. 법조재직연수를 높일수록 오히려 오랜 경력을 갖춘 변호사 등의 판사 지원율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직 법관들도 10년의 법조재직연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신임법관 155명 중 118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83%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응답했고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대표 125명 중 76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도 73.7%가 부적절하는 입장을 보였다. 신입법관 중 적절하다는 응답은 17%, 법관대표의 경우 26.3%였다.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유로는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들이 각자의 직역에서 자리를 잡았으므로 법관으로 전직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가 8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타 직역에서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최소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의 연령대에 속하게 되는데 법관으로 임용돼 새롭게 판결 작성 등의 업무를 시작하기에는 해당 연령대가 너무 높다”는 우려가 뒤를 이었다.

판사 임용을 위해 요구되는 법조재직경력으로 적절한 기간에 대해서는 신임법관 중에서는 67.7%, 법관대표 중에서는 61.1%가 5년을 선택했다.

이같은 이유로 사법정책연구원은 “법원조직법이 정하고 있는 10년 기준은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비추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고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고 판단했다. “10년 기준은 연령 측면에서 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해 법원 내에서 20대와 30대가 과소 대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사법정책연구원은 “국민들은 여전히 법원과 법관에 대해 가능하면 모든 사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판결문도 상세히 작성하며 가급적 합의부에서 재판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는데 10년 이상의 경력자들로만 법원이 구성될 경우 이러한 기대를 모두 충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기간은 현행과 같은 5년이라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향후 1심의 단독심화가 강화되고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법원 및 법관상이 변화할 경우 위 기준은 얼마든지 상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법정책연구원은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재직연수는 국민들이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까지 훌륭한 것으로 인정하는 법관들로부터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해당한다”며 “그 안전장치가 너무 과도해 오히려 좋은 재판이라는 목적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지 법원은 항상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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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일원화는 빛좋은개살구 2021-03-18 01:29:59
김앤장 법원 민변 사법부... 사법시험 부활 시켜야!

법조일원화라는 빛좋은 개살구 2021-03-18 01:02:01
한국식 로스쿨 독점 체제하에서의 법조일원화라는 것은 나이 어린 금수저들한테 로변증 마구 찍어 나눠준 것에 불과한데 저질 변호사들 5년만 지나면 판사 시켜준다고? 저질 변호사들도 필요 없고 로스쿨 출신 엉터리 재판관 로판들도 필요 없다! 법대 부활!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부활! 우리 국민 8할 이상은 사법시험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

ㅇㅇ 2021-03-17 19:39:06
판검 둘다 5년으로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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