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입법고시 1차, 역대급 불시험…“면평락=합격” 흑역사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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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입법고시 1차, 역대급 불시험…“면평락=합격” 흑역사 재현?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1.03.13 19:1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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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부터 언어·자료·상황 전 과목 “다 어려워”
“실력이 아니라 운을 보는 시험” 비판 쏟아져
법률저널, 입법고시 1차 응시생 합격예측 설문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 입법고시 1차시험은 모든 과목이 ‘불시험’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실상 평균 과락을 면하면 합격하는 수준이었던 2014년 시험에 비견하는 의견까지 나왔다.

2021년 제37회 입법고등고시 1차시험이 13일 치러진 가운데 재경직 응시생들이 시험을 치른 성산중학교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들은 어느 과목 하나 만만한 것 없이 모두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치러진 5급 공채는 물론 입법고시 기출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2021년 입법고등고시 1차시험이 13일 치러진 가운데 모든 과목이 '불시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입법고시 1차시험을 마치고 성산중학교 시험장을 나서는 응시생들.
2021년 입법고등고시 1차시험이 13일 치러진 가운데 모든 과목이 '불시험'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사진은 입법고시 1차시험을 마치고 성산중학교 시험장을 나서는 응시생들.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도입된 입법고시 1차시험 PSAT 합격선은 일반행정직 79.16점, 법제직 70.83점, 재경직 81.66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합격선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장 낮은 합격선을 보인 것은 “역대 최고의 난이도”라는 평가 속에 치러진 지난 2014년 시험으로 일반행정직 60점, 법제직 60.83점, 재경직 60점을 나타냈다. 사실상 평균 과락 기준인 60점만 맞으면 합격하는 상황이었던 것. 사서직은 모든 지원자가 과락 기준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실력이 아니라 누가 잘 찍는지 운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2015년 난이도 조정이 이뤄지면서 일반행정직 80.33점, 법제직 75점, 재경직 83.33점으로 합격선이 크게 올랐고 사서직도 64.17점으로 3년 만에 1차시험 합격자를 냈다.

지난해까지 비슷한 경향을 이어오던 입법고시 1차시험이 이번 시험에서는 매우 높은 난도를 보이며 “면평락=합격”이라는 흑역사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응시생 A씨는 “헌법부터 상황판단까지 뭐하나 무난한 과목이 없었다. 검수는 해봤는지 출제자들은 정말 이런 문제를 시간 내에 풀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올 5급 공채도 어렵다고 했는데 이번 입법고시를 치르고 나니 5급 공채는 쉬웠구나 싶다. 입법고시 역대 기출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는 응시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응시생 B씨의 평가도 비슷했다. 그는 “헌법도 법행까지는 아니어도 기출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시험들은 더 어려웠다. 언어는 철학 관련 내용이 많았는데 너무 현학적이고 난해했다. 혹시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은 좀 나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해석은 계산기가 있어도 시간 내에 못 풀 것 같다. 상황판단형 문제도 많았고 대부분의 문제들이 시간 소모가 너무 많은 형태라 어떤 전략도 소용이 없었다. 상황판단은 퀴즈가 정말 너무 어려웠고 선지도 너무 길었다. 전반적으로 2014년 시험 못지않게 어려웠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응시생 C씨는 “헌법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60점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머지 과목은 제대로 푼 것보다 찍은 게 더 많겠다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특히 과목간의 특성이 약해지고 모든 과목이 다 조금씩 섞여서 나온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언어는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듯한 문제가 많았는데 리트스러운 느낌도 들었다. 자료는 절대로 시간 내에 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의 절반은 찍은 것 같다. 상황도 마찬가지로 제대로 푼 게 거의 없는 것 같다. 누가 잘 찍는지를 보려는 시험인가 싶다”며 아쉬워했다.

응시생 D씨는 “헌법은 본 적 없는 내용도 있었고 선지가 너무 길어서 시간이 부족했고 언어는 논리 쪽이 너무 어려웠다. 법조문 등 상황판단 유형의 문제가 많았고 지문만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그런데 자료는 더 어려웠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은 문제는 넘기고 좀 쉬운 문제를 먼저 풀자고 생각했는데 계속 넘어가서 당황스러웠다. 상황도 비슷했다. 단순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준이 아니라 충분히 시간을 준다고 해서 과연 풀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며 이번 시험의 높은 체감난도를 설명했다.

