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9) / 지식의 보물창고는 독서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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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29) / 지식의 보물창고는 독서의 산물
  • 정명재
  • 승인 2021.03.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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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누구나 쉽게 합격하고, 누구나 빨리 목표에 도달하기를 원한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식은 합격 소식일 것이다. 도전하는 삶의 여정에서 몇 번의 불합격을 만나 우울한 적이 있는지를 손으로 헤아려보라면 저마다 한 번, 두 번, 아니 셀 수 없이 많은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나를 찾는 분들 중 상당수는 이런 상처를 가진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여전히 합격이라는 목표를 세워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지식을 쌓는 과정은 고단함의 연속이고 예기치 않은 고통과의 만남이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이 생길 때면 환한 빛으로 여겨진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내가 기존에 몰랐던 분야나 세상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낯선 용어와 규칙 그리고 생소한 이론들은 우리를 당혹하게 한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이질감 앞에서 그저 고개를 숙이다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다. 혹시 조선시대 다산(茶山) 정약용의 지식창고에는 몇 권의 저술들이 있는지 아는가? 500여권이다. 조선 말기에 그의 저술을 모아보니 저술총량은 18책 503권이었다. 실학(實學)이라 하여 의학, 경제, 문화, 정치, 문학, 지리, 기계, 법률 등 그의 저술분야는 학문의 구별이 없다. 정약용의 3대 대표저서인 경세유표, 흠흠신서, 목민심서 이외에도 의학서적인 마과회통이 있고, 공학 도서인 기중가도설 등이 있다. 공부가 어렵기는 정약용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발 복사뼈에 구멍이 날 정도로 노력하고 도전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정조 임금의 총애를 받으며 지낸 기간도 있지만 다산(茶山)의 삶은 오랜 기간 유배지, 강진에서의 삶이다. 곤장을 맞고 도착한 유배지에서 시작한 생활은 곤궁함과 비루함이었다. 학동들을 가르치며 생계를 이어가면서 백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목민심서’로 풀어냈다. ‘목민(牧民)’이란 백성을 부양한다는 뜻이고, ‘심서(心書)’는 마음을 담은 책으로 조선의 목민관을 꾸짖고 계도하는 내용을 담았다. 목민심서는 다산(茶山)이 공직에 있으면서 저술한 것이 아니고 백성들과 함께 핍박을 받으며 유배지에서 쓴 책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공무원의 비리와 공직의 부정부패, 탐욕을 단순히 비판함에 그치지 않고 공직을 맡은 자들은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는 애민정신을 담아 그들에게 전한 것이었다. 당시의 정치상황이나 경제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다산이 어느 농부의 사연을 듣고 남긴 시(時) ‘애절양(哀絶陽)’에는 당시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 한 편을 읽고 마음에 울림이 있었던 적이 두세 번 있었는데 시인 백석의 ‘여승(女僧)’과 다산의 ‘애절양’이 그랬다. 다산초당이라 하여 그가 머문 곳은 말 그대로 초가집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책을 쓴다는 것은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지금처럼 참고할 서적이 흔한 것도 아니었고, 인터넷이 있어 정보를 찾기도 어려운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많은 책을 저술하였단 말인가? 아무리 그가 천재라 하더라도 새로운 분야의 책을 그토록 많이 저술하였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산은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 바로 이 유배지가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는 열쇠였다. 고산 윤선도는 만권당이라 하여 당대 최대의 사설 도서관인 ‘녹우당’을 소장한 명분가 집안이었다. 정약용의 어머니는 바로 이러한 해남 윤씨 집안 출신이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가 윤두서이고 정약용의 어머니는 자화상을 그린 화가 윤두서의 손녀딸이었으며 이런 정약용의 외가가 있던 곳이 바로 강진이었던 것이다. 다산은 유배생활을 하며 녹우당의 장서 천여 권을 초당으로 져 날라 쌓아 두고 저술활동을 한 것이었다. 다산 이전에 외증조부인 윤두서 역시 인문학, 지리, 기하학, 병법 등에 모두 능하여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생각해 보자. 다산의 저서가 500여권이라는 것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많은 도서를 집필한 인물의 뒤에는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었는지를 생각해 볼만하다. 조선의 최대 사설 도서관을 건립한 고산 윤선도의 꿈에서 시작된 일이 윤두서와 정약용의 시기에 이르러 꽃을 피운 것이라 할 것이다. 다산은 초라하고 남루한 유배지에서 학문의 끈을 놓지 않았고 선대가 남겨준 많은 저서를 읽으며 집필활동을 한 것이다. 그의 사상과 지식을 망라한 대작은 우리에게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남았다.

한 인간의 생(生)을 들여다보면, 우여곡절(迂餘曲折) 없는 이가 흔치 않다. 그 중에서도 다산의 삶을 조명한 것은 지식을 가르치고 수험서를 집필하는 동안 그의 다작(多作)동기가 궁금하던 차에 살펴보았다. 환경의 탓을 하기 보다는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열정으로 한 시대를 보냈던 그의 생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책을 보고 이해하며 자신의 언어로 책을 쓰는 일은 고단한 작업이고 외로운 작업이라는 것을 안다. 한 번이라도 책을 집필해 본 이라면 이러한 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한낱 수험서를 집필하는 입장이지만 다산의 삶의 궤적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곤 하였다. 시대를 초월해 나의 스승이고 내가 본받고 싶은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주에는 산업안전(보건)지도사 시험이 치러진다. 겁 없이 시작해 책을 펴낸 것이 10권에 달한다. 한 종목 수험서로서는 꽤 많은 양이다. 고단하고 힘든 시간이었다. 처음에 입문하는 분야에는 나 역시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것저것을 뒤지고 찾아 읽으며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친 뒤, 그 다음에야 정리가 되어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처음에는 두세 달이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을 매달려서야 매듭을 짓게 되었다. 단편적인 지식을 전하는 입장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나의 책 한 권이 누군가에는 희망을 심어줄 보물창고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끝났다. 늦은 시간까지 나는 그들에게 강의를 하며 조금 더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지식의 짧음을 탄식하곤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은 오로지 합격에 의미를 부여하기 이전에 많은 뜻을 내포한다. 시험공부를 위해 가족들과의 시간을 줄였고, 좋아하는 일을 자제하였으며, 인생의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공부를 하는 과정 역시 참을성과 인내, 그리고 끈기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합격을 하였을 때 누리는 짜릿함에서 그동안의 고단함과 피로를 보상받게 된다. 혹여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한 이들이라면 실패 그 이상의 의미를 배울 수도 있다. 도전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도전이 있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만날 수 있는 것이지,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식과 지혜의 보고(寶庫)는 책에서 찾아야 하고, 좋은 책 한 권은 그 의미를 부여한다. 시험이 끝나면 정약용의 저서 한 권을 찾아 읽어보자. 다산의 문향(聞香)에서 우리들의 좋은 스승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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