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01)-권력시계와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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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01)-권력시계와 레임덕
  • 강신업
  • 승인 2021.02.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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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임기제 대통령이 피할 수 없는 것이 ‘레임덕’이다. 권력이 왕이나 황제에 버금간다고 해서 제왕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대통령조차 과거 황제나 왕만 못한 것이 있다면 종신이나 세습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은 사실 그 본질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이다. 권력은 속성이 미래지향적인 까닭에 미래권력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현재 권력은 바로 빛을 잃는다. 때문에 현재권력은 자신의 권력을 보다 오래 유지하기 위해 미래권력의 등장을 가능한 늦추려 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권력을 설계하려 든다. 반면 미래권력은 현재권력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력을 창출하려 든다. 그리고 현재권력이 방해가 된다 싶으면 일전도 불사한다. 물론 이 싸움에서 패하는 쪽은 대개 현재권력이다.

최근 문재인 ‘권력시계’에서 권력이 급격히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소위 ‘신현수 사태’다. 박범계 법무장관이 검찰고위급 인사를 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건너뛰었고, 이에 불만을 품고 임명된 지 불과 40일밖에 안 된 민정수석이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 사건의 골자다. 그러나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박범계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도 받지 않고 검찰고위급 인사를 발표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청와대에서 초유의 하극상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크게 일고 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것은, 사정이 이런데도, 청와대가 신현수 민정수석이 배제된 검찰 고위급인사 과정을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범계 법무장관 역시 국회에 나와서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청와대 답변’으로 갈음하겠는 대답을 수십 번 반복할 뿐 끝내 내막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 사태의 핵심은 간단하다. 대답이 어려울 것도 없다. 누가, 언제 검찰인사안을 청와대에 가지고 들어가서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는가만 밝히면 된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국민에게 밝힐 수 없는, 드러나면 문재인 대통령의 권위에 치명적이 손상이 될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만약 항간의 소문대로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현수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재가를 받았다면 이는 민정수석실에 신현수를 능가하는 외부 권력의 힘이 작동한다는 의미고, 박범계가 민정수석실을 아예 패싱했다면 법무장관인 동시에 국회의원인 박범계 본인이나 그가 속한 일파의 힘이 대통령을 능가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미래권력이다. 신현수 민정 수석을 패싱시킬 만한 힘이라면, 그리고 현직 대통령을 압박할만한 힘이라면, 그것은 미래권력밖에 없다. 항간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미래권력의 힘이 작동하고 있고 이들 힘이 민정수석을 건너뛰고 비서관들에 직접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대통령 권력의 생산지인 민정수석실을 점령하면 현직 대통령 권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차기 권력을 창출하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때문에 미래권력이 박범계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을 매개로 해서 차기 권력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문재인 측근 신현수 민정수석을 몰아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작년에 벌어진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도 표면상으로는 검찰개혁이 명분이지만 사실은 미래권력 대 현재권력의 싸움으로 본다. 즉. 윤석열 검찰총장의 존재가 자신들의 권력창출에 방해가 된다고 본 세력이 미리 윤석열을 제거하고 자기 사람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것이 추윤대전(追允大戰)의 감추어진 실상이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 1/5이 남은 것이다. 그런데 권력은 미래로의 원심력이 작용하는 탓에 임기 말이 될수록 남은 임기만큼의 비율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사실 신현수 사태가 터진 것도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기 1년도 더 전 레임덕을 넘어 사실상 데드 덕(Dead Duck)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견디는 것뿐이다. 침몰하는 현재권력이 부상하는 미래권력을 이길 수는 없다. 권력을 한껏 누린 대통령이 이제 와서 ‘권력시계’와 ‘레임덕’생리를 몰랐다고 한 들 그 누가 그 뒤늦은 변명을 믿어주며 일말의 동정이라도 보내겠는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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