응시생 E씨도 “헌법을 풀면서 헌탈을 걱정했는데 이후 시험을 보고 나니 헌법은 그나마 쉬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는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시험을 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자료는 차라리 시간만 들이면 풀 수 있는 계산문제가 그나마 쉽다 싶을 정도로 다 어려웠다. 상황은 지난해에도 어렵다고 말이 나왔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법조문 문제가 길고 복잡했고 퀴즈도 너무 어려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다만 “합격선이 떨어지긴 할 것 같은데 워낙 잘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얼마나 낮아질지는 잘 모르겠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비쳤다.

이처럼 매우 높은 체감난도를 형성한 이번 입법고시에는 지난해보다 476명 늘어난 3701명이 지원했다. 최근 입법고시 지원자 수는 △2010년 5465명 △2011년 5813명 △2012년 4277명 △2013년 4501명 △2014년 5589명 △2015년 4891명 △2016년 4515명 △2017년 4624명 △2018년 4131명 △2019년 3496명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271명이 줄어든 3225명이 출원하면서 감소세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사서직 선발을 진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2019년 사서직 출원자 44명을 제외하더라도 200명이 넘는 인원이 줄어든 셈이다. 하지만 올해 적지 않은 규모의 지원자 증가로 4년 만에 반등하면서 수험가의 관심을 모았다.

직렬별로는 6명을 선발하는 일반행정직에 가장 많은 2166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268명이 늘어난 규모로 경쟁률도 316대 1에서 361대 1로 껑충 뛰었다.

마찬가지로 6명을 선발할 예정인 재경직에는 847명이 지원했다. 재경직은 지난해 794명이 지원하며 132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올해는 141대 1로 경쟁률이 상승했다.

선발인원이 3명인 법제직에는 지난해의 533명 보다 104명이 증가한 637명이 지원하며 212대 1의 경쟁률을 형성했다. 2년 만에 선발이 이뤄지는 사서직은 1명 선발에 51명이 지원하며 5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지원자 증가로 한층 치열한 경쟁이 전망되는 이번 1차시험 합격자는 4월 9일 발표되며 5월 25일부터 27일까지 2차시험이 실시된다. 2차시험 합격자 발표일은 7월 16일이다. 이어 7월 27일부터 28일까지 3차 면접시험을 거쳐 7월 30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한편 법률저널은 이번 입법고시 1차 응시생들로부터 구체적인 정보를 취합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합격예측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가채점을 마친 제37회 입법고시 1차시험 응시생들은 배너를 클릭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

참고로 지난해 입법고시 1차시험 합격선은 전년도와 동일하게 일반행정 80.83점(지방인재 78.33점), 재경 80점(지방인재 77.5점), 법제 70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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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 2021-04-05 15:25:55
원래 고시시험으로 가고 있네.

ㅁㄱ 2021-03-14 22:08:56
목동고에서 좀 안치면 안되나... 왜 매년 비행장 근처로 시험장을 잡는건지....

후카루 2021-03-14 18:47:11
단순히 문제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시험지 모서리에 이상한 처리를 해놔서 시험지가 손으로 넘겨지지 않았습니다. 손에 침묻히지 않고는 시험지 1장씩 넘기기 힘든데 그렇다고 해서 마스크를 내리고 손에 침묻힐수도 없고... 가뜩이나 문제 어려워서 시간도 촉박한데 시험지도 제대로 넘겨지지 않으니 짜증나 죽는줄 알았습니다. 행시 시험지는 모서리에 그런 이상한 처리 같은거 안돼 있던데 입법고시 시험지도 그렇게 해주세요!

입시 2021-03-14 15:46:30
시험을 이따위로 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거라는게 너무 화난다. 이럴거면 그냥 추첨으로 뽑지 그러냐?

곰국 2021-03-14 10:27:56
공직적성 시험이 아니라 관운측정시험 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